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래교육 담론의 홍수 속 ‘학습자 주도성’, 낯설게 보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학교 없는 학습’, ‘교사 없는 학습’의 가능성이 대두됐고, ‘학습자 주도성’은 미래교육 담론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학습자가 주도하는 학습, 학습자 맞춤형 교육, 학습자 선택권 보장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학습자 주도성에 대한 주류 담론의 논의는 방법론적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학습자가 어떻게 학습자 주도성을 함양하고 발휘하게 할 것인지 논하기 전에 학습자 주도성이 무엇이며 어디를 향하는지, 즉 학습자 주도성을 발휘한 학습자가 무엇을 배워서 어떤 존재가 되는지 묻는 이가 없는 것이다. 저자들은 “비판적 성찰 없이 논의되는 미래교육은 방향을 상실하고 주류 이데올로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지금 논의되는 학습자 주도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루소에서 메지로우까지: 학습자 주도성의 계보 그리기
학습자 주도성을 낯설게, 새롭게 보기 위해 저자들은 개념의 사상적, 정책적 계보와 개념 지도를 그린다.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관에서 출발해 듀이와 피아제, 비고츠키, 메지로우 등 주요 교육 사상가들의 이론을 경유하여 오늘날 미래교육 담론에 이른다. 또한 5·31 교육개혁에서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이르는 정책적 계보를 살펴봄으로써 학습자 주도성 개념과 담론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 변용되어 왔는지 드러낸다. 이는 오늘날의 학습자 주도성이 위치한 맥락을 보여 주며, 동시에 새로운 학습자 주도성을 상상하는 발판이 되어 준다.
교사 없는 학습, 학교 없는 학습은 착각이다: 새로운 학습자 주도성 상상하기
교육 연구자인 저자들은 국내외, 공교육 안팎의 사례 분석과 현장 연구를 통해 실제 교사와 학습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난 새로운 학습자 주도성의 양상을 보인다. 미국의 알트스쿨, 일본의 학습자 주체 교육, 한국의 혁신 초등학교와 대안학교를 넘나들며 수업 관찰과 면담을 통해 수집한 생생한 자료들을 함께 실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교사 없는 학습, 학교 없는 학습과 학습자 주도성이 착각이자 허구임을 보인다. 또한 조타수로서 학습과 성장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교사 역할이 어떻게 학습자의 자율·선택과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200자평
미래교육 담론의 키워드로 떠오른 ‘학습자 주도성(student agency)’ 개념의 사상적, 정책적 계보를 그리고 국내외 사례를 담았다. 학습자 주도성이 교사 개입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인 학습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한, 공교육에 더 나은 미래는 없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주도하는 것이 학습자 주도성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 묻고 답한다.
지은이
남미자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화학과 물리화학을 공부한 경험 덕분에 ‘과학기술계 박사 비정규직의 정체성과 사회구조’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청소년 시민권, 기후 위기와 교육 체제, 생태페미니즘 등이다. 또한 경계 또는 경계 바깥 사람들의 곁이 되는 연구에 관심이 많다. 주요 논문으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원격수업에 대한 소고”(2020), “18세 선거권이 남긴 교육의 과제”(공저, 2020), “청소년 정치참여의 의미와 학교교육의 방향”(공저, 2020), “교육열, 능력주의 그리고 교육공정성 담론의 재고: 드라마 의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공저, 2019), “대학 비진학 청년의 생애사 연구: 일반고 졸업생을 중심으로”(공저, 2019) 등이 있다.
김경미
학부와 대학원에서 지구과학교육을 공부했다. 공립학교와 대안학교를 넘나들며 과학 교사로 살아오다, 더 나은 교육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교육인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심을 바탕으로 현재 ‘마을학교’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 중이며, 청소년들이 삶의 주체가 되어 성장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주요 논문으로는 “‘전환’을 추구하는 대안학교에 관한 사례연구: 늘푸름학교를 중심으로”(2018) 등이 있다.
김지원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에서 학사,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ᐨMadison)에서 교육과정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공정한 교육, 재개념론적 관점에서 본 유아교육과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주 연구 분야는 교사교육, 문화감응교육, 놀이, 유아수학교육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학교 시민 양성하기: 유아교사의 학교준비도 신념과 문화감응 교수 실천 사례연구(Preparing “good little school citizens”: One public prekindergarten teacher’s readiness beliefs and impleᐨmentation of responsive mathematics practices)”(2021), “유아 공교육의 미래 상상하기(Imagining a future in pre K: How professional identity shapes notions of early mathematics)”(공저, 2015) 등이 있다.
김영미
경기도교육연구원 초빙연구원이다. 일본사회사업대학(日本社會事業大學)에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일본국립장애인재활센터 의료상담개발부에서 ‘고차뇌기능장애’ 모델 사업 연구에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성공회대, 동덕여대, 삼육대 등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했으며 장애인복지론, 의료사회사업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등을 가르쳤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한국과 일본의 교육복지, 장애인복지, 특수교육이다. 변화하는 교육 체제의 흐름에서 교육적 과제를 사회복지 철학을 바탕으로 확장하는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일본 청소년 참정권 확대과정과 주권자교육에 관한 연구”(공저, 2020), “경기도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합리적 교육복지서비스 운영 방안 연구”(공저, 2020), “고령지체장애인의 스마트토이 이용 만족도와 사용 경험 분석”(공저, 2020) 등이 있다.
