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른은 공부 안 하는 한국”… 여전히 입시 문제에 머물러 있는 우리 교육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나 사회의 발전에서 교육은 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산업화 시대의 출발과 확산에도 교육은 강력한 촉진자의 역할을 다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문명은 변화하는데, 새로워져야 할 교육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저자는 교육개혁이 더딘 것은 많은 나라의 공통 현상이지만, 한국은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원인은 간단하다. 산업 시대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제도를, 더 좁게는 입시 문제만을 중심으로 사고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정보 시대, 변화를 위한 처방 ‘학습사회’
산업 시대에는 지식과 기술의 변화 속도가 지금만큼 빠르지 않았으므로 아동·청소년기에 받은 교육으로 일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 시대는 지식과 기술의 빠른 변화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평생학습을 요구한다. 즉 산업 시대에는 아동·청소년기 학교교육이 사회를 유지했지만, 정보 시대에는 생애 전체에 걸친 평생학습이 사회를 유지하는 토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교육에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과감한 새 판 짜기’, 즉 능동적 학습활동을 사회 작동의 토대로 만드는 학습사회 건설 운동이라 주장한다.
학습사회 건설을 위한 논의의 기초 마련
학습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적·집단적 역량을 높이는 능동적인 평생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적 시민사회다. 저자는 시민과 학습자들의 적극적인 주권 행사를 통해 학습사회를 건설할 수 있으며 그에 앞서 이 시대적 과제를 주도하기 위한 논의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인류의 진보에 학습이 어떤 역할을 했고, 각 시대마다 학습활동을 어떻게 관리해 왔으며, 새 시대를 맞아 학습사회의 건설을 위해 주요국들이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그에 비추어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게 해 주는 것이다.
학습사회 건설을 위한 구체적 과제 제시
저자는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구촌 곳곳의 교육 혁신 사례와 학습도시, 직업교육제도, 학습인증제도, 거버넌스 운영 사례를 통해 학습사회 건설을 위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평생교육론의 개척자’라 불리며 평생 학계와 국가의 울타리를 넘나들면서 학습사회 건설에 이바지한 저자가 보고, 듣고, 읽고, 연구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자평
원로 교육학자가 ‘교육’이 아닌 ‘학습’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모든 시민이 적극적 평생학습자로 살아가는 학습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류 문명사와 국제 동향 고찰, 국가 간 비교를 통해 인간이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배우는 존재임을 드러내며 평생학습 정책·제도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제공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지은이
김신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평생교육연합회 고문, 전국평생학습연석회의 자문위원장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평생교육학회 회장, 한국교육학회 회장, 동아시아 평생교육포럼 회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백석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국제 성인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저서로는 『교육사회학』(2015),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교육생각』(2006), 『학습사회의 교육학』(2005), 『평생교육학』(2001), 『시민의 교육학』(1995), 『한국교육의 현단계』(1990) 등이 있다.
차례
서문
01. 늦게 가는 교육 시계
새 시대의 요구
성공한 국가들
산업화가 만든 학교제도
새로운 학습 시대
한국의 상황
이 책의 구성
02. 문명과 학습
문명의 동력
학습자 인간
다양화하는 학습활동
적극적 학습자
학습활동에 대한 통제와 갈등
03. 학습의 관리
관리되는 학습생활
문명 단계별 학습 관리
04. 학습사회 진입
어른은 공부 안 하는 한국
성인교육에서 평생학습으로 발전
학습사회 선구자들
새로운 용어와 개념들
확장하는 학습활동과 자기 주도성
05. 생활세계의 학습장화
학습 공간의 확장
지역학습센터
한국의 생활세계 학습
06. 학습도시
학습의 사회적 기능
학습도시의 발전
학습도시 국제 동향
학습도시 평가
한국의 학습도시
07. 직업세계
오이시디
유럽연합
국가별 사례
한국
08. 학교와 대학의 변화
학교는 없어지는가?
