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는 과학기술과 그로 인해 형성된 매개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SF는 단순히 공상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장르가 아니라, 그 무엇보다 현실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장르다. 때문에 한국의 SF에 대해 살펴보고, 그 이후를 생각하는 일은 우리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 방법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해 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커다란 방법론 하나를 손에 넣는 것이기도 하다.
지은이
이지용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다.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및 신한대학교 언론학과에서 대중문화 및 장르 문학, 스토리텔링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대체역사 소설의 서사양상 연구”(2010)로 석사학위를, “한국 SF의 스토리텔링”(2015)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부터 한국 SF 텍스트에 대한 실증 연구 결과물인 “한국 SF 연대기”를 웹에 연재하고 있다(https://brunch.co.kr/magazine/koreasfchronic). 저서로는 『속도의 풍경–천리마시대 북한 문예의 감수성』(공저, 2016). 『한국 창작SF의 거의 모든 것』(공저, 2016), 문학과 미디어의 이해(공저, 2012)rk 있다.
차례
장르의 형성과 유입까지의 소사
01 부국강병과 탈아입구
02 저항의 도구와 대중소설
03 사회주의 이론의 프로파간다
04 창작의 부재와 과학진흥정책
05 청소년 교육을 위한 도구
06 SF 만화와 애니메이션
07 과학에 대한 인식의 지체
08 PC통신과 가상공간
09 팬덤의 탄생과 웹진
10 인공지능 시대와 SF
책속으로
SF의 시작은 메리 셸리(Mary Shelly)의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1818)으로 보는 것이 장르의 의미를 정립하는 데 용이하다. 이 작품은 문학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견지해 오던 상상력의 영역을 단순히 환상만으로 구축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논리적 상상력을 결부시켜 형상화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SF를 정의할 때 “과학이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들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정의하는 것도 이와 같은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된 과학에 대한 접근은 SF의 상상력이 합리적 상상력, 즉 실현 가능성을 내포한 상상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찰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논리에서 유토피아 문학을 SF의 영역에서 언급하는 것은 장르를 정의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장르의 형성과 유입까지의 소사” 중에서
SF가 가지고 있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시대에 대한 통찰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계몽의 매개가 되었을 때 그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이를 단순히 탈아입구(脫亞入歐)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한 도구로 가지고 들어온 유학생들이나 애국계몽 운동가들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는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을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제법 명확하게 인식했던 것 같다. 식민지 시대의 한국 SF가 저항의 도구로 해석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항의 도구와 대중소설” 중에서
한국 SF 애니메이션의 독자적인 설정은 1990년대 이현세의 <아마게돈>의 제작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물론 콘텐츠 자체의 만듦새나 설정에는 여전히 장르적 정체성을 견지하는 데서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아동·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던 매체의 한계를 벗어나 주제나 소재 면에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이후 <녹색전차 해모수>(1997), <영혼기병 라젠카>(1998), <바이오캅 윙고>(1998)와 같은 TV 애니메이션이 활발하게 제작·발표되면서 한국만의 특징을 가진 SF 애니메이션 창작이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 영상으로 표현되는 SF 장르 중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특수촬영물이 일본의 콘텐츠 일색에서 벗어나 <지구용사 벡터맨>(1998)과 같은 한국에서 제작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한국 SF의 장르적인 담론에서 보았을 때도 큰 성과다. 이런 경향들은 2000년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큐빅스>(2000), <그린캅스>(2001), <가이스터즈>(2001), <바다의 전설 장보고>(2002)와 같은 특색 있는 작품들이 꾸준히 발표됐다.
“SF 만화와 애니메이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