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통제의 대상에서 성적 권리와 실천의 주체로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청소년을 무성적 존재로 여기고 통제해 왔다. 하지만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제한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나이를 위계로 한 명백한 차별이다. 청소년은 성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성적 권리를 가진 실천의 주체다. 저자들은 청소년을 성적 존재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관점의 전환 없이 의미 있는 성교육은 불가능하다. 성폭력이 무엇인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평등한 성을 향유하는 방법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함께 탐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금욕주의적 성교육에서 포괄적 성교육으로
기존 초·중등학교 성교육은 성을 위험한 것으로 전제하고 보호를 명분으로 금욕을 강조하면서 왜곡된 방식의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반면 포괄적 성교육은 청소년의 삶 전반에 걸친 성 건강과 복지를 사회, 문화, 정치의 맥락 속에서 포괄적으로 다룬다. 저자들은 성교육의 역사와 쟁점, 학교 성교육 관련 제도와 현황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포괄적 성교육이 금욕적이고 범죄 예방 중심인 기존 성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중요한 대안인 이유를 제시한다.
분절적 예방교육에서 당사자의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 성교육으로
최근 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의 구체성과 체계성이 떨어지고 형식적, 일회적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성교육을 하는 개별 교사(또는 강사)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들은 학교 현장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보건 교사와 교과 담당 교사, 성교육 강사와 성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의 실태를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성교육은 무엇인지, 교사들이 성교육을 실시할 때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안전하고 평등한 초·중등학교 성교육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200자평
청소년은 성적 존재이며 성적 권리의 주체다. 학교에서 섹슈얼리티를 제대로, 포괄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이 늦었기에 더는 미룰 수 없다. 학교에서 모두의 섹슈얼리티를 안전하고 평등하게, 함께 말하고 탐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실마리를 금기와 통제가 아니라 참여와 권리를 중시하는 포괄적 성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은이
남미자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초중등 교육 연구를 한다.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 등 경계 혹은 경계 바깥 존재들의 곁이 되는 연구를 지향한다. 저서로는 『한국 교육의 오늘을 읽다』(공저, 2023), 『기후위기시대의 학교 환경교육: 세 학교 이야기』(공저,2021), 『학습자 주도성, 미래교육의 거대한 착각』(공저, 2021)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성소수자 학생의 학교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공저, 2023), “Biesta의 실천적 상호주관성 개념에 비추어 본 기술기반 미래학교 알트스쿨의 비판적 탐색”(공저, 2023), “근대적 사유를 넘어 새로운 교육지형도 그리기: 신유물론적 논의를 중심으로”(2022), “웹툰에 드러난 남성동성사회성 양상: 박태준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공저, 2022) 등이 있다.
심에스더
10년 차 성교육 강사, 상담사다. 어려서부터 성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적극적으로 솔직하게 성을 이야기했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교차성과 교차된 정체성에 관심이 많다.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며 성을 주제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으며 일방적인 느낌의 ‘성교육’보다 소통의 의미를 담은 ‘성 이야기’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솔직하고 따뜻하고 야하고 유쾌한 성 이야기를 하고자 노력 중이며 성 이야기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 ≪오마이뉴스≫, ≪한겨례 21≫ 등에 성 이야기 칼럼을 썼다.
『샬롬, 페미니즘이야』(공저, 2021),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공저, 2019)를 썼고, 『양육자를 위한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서울시 동북권 젠더의제 네트워크, 2021)를 감수했다.
이희진
경남 지역 초등학교 교사며, ‘진냥’이라는 활동명을 사용한다. 지배하지도 지배당하지도 않는 교육을 바라며 탈ᐨ위계주의, 탈ᐨ나이주의, 비폭력, 반차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공저, 2016)에서 어린이의 성에 대한 부분을 썼고, 『체벌거부선언』(공저, 2019),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민주주의의 도전』(공저, 2017)에서 교사이자 활동가로서 생각을 나누었다. 초보 연구자로서 ‘경남학생인권 실태조사’(2020; 2022), ‘중고등학생의 페미니즘 백래시 실태와 대응 방안 모색’(2022),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용 민주화운동 민주주의 수업 사례 연구’(2022), ‘기후위기 대응 교육체제 구축과 환경학습권 보장’(2021), ‘참정권교육에 대한 고등학생 의견 조사’(2020) 등에 참여했다.
