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안병기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폰은 그의 데뷔작 가위에 비해 공포 영화의 관습을 한층 더 강화된 형태로 반복하고 있다. 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이 영적인 저주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참신한 발상부터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의 아귀도 잘 들어맞는다. 원조교제로 오해받는 관계에 매달리는 사춘기 소녀의 열정,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주부의 집착, 안전한 행복을 놔두고 위험한 연애에 들어서는 중년남자의 일탈심리 등을 묘사하고 있다.
지은이
안병기
그는 고교생 때 영화감독을 꿈꿨고, 서울예대 영화과에 다닐 때부터 데뷔를 공포영화로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외국에 비해 한국 공포영화는 완성도가 빼어난 작품이 없다는 점을 감안, 그 일을 해내겠다고 결심했다. 정지영 감독의 연출부로 충무로에 입문, <하얀 전쟁>,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블랙잭> 등의 조감독으로 13년간 연출력을 쌓았다.
데뷔작은 2000년 여름에 개봉된 <가위>다.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공포문법에 충실한 영화로 평가받은 <가위>는 전국에서 105만 명이 관람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된 4편의 한국 공포 영화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2002년 <폰>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휴대폰을 원혼이 보내는 저주의 전달자로 활용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 250만 명이 관람한 것을 비롯해 아시아는 물론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화제를 낳았다. 팝 아티스트 마돈나가 설립한 매버릭영화사에 리메이크 판권이 수출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분신사바>는 일본에 300만 달러를 받고 사전 수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이제까지 내놓은 공포영화 <가위>, <폰>, <분신사바> 3편 모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식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