박은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강사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 석사학위를 받고 동대학원에서 교육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관심사는 해나 아렌트의 사상, 교사교육, 교육사상사 등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나 아렌트와 교육의 지평』(공저, 2020), 『교육의 본질을 찾아서』(공저, 2020) 등이 있다.
박진아
교육사회학과 평생교육학을 공부했으며,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서 학생들과 만나 교육과 사회에 관한 배움을 나누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교육, 페미니즘교육, 인문예술교육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자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빈곤층 학생의 교육 경험과 성장에 관한 연구”(공저, 2016), “대학 비진학 청년들의 빈곤경험과 노동경험: 일반고 졸업생을 중심으로”(공저, 2017), “예술체험을 통한 부모교육의 실제와 의미탐구: 부모역량을 중심으로”(공저, 2018), “혁신고등학교의 교육과정 혁신을 통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관한 사례 연구”(공저, 2020) 등이 있고, 저서로는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공저, 2019)가 있다.
이혜정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학교의 성정치학과 청소년의 섹슈얼리티 문화 및 실천, 학교 안 차별과 혐오, 재난 시기 학교 역할의 변화 등이다. 또한 청소년(학생)의 빈곤과 소외, 배제 경험과 배움, 교차적 현상으로서의 억압과 청소년 주체, 학교 안 소수자 집단의 경험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여성 교사 연구에 대한 젠더 분석”(공저, 2020), “교육 공정성에 관한 미디어 담론 분석”(2019), “빈곤, ‘공부’ 그리고 학교”(공저, 2017)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공저, 2019)가 있다.
차례
서문: 방향을 잃고 부유하는 공교육 v
학습자 주도성 담론이 말하지 않는 것들 viii
학습자 주도성의 공적 의미를 찾아서 xi
01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학습자 주도성의 진실 1
학습자 주도성 담론의 사상적 계보 1
학습자 주도성 담론의 정책적 계보 27
02 대안적 학습자 주도성 상상하기 59
무엇을 위한 주도여야 하는가 61
새로운 학습자 주도성은 무엇인가 69
학습자 주도성의 개념 지도 80
03 교육 현장에서 발견한 대안적 학습자 주도성 85
미국의 알트스쿨 85
일본의 학습자 주체 교육 104
혁신초등학교: 가을초등학교와 바람초등학교 117
경기꿈의학교: 맹지바당 137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과정 156
04 학습자 주도성 발현의 촉진 요인과 저해 요인 187
학습자 주도성 발현의 촉진 요인 188
학습자 주도성 발현의 저해 요인 211
집단 간 인식 차이 229
05 공교육의 학습자 주도성 237
교사 주도와 학생 주도라는 모순 사이에서 237
교사와 학생의 만남을 통해서 241
비예측적인 방식으로 244
맺으며 247
참고 문헌 255
책속으로
문제는 미래 사회 담론이 탈맥락적이거나 탈이념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 역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지 않다. 따라서 비판적 성찰 없이 주류 담론에서 말하는 미래 사회 변화를 기정사실화한 채 논의되는 미래교육은 방향을 상실하고 주류 이데올로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 vii페이지
5·31 교육개혁안에 대한 주된 비판의 핵심은 그것이 신자유주의 시장 원리에 근거한 교육개혁안이라는 데 있다. 5·31 교육개혁안은 ‘수요자 중심’이라는 경제 용어가 ‘학습자 중심’이라는 교육 용어와 동의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최초의 교육개혁안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교육계에서 사용하지 않던 경제 용어인 자율, 경쟁, 수요자ᐨ공급자, 서비스라는 용어를 공식 문서 수준에서 사용한 상징적 사례로 그 근간에 시장 경쟁 원리에 기반한 교육 체제 재편을 지지하는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담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윤미, 2001). 이는 우리나라의 학습자 중심 교육 정책들의 뿌리가 사실은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원리에 기초하여 수용되고 확산되어 왔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30페이지
수요ᐨ공급의 경제적 관계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맥락에서 ‘자율’은 어떻게 변용되는가? 신자유주의 원리에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단위학교, 개별 학습자에게 권한 이양을 함으로써 보장되는 ‘자율’은 기업처럼 학교와 개인도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무성’의 개별화로 돌아온다. 학교와 개인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스스로에게 생긴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관리·자기 경영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교육의 여러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할 책임 또한 단위학교와 개인에게 전가된다.
– 50페이지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학습자 주도성은 학습자에 의한 독립적 주체성이 아니라 교육적 개입에 의한 특정 방향, 곧 ‘총체적 잘 살기’를 향한 삶의 주도성과 연결되어야 하며 학습자의 개별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행위주체성을 가진 교사가 자신의 수업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해를 바탕으로 교수학습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실천 방식을 개선해 가는 것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교사에게 연구자, 실천가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 24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