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학교폭력법’ 제·개정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큰 폭으로 개정된 후 10년이 흘렀다. 처벌과 통제와 관리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뒤따랐다. 그 결과, 학교는 평화롭고 안전한 공동체가 되었는가? 학생, 교사, 학부모는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되었는가? 학교폭력을 경험한 당사자들은 치유와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학교 현장은 교육적 필요가 아닌 사법적 필요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고, 교사는 교육과 성장이 아닌 사안 처리에 급급하게 되었으며, 학교폭력 대응은 교사와 교육 전문가 대신 경찰과 범죄학자의 몫이 되었다. 해결되지 않은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은 ‘학교폭력 미투’로 터져 나왔다. 법과 정책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멈춰 서서 질문해 보아야 할 때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학교폭력 대응에 어떤 의미와 한계가 있는지 살피는 것에서 시작한다.
회복적정의, 학교폭력을 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더 엄격한 처벌, 더 강력한 통제와 감시가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회복적정의의 도입과 확산을 촉진했다. 회복적정의는 갈등과 폭력 앞에서 공동체가 함께 피해와 해악을 바로잡고 치유와 돌봄, 성장과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자 철학이다. 이 책은 회복적정의가 무엇인지,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누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무엇인지 보여 준다. 각 장의 주제는 회복적정의 개념에서 시작해 회복적 생활교육, 대화모임, 회복적 마을 공동체까지 확장된다. 학생 당사자들은 물론 학부모, 교사,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으로서 회복적정의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교사, 학부모, 장학사, 활동가가 말하는 회복적정의
저자 열두 명의 원고와 다섯 번의 좌담을 엮은 이 책은 회복적정의가 보여 주는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 과제에 대한 살아 있는 이야기다. 한국 학교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공동체의 갈등과 폭력에 대응하며 깊이 뿌리내린 불신과 대립, 비난과 혐오, 응보와 처벌을 넘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교사, 학부모, 장학사, 마을 활동가, 전문 기관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회복적정의를 실천한 이들의 생생한 체험과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열두 명의 저자들이 경계를 가로질러 교류한 결과로서, 직접 체험하며 찾아낸 지식과 지혜로서 이 책은 회복적정의의 내일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200자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과 개정 이후, 학교는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 되었는가? 학생, 교사, 학부모는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되었는가? 학교폭력을 경험한 당사자들은 치유와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가? 학교 안팎과 지역사회에서 회복적 관점으로 학교폭력에 대응하고 있는 교육 주체들이 이 질문에 답한다.
지은이
권재원
경기도 성남교육지원청 장학사다. 학교폭력 현장지원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관련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학생생활교육과 학교폭력에 대해 고민하던 중 회복적정의를 만났고, 이후 교사로서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배운 것을 실천하며 갈등조정, 회복적 대화모임의 힘을 경험했다. 회복적정의가 교육 공동체를 더욱 행복하고 민주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회복적정의를 경험한 공동체가 회복적 교육생태계를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김유미
용인 현암고등학교 교사다. 2013년 평화교육을 주제로 교원 연구년을 수행하며 회복적정의를 만난 후 회복적생활교육을 삶 속에 실천하는 길을 걷고 있다. 공동 육아로 아이를 키우며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5년부터 성남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와 교사 모임에, 2016년부터 경기도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에 참여했고 현재 경기도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회장이다. 경기도교육청 『2021 경기형 관계회복프로그램 워크북(중등)』(2021), 『중등 평화로운 학급공동체 워크북 ver.2.0』(2018), 『중등 평화로운 학급공동체 워크북』(2016)을 공동 집필했다. 회복적 교육을 매개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만나며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회복적 문화 속에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김화수
경찰대학에서 무도체육센터장(체육학과장)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경찰청 경호교수요원, 서울경찰청 윤리 인성 강사, 중앙경찰학교 상담기법 외래강사, 경찰청 현장연구모임인 공무원(경찰)상담산말연구회 대표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경찰현장의 수사학』(2016), 『경찰위기중재상담』(2014), 『경호프로파일링 S.S.R.F.P』(2014) 등이 있다.
서정기
신학을 공부했고 평화교육 활동가로 살았다. 어떻게 평화를 가르쳐야 하는지 알고 싶어 교육학을 공부했고, 교육인류학을 전공하며 갈등과 폭력을 연구했다. 학교폭력을 연구하며 회복적정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회복적정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며 갈등과 폭력으로 상처받은 개인과 공동체를 돕고 학교, 마을, 지역사회를 평화로운 공동체로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협동조합 회복적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창립에 함께했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와 교육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는 협동조합 회복적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대표이자 교육 실천가로 살아가고 있다.
양재연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18년차 학부모이자 마을활동가다.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와 성남마을 공동체만들기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2021년 성남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이자 성남혁신교육포럼 회복적교육생태계 분과장이다. 학교와 마을의 갈등을 해결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연명옥
인천시 1호 혁신학교인 선학중학교 교사다. 2014년에 학급 여학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났다. 공부와 실천을 통해 학생들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하고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을 이어 오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스스로와 다른 이들의 회복을 돕고 공동체로의 연결과 성장을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하고자 한다.
유현숙
성남 분당중학교 생활인권부장이다. 용인 죽전중학교 생활인권부장으로 재직하면서 2014년에 회복적정의와 회복적 생활교육을 처음 접하고 관련 실천과 배움,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부터 3년간 경기도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에서 활동했으며, 2018년 1월 캐나다 밴쿠버 회복적 학교 탐방 연수에 참가한 이후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배운 것을 적용하고 실천하고 있다.