차례
1장 들어가며
2장 학교 성교육의 역사와 쟁점
학교 성교육 제도화의 역사
학교 성교육을 둘러싼 쟁점들
3장 학교 성교육의 현실
주변화하는 성교육
성평등하지 않은 학교 문화
4장 학교 성교육의 방향과 내용
우리 문화가 바라보는 성
성에 대한 관계적 인식: 몸, 마음, 관계
관계적 성 인식에 근거한 성교육의 필요성
초·중등학교 성교육 방향으로서 포괄적 성교육: 정의, 목적, 원리
포괄적 학교 성교육 사례
5장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 성교육의 조건: 학교 구성원 이야기
성적 권리에서 성 정치학까지
안전하고 평등한 성교육을 위하여
6장 나가며
참고 문헌
책속으로
현재 학교교육은 특정 영역의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개별적으로 추가되어 온 예방교육들이 과다해져 오히려 교육을 형식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중략) 통제보다는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가 어떤 공간이고 어떤 공동체인지에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상을 가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폭력이 무엇인지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평등한 성을 향유하는 것이 왜 어렵고 힘든지,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함께 탐색하여 해결방안과 전략을 스스로 발굴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 30~31쪽
성적 권리는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와 성과 관련한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정치적 권리도 포함힌다. 즉, 성적 권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현재 삶 구석구석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학교 문화 전반이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삶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성교육, 특히 성평등교육은 학교를 보다 성평등하게 혁신하려는 움직임과 결합된다. 성교육 자체가 하나의 운동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성교육의 목표 자체가 성평등한 학교 문화 조성이라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 34쪽
성교육의 형식화와 결핍은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성적 권리의 보장 역시 어렵게 한다. 모든 사람은 전 생애에 걸쳐 성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학생은 성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전반적인 성적 권리를 통제당해 왔다. 학교는 성적 실천을 할 권리뿐만 아니라 재생산권 역시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 62~63쪽
성(sexuality)은 사회·문화·정치·제도·예술·법 등의 영역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성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전인적으로 건강한 가치관을 갖춘 인간이 되는 것과 분리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성=섹스=성기 결합 섹스=포르노 이미지로 물든 섹스’의 공식은 성(sexuality)을 납작하게 만들어 버릴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이 행복과 존엄을 추구하고 서로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관계적이며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입체적인 성 지식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실제적, 과학적이면서 포괄적인 성교육을 전 생애에 걸쳐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인간의 기본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
– 70쪽
성(sexuality)이라는 것은 내 몸의 가치, 관계성, 심지어는 임신을 할 권리든 하지 않을 권리든 그런 권리 교육, 관계 교육, 권력 관계를 성찰하는 것까지. 그래서 성교육은 섹스(sex)에서 섹슈얼리티(sexuality)로 가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은 포괄적으로 내 몸을 바라보는 것, 관계에 대한 교육, 사회를 구조적으로 볼 줄 아는 것까지, 그러니까 성 정치학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성을 통해서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치적인 힘까지 가는 것이 성교육(sexuality education)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희망 사항이죠. (초등 교사 면담)
– 89~90쪽
‘넘지 못하는 선이 있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성교육이 제대로, 좀 더 의미 있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들, 사회적으로 넘지 말아야 하고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이것은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선을 제도권 교육에서 넘어야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것을 넘지 않으려고 교사들도 노력하는 것 같고, 계속해서 신경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성교육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교육을 할 때 젠더에 관한 것이라든지 다양한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굉장히 회피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학생 면담)
– 93~94쪽
청소년 당사자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성소수자 인권 또한 학교 성교육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다. 이들을 위해 사랑과 가족에 대한 정상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 아닌 다양성으로 보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히 교사가 성(sexuality)으로 인한 차별이나 혐오의 요소들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 98쪽
성교육은 기본적으로 관계 교육이다. 관계는 인간 삶의 가장 기초적 영역이며, 그런 점에서 모든 교과에서 (성적) 시민권을 지향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교사의 성교육이다. 교사들 역시 포괄적 성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없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개별적으로 성에 대한 학습을 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성(sexuality)과 관련한 차별과 혐오가 교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절대 다수(국가인권위원회, 2014)라는 점에서 교사도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인권에 기초한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 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