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햄릿은 성을 배회하는 선왕의 유령으로부터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해 달라는 당부를 듣고 괴로워한다. 선왕의 죽음이 숙부이자 계부인 클로디어스의 흉계임을 알고 복수의 기회를 엿본다. 선왕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려는 햄릿과 그의 의도를 눈치챈 클로디어스의 외적 대립이 주를 이루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 핵심은 햄릿 내부에서 전개되는 갈등이다. 그는 클로디어스의 흉계를 모두 알아차리고도 복수를 선뜻 실행하지 못한 채 주저한다. 이처럼 셰익스피어 비극은 개인과 그를 둘러싼 사회나 운명의 대립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개인 내면에서 진행되는 도덕적 갈등이 본질적이다. 이러한 갈등 구조에서 인물의 성격과 극단적인 행동은 그를 파국으로 이끄는 숙명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부패한 사회의 도덕적 주인공 햄릿의 체험은 우리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한 양식일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경험을 이 작품에 투사해 해석한다. 햄릿은 어긋난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의 전형이며, 그의 주저함은 이항대립의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햄릿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행동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정의라는 것이 선한 자의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결코 쉽게 성취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햄릿의 시대나 지금이나 정의와 불의, 실체와 허구, 이성과 격정, 사랑과 미움은 항상 서로 대립하고, 질서를 유린하는 힘은 항상 존재하며, 삶에서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그러나 극은 희생과 상실로만 끝나지 않는다. 깨진 질서는 언젠가는 다시 복구된다는 믿음이 있고, 삶의 균형은 다시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존재한다. 이는 모든 비극이 담고 있는 낙관성의 토대다.
200자평
셰익스피어 비극은 개인과 그를 둘러싼 사회나 운명의 대립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개인 내면에서 진행되는 도덕적 갈등이 본질적이다. 이러한 갈등 구조에서 인물의 성격과 극단적인 행동은 그를 파국으로 이끄는 숙명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그의 대표 비극이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3일 존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 사이에서 태어났다. 주로 ≪성경≫과 고전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라틴어 격언도 암송하곤 했다. 열한 살에 입학한 문법학교에서 문법, 논리학, 수사학, 문학 등을 배웠는데, 특히 성경과 더불어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셰익스피어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리스어도 배웠지만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다. 이 당시에 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식 있는 작가들을 ‘대학재사’라고 불렀는데, 셰익스피어는 이들과는 달리 대학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타고난 언어 구사 능력과 무대예술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다양한 경험,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력은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쌍둥이 자녀가 태어난 1585년 이후 7∼8년간 고향을 떠나 떠돌아 다녔는데, 이 기간 동안 셰익스피어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1590년경에야 런던에 도착해 이때부터 배우, 극작가, 극장 주주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대작가의 생애는 대부분의 경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포함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경우는 그리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없다. 런던으로 이주한 셰익스피어는 눈부시게 변하고 있던 수도 런던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1558∼1603)이 통치하던 이 시기의 런던은 많은 농촌 인구가 유입되어 대단히 북적거리고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 인구의 급격한 팽창으로 도시는 지저분해지고 많은 문제점들이 야기되었지만,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활발한 경제 활동, 다양한 문화 활동과 행사, 특히 빈번한 연극 공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흥을 제공하면서 셰익스피어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1590년대 초반에 집필한 ≪타이터스 안드로니커스≫,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이 런던의 무대에서 상연되었다. 특히 ≪헨리 6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 교육도 받지 못한 작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기는 더해갔다. 1623년 벤 존슨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작가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호평하며, 그는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1668년 존 드라이든은 셰익스피어를 “가장 크고 포괄적인 영혼”이라고 극찬했다. 셰익스피어는 1590년에서 1613년에 이르기까지 10편의 비극(로마극 포함), 17편의 희극, 10편의 역사극, 몇 편의 장시와 시집 ≪소네트≫를 집필했고, 대부분의 작품이 살아생전 인기를 누렸다. 1616년 4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김종환은 1981년 계명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2년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 이후 계명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5년에 재남우수논문상(한국영어영문학회)을 수상했고, 1998년에는 제1회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을, 2006년에는 원암학술상을 받았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영미어문학회의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주요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 17편을 번역했고 현존하는 소포클레스의 작품 7편을 완역했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 3부작을 번역했고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번역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가 있는 법!
죽음이란, 지금 오면 장차 오지 않을 것이고,
장차 오지 않으면 지금 올 것이 아닌가?
지금 오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오고 마는 법!
마음의 준비를 하고 순리를 따르세.
어느 누구도 사후의 일을 알 수 없는데,
세상을 일찍 떠난들 뭐가 그리 아쉽겠나?
293-2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