윤정하
경기도 안양 부림초등학교 교사다. 2014년에 우연히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면서 교사로서 좇아야 할 삶의 방향을 새롭게 깨달았다. 그 후 연구회와 교사 모임에 참여하여 회복적 생활교육을 배우며 실천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깊이 연결될 때 교육이 제 길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에는 교사들의 회복을 돕고자 긍정심리상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저서로는 『선생님 말에 상처받았니?』(공저, 2010), 『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공저, 2007), 『내 말에 상처받았니?』(공저, 2005) 등이 있다.
이영정
회복적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교육팀장이다. 교직을 시작했을 때 받았던,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답을 찾다가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났고, 지금은 학교 너머에서 회복적정의를 알리는 실천가(갈등조정자문단, 회복적 경찰 활동 등)로 활동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을 믿으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윤경
사단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이다. 학습지 회사에서 광고·홍보, 교사 연수, 회원 상담 자료를 제작했던 경험을 발판으로 사교육을 비판하며 공교육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2016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학부모 대상 학교폭력 강의와 토론회 등에서 학교폭력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강사, 학부모 컨설팅 운영위원, 학생인권위원과 국무총리 직속 시민사회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준원
36년 동안 경기도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2012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는 고양시 덕양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 마을 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 공동체 만들기’, ‘회복적 생활교육’을 정착시키는 데 전념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부모 내면 아이(Inner child) 돌보기’, ‘학교 혁신’, ‘부모 역할’, ‘회복적 생활교육’ 등의 주제로 전국의 교사와 학부모를 만나고 있다.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2020), 『평화의 교육과정 섬김의 리더십』(공저, 2020),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공저, 2020), 『내면아이』(공저, 2017) 등을 저술했다.
최명화
회복적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부대표다. 우리 사회가 회복적정의를 통해 조금 더 평화로워지기를 희망하며 다양한 공동체에 회복적정의를 알리고 회복적 관점에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의 여러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 갈등조정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학교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차례
서문
1. 학교폭력 대응, 성공 없는 실패
좌담 서정기, 유현숙, 이윤경
학교폭력 현황과 실태
교육이 사라진 학교에 ‘친구’는 없고 ‘관련 학생’만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학교폭력의 진정한 해결책인가?
2. 회복적정의, 교육에 부는 새로운 바람
좌담 김유미, 서정기, 이준원
새로운 교육, 새로운 학교에 대한 열망
교사 공동체, 회복적 문화를 꿈꾸다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만드는 민주적 학교 공동체
3. 교실에서 만나는 회복적 실천
좌담 서정기, 연명옥, 윤정하, 이영정
존중과 신뢰로 모두의 성장을 만드는 회복적 학급 공동체
함께 돌보며 모두를 성장시키는 회복적 교실 이야기
함께 만드는 새로운 질서, 회복적 갈등 해결
4. 용서와 치유를 만드는 회복적 대화모임
좌담 권재원, 서정기, 최명화
관계 회복을 위한 선택
회복적 대화모임, 치유를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
5. 회복적 공동체를 향한 도전
좌담 김화수, 서정기, 양재연, 최명화
지역사회의 힘으로 만드는 회복적 교육과 돌봄
학교의 경계를 넘어 회복적 마을을 꿈꾸다
형사 합의를 넘어, 관계 회복을 향한 새로운 도전
책속으로
정해진 매뉴얼대로 처리하는 게 당장은 편하고 신속해 보이지만, 결국 그것이 문화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구조적인 문제를 축적하면서 오히려 모두를 악순환의 피해자로 만든다. 어느 순간부터는 교육의 영역을 벗어난 것 같기도 하다. 이미 학교폭력 관련 변호사나 행정사 시장이 형성되었고, 학교폭력 보험 상품도 나왔다. 그러면서 사법적인 해결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다. 사회적 지지와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응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파괴적인 문화를 더 공고히 하는 연결망이 생겨나고 있다.
– 15쪽
필요가 채워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는 피해자와,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지 못한 채 주어진 처벌 앞에서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가해자는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만 가슴에 남긴 채 멈춰 버린다.
– 49쪽
교문으로 들어올 때부터 집에 돌아갈 때까지 회복적정의에 입각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교문 앞에 학생부장 선생님이 서서 “야, 너 이리로 와”라고 하는 학교가 아니라, “어서 오거라”라며 존중과 환대를 보여 주는 학교가 회복적 학교다.
– 83쪽
문제 중심 접근, 처벌 중심 접근이 아이들과 교사와의 관계를 깨고 ‘불신 지옥’을 만들었고, 교사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해 고통받았다. 잘못을 찾아서 처벌하고 그 대가를 묻는 시스템은 무척 비교육적이다. 교육적 역할을 온전히 인정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시스템에서는 교사가 될 때 꿈꿨던 삶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아이들과 다시 연결되게 해 주고,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면 교사의 삶이 완전히 새로워진다.
– 142쪽
나의 회복적 실천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면서 시작되었다. …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학생의 성장을 도울 때 비로소 온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런 경험은 교사도 부모도 함께 성장하게 한다.
– 190쪽
이 논의의 핵심은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하고 회복시킬 것인지, 공동체는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할 것인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건강한 성장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다.
– 226쪽
가해자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큼 피해자가 피해를 극복하고 생존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해자 통제에만 집중해서 사회적 자원과 비용을 가해자에게 모두 들이는 것은 피해자를 더 큰 절망에 빠뜨릴 수 있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 피해자의 다양한 필요를 채우는 시스템을 갖춰야 ‘종결’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 237쪽
사안 하나가 우리 삶 전체에 영향을 주고, 삶은 당연히 마을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학교에서 터진 일이라고 학교에서만 다루고, 경찰의 문제라고 법적으로만 다루다 보면 삶의 모든 영향을 함께 들여다보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데 실패한다.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 문제를 나와 관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과 지역 안에서 다루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 3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