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팻시 뉴퀴스트는 소음, 정전, 외설적인 장난전화와 범죄가 판치는 뉴욕에서 폭력배에게 무방비하게 공격당하고 있던 사진작가 앨프리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팻시는 앨프리드를 아버지 캐럴과 어머니 마저리, 동생 케니에게 소개하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식 직후 팻시의 노력으로 앨프리드는 무감각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삶의 태도를 바꾸기로 한다. 그 순간 창밖에서 날아든 총탄에 맞아 팻시가 죽는다. 이후 무차별 총격 살해 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앨프리드 역시 창밖으로 행인들을 향해 총을 쏜다.
줄스 파이퍼는 이 작품으로 종교, 가족, 경찰, 국가 등 모든 형태의 권위가 붕괴된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다. 초기에 소설로 구상해 2년간 집필에 매달렸지만 이 작품이 좋은 연극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장르를 희곡으로 바꾼 뒤 3주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1966년 예일 연극학교에서 초연될 예정이었으나 브로드웨이 제작이 확정되어 1967년 엘리엇 굴드와 바버라 쿡 출연, 조지 셔먼 연출로 초연되었다. 이 공연에 대해 일부 혹평이 따랐다. 초연 주요 창작 과정에 관여했던 줄스 파이퍼 역시 해당 공연을 “끔찍했다”고 평했다. 공연은 7회 만에 막을 내렸다. 초연의 실패를 딛고 로열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제작한 1967년 공연은 비평가들에게 “올해 최고의 해외 연극”으로 선정되며 호평받았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의 공연은 훨씬 성공적이었다. ≪뉴욕 타임스≫가 “환상적으로 웃기다”고 치켜세운 이 연극은 400회 공연되었으며, 오비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줄스 파이퍼의 <폭력 시대>는 1967년 초연된 블랙 코미디다. 당시 미국적 가치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다. 극은 정신없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함께 삶을 꿈꿨던 젊은 연인 팻시와 앨프리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60년대 후반 사회 정치적 이슈를 다룬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지은이
줄스 파이퍼(Jules Feiffer, 1929∼)
미국의 만화가,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다. 특히 구미 150여 곳의 유명 신문 잡지에 만화를 게재하여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만화가로 오랫동안 ≪플레이보이≫에 만화를 게재했다. 1986년 만화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는 ≪파이퍼의 결혼 설명서≫를 비롯한 만화집이 열 몇 권쯤 있고, 소설인 ≪여자들과 사는 생쥐 해리≫가 있다. 희곡으로는 <기어가는 아놀드(Crawling Arnold)>, <버나드 머젠데일러의 새하얀 추억(The White Grated Memories of Bernard Mergendeiler)>, <백악관 살인 사건(The White House Murder Case)>과 <폭력 시대 (Little Murders)>가 있고, 그 뒤에 쓴 <신의 은총(God Bless)>이 예일대학 연극 학교와 런던의 로열코트극장 그리고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다.
옮긴이
박준용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국 프로듀서, 영국 BBC 연수 지구비디오 프로듀서를 지냈다. 희곡 번역가로서 닐 사이먼의 ≪희한한 한 쌍≫과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 ≪플라자 스위트≫, ≪굿 닥터≫, 조 오튼의 ≪미친 사람들≫,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 숀 오케이시의 ≪주노와 공작≫, 시드니 마이클스의 ≪칭칭≫, 피터 셰퍼의 ≪태양 제국의 멸망≫, ≪요나답≫, 윌리 러셀의 ≪리타 길들이기≫, 우디 앨런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존 밀링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 빌 노턴의 ≪바람둥이 알피≫, 줄스 파이퍼의 ≪폭력 시대≫ 외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며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앨프리드 : 팻시, 넌 변하면 안 돼. 내가 변하게 될 거니까.
팻시 : (지친 듯) 앨프리드, 지금 뭐라구 그랬지?
앨프리드 : 너를 처음 만난 순간 난, 처음으로 만만찮은 상대를 만났구나 느꼈어. 난 내 자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기쁘게) 아직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시간의 문제일 거야. 머지않아 네 말대로 난 달라질 거야. (웃으며) 반쯤 비워진 물컵을 보고 이 컵은 반쯤 비워진 게 아니라 반이나 채워졌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거야. 난, 벌써 달라져 버린 거 같은 생각이 드는걸. (험악하게 쳐다본다. 어려움을 이긴 기세로) 사실 이제껏, 꼭 싸울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거든. 하지만 네가 바라는 대로 내가 맞지 않고 맞싸우게 되면, 난 온 세상을 다 내 주먹으로 부술 거야. 아, 누구 날 때릴 놈 없을까? (나가려 한다.) 당장 센트럴 파크에 있는 깡패들한테 갔다 올게. (나간다.)
팻시 : (그가 나가는 걸 본다. 천천히 일어나며) 앨프리드, 이리 와! (사이. 앨프리드, 들어온다.) 그렇게 무작정 튀어나가 말썽 피우단 큰일 나. (그를 부축한다.) 결혼식 날, 장례까지 치를래? 천천히, (기대어 붙들어 그의 손을 잡고) 억지로 싸움을 찾아낼 건 없어. 싸움 같은 거 않고도 살 수 있을지 모르니까. (아주 힘 있게) 하지만 일단 시작되면 맞서서 싸우란 말야. (그를 감싼다.) 이제부턴 맞싸우는 거야, 알았어? 당장 지금부터 변하는 거야! (사이.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구 모든 일을 느끼구, 알았지? (사이, 고개를 끄덕인다.) 고개만 끄덕이지 말 구 대답을 해!
앨프리드 : 알았어!
-86-87쪽
마저리 : (등장, 앨프리드 어깨너머로 그가 탄창을 끼우려 하는 걸 본다.) 난, 잘은 모르지만 그저 잘 모르는 건 모조리 다 움직여 보면 돼. (총을 받아 쥐고) 어디, 이게 이리 들어가면 될 거 같은데. (낑낑댄다. 캐럴 등장. 본다.) 젠장 얘 이거 서로 짝이 안 맞는 걸 잘못 사 온 거 아냐? (캐럴이 총을 뺏어, 능숙하게 장전한 다음. 앨프리드에게 던져 준다. 마저리 감격한다.) 여보!
앨프리드 : (캐럴에게 돌려주며) 자, 아버지, 장전하신 김에 한 번 쏴 보세요.
-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