책소개
팬픽션이란? 특정한 대중매체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집단적 다시 쓰기다. 팬들은 원전의 캐릭터와 세계를 중심으로 다각적인 집단 창작을 시도한다. 이렇게 생성된 팬픽션은 더 이상 팬덤 안에서만 순환하지 않는다. 디지털 패러다임에서의 팬픽션은 팬덤 밖에서도 생성되고 있고 대중문학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팬픽션을 독립적인 서사체로 봐야 할 때다. 팬픽션은 어떠한 미디어 콘텐츠이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팬픽션의 창작 주체와 생성 구조를 분석하고, 서사적 유형과 형식적 다변화를 살펴본다. 팬픽션의 세계를 고찰하고 그 고유의 서사적 문법을 해명해 대중문학으로서 팬픽션의 문법을 밝혔다.
지은이
김유나
HB엔터테인먼트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강사다.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에서 “한국 일상툰의 풍자 연구”(2014)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원에서 “팬픽션의 생성 구조 연구: <스타 트렉(Star Trek)>을 중심으로”(2017)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도부터 계원예술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한경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디지털스토리텔링과 게임학을 강의해 왔다. 저서로는 『게임사전』(공저, 2016),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공저, 2015) 등이 있다. 논문은 “웨어러블 기기의 인문학적 의미 고찰”(2018), “팬픽션의 생성 요소” (2017), “여성주의 문화이론에 따른 애니메이션의 여성 영웅 캐릭터 비교 분석”(2014) 등이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참여 문화, 사용자 생성 콘텐츠, 웹 콘텐츠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연구주제를 개척 중이다.
차례
01 팬 스키마와 상상 놀이
02 캐릭터 조형과 세계관 창작
03 공인된 이야기 설정, 팬원전
04 원전을 둘러싼 네 가지 계승세계
05 시간삽입형: 배경 변형을 통한 캐릭터 관찰
06 인물창작형: 자기 반영을 통한 캐릭터 재현
07 다중원전형: 하이퍼매개를 통한 캐릭터 결집
08 평행세계형: 서사적 웜홀을 통한 캐릭터 이동
09 팬픽션의 문화 번역
10 팬픽션의 멀티모드성
책속으로
2012년 출판된 E. L. 제임스(E. L. James)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는 본래 판타지 소설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의 팬픽션이었으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정식 소설로 출간된 후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 한편 『해리 포터(Harry Potter)』의 작가 조앤 K. 롤링(Joanne K. Rowling)은 2004년부터 공식적으로 일부 팬픽션에 상을 수여함으로써 팬픽션 창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처럼 오늘날 팬픽션은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통해 향유되고 있다. 이 시점에 팬픽션의 위상을 제고하고 그 문화사적 의미를 고찰할 것이다.
“팬픽션, 새로운 이야기로의 영속적 항해” 중에서
시간삽입형 팬픽션은 내삽과 외삽의 원리로 원전의 시간대를 연장 혹은 확장한다. 다시 말해 허구적 시간대의 사건을 고안해 이를 원전 시간대의 이전, 이후, 중간 등에 삽입하는 것이다. 이때 팬이 생성한 허구적 시간대는 폴 리쾨르(Paul Ricoeur)가 주창했던 ‘달력의 시간’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리쾨르는 체험된 시간과 우주적 시간을 구분하면서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을 ‘달력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팬이 <스타 트렉>의 원전을 읽으면서 경험하는 이야기세계의 시간이 ‘체험된 시간’이라면, 팬이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시간은 ‘우주적 시간’이다. 달력의 시간은 이 두 시간 중 어느 한쪽에도 전적으로 속하지 않으면서도 두 가지 모두의 성질을 지니는 ‘제3의 시간’이다.
“시간삽입형: 배경 변형을 통한 캐릭터 관찰” 중에서
개인의 문화적 배경은 미디어 수용자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이때 텍스트가 전유되는 맥락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는 <스타 트렉(Star Trek)>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소비되고, 이를 바탕으로 팬픽션이 창작되는 현상을 호미 바바(Homi Bhabha)의 ‘문화 번역(cultural translation)’ 개념을 통해 논한다. 문화 번역은 언어, 상징 체계, 생활 양식, 사유 양식 등 특정 시공간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수반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바바에 따르면 문화 번역이야말로 두 언어, 두 문화 사이에서 ‘창발적 틈새’, ‘힘을 주는 혼종성의 조건’을 가능하게 한다.
“팬픽션의 문화 번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