혁신을 기다리는 학교
평생학습 시대 학교
고등교육의 변화
평생학습대학교
한국의 고등교육
유아기에 출발하는 평생학습
09. 학습인증제도의 진화
제도 밖 학습의 가치 인정
학습인증의 확대
유럽 국가들
한국
전망과 과제
10. 거버넌스와 재정
교육 거버넌스의 환경 변화
교육 거버넌스의 새로운 방향
학습사회의 재정
한국 상황
11. 학습사회의 전망
유연한 제도
능동적 평생학습문화
학습자시민
미주
책속으로
한국 교육에서 시급한 개혁 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항상 학교다. 그러나 해방 이후 역대 정부에서 추진한 개혁은 실패를 거듭했다.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 ‘교육개혁’이라는 말만 들어도 대다수 국민이 염증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교육개혁은 왜 모두 실패했는가? 그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깊이 따져 보면 원인의 핵심은 시대변화에 따르지 못한 개혁 목표 설정에 있다. 이미 정보 시대에 진입한 21세기임에도 산업 시대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제도만을 중심으로 사고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 18쪽
학습은 배우는 활동이고 교육은 가르치는 활동이다. 교육은 학습을 관리하고 돕는 활동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르치기 때문에 배우고, 배우려면 가르침이 있어야 하니, 결국 같은 것 아니냐고 주장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가 학습활동을 통해 지식, 기술, 관점, 가치관 등을 창출하거나 습득해서 가르칠 내용이 만들어진 것이므로, 학습이 먼저 이루어진 뒤에 교육이 뒤따른다. 그리고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것을 모두 배우는 것도 아니고, 가르치는 대로 배우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누가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배우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가르치는 활동과 배우는 활동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활동이며, 학습이 선행되고 교육이 그 결과를 전파한다.
– 33쪽
평생학습 시대에는 학습활동이 종적, 횡적으로도 확장될 뿐 아니라, 학교 주도 학습을 넘어 학습자 주도 학습이 강조된다. 새 시대의 학습은 종적으로는 생애의 전 기간(lifetime)으로 확장하고, 횡적으로는 삶의 전체 영역(lifewide)으로 확장하며, 학습활동을 타율적 관리에서 자율적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 자기 주도적(self-directed) 학습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전개된다. 이러한 새로운 현상을 담아내기 위한 개념으로서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은 종적, 횡적, 질적으로 확장된 학습 현상 전체를 포괄한다.
– 109쪽
추천글
‘학습사회’, 학습사회‘론’도 학습사회 ‘개설’도 아닌 이 당돌한 제목에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 교육 담론인 ‘교육주의’에 맞서 고통스럽게 견지해 왔던 오랜 철학과 간구가 깃들어 있다. “사람은 무엇을 배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세상을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타고 났다”는 ‘김신일표 학습주의’. 이 학습주의가 현실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바로, 저자가 그 실제적 현현을 위해 이론과 실천을 무기로 평생을 싸워 온 ‘학습사회’다. 자신의 인품을 빼닮은 순하지만 깊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학습사회에 대한 그의 염원이 고매한 이상이 아니라 당면한 실천 과제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그러니까, 단순한 이론서나 교양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새로운 교육헌장인 셈이다.
김영철 서울시 소통자문관·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직면하여 ‘한국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교육 본질적 질문에 ‘학습사회’ 건설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답으로 제시한다. ‘누구나 생애 전체에 걸쳐서, 동시에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필요한 것을 배우는 삶의 과정으로서 학습사회’에 대한 제안은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영감을 제공한다. 저자는 문명사적 교육 흐름과 동시대적 국제 동향을 통찰하는 가운데 한국 교육의 현 위치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사회 건설’이라는 방향을 제시하여 독자의 깊은 공감과 설득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미래 사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시스템뿐 아니라 사람을 바꿔야 하며, 교육과 학습을 통해 민주적 시민의식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권자를 키우는 민주시민 교육을 교육의 주된 테마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창의적 민주시민을 기르는 혁신 미래교육’이라는 서울시교육청의 교육 비전과 맞닿아 있다. 한국 교육의 변화와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과 함께 이 책을 읽고 밤새 토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