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별 시인과 국가를 넘어서 수십 년간을 관통하고 있는 현대시의 본질을 통찰한다
이 책은 보들레르 이후 약 100년간의 서구 시의 흐름에서 주도적으로 나타났던 시의 경향들의 통일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자연주의 등의 전통과 결별하고 광범위한 의미에서 소위 모더니즘으로 지칭될 수 있는 현대성의 시인들, 이를테면 릴케, 트라클 및 벤과 같은 독일 시인들, 아폴리네르에서 생존 페르스에 이르는 프랑스 시인들, 가르시아 로르카에서 기옌에 이르는 스페인 시인들, 팔라체스키에서 웅가레티에 이르는 이탈리아 시인들, 예이츠에서 엘리엇까지의 영국 시인들을 서로 연결하는 문체 원리 및 정신적 상황의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그 본질을 보들레르, 랭보, 말라르메와 같은 선구자들의 시와 시론에 대한 집중적 고찰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현대시의 시인들은 불협화와 비규범성 속에서 자신의 문체 원리를 세웠고, 이 원리는 현대적 정신이 처한 역사적 상황에서 생겨났다. 기술 문명, 상품 시장, 노동 소외, 집단적 강요에 의해 지배되고 산업혁명과 더불어 인간적 영역을 최소한으로 축소시켜 버리는 시대의 부자유로부터 오는 고통. 이 고통에 맞서서 극단적인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이러한 시는 또한 그 시대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들 시인들의 창작 행위는 근대화 과정의 모순에 대항하는 개인적인 생산 양식, 즉 물량화되어 가는 세계 속에서의 질의 회복이고, 합리화된 시장 체계 속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감정의 피난처를 마련함이며, 삶의 파편화와 개인의 단자화에 대한 저항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의 내면화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현대시가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의미한 지점이고, 이 책은 모호하고 불가사의한 현대시를 파악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뿐 아니라 나아가 모더니즘의 기본 개념들을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200자평
모더니즘 시학의 고전인 이 책은 보들레르 이후 약 100년간의 서구시의 흐름에 있어서 주도적으로 나타났던 시 경향의 통일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수많은 현대시인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무엇보다 모더니즘의 기본 개념을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산문이라기보다는 운문에 가까운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그만큼 더 생생하게 현대시의 본질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지은이
1904년 카를스루에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대학입학 자격을 취득한 후 게르만어문학, 로망스어문학 및 역사, 철학, 예술사를 공부했다. 그리고 1928년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비교문예학 연구로 학위를 취득한 후 뮌헨으로 가서 로망스어문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1934년 쾰른대학교에서 <현대 프랑스에 있어서의 반(反)로망스어적 사유>란 논문으로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하고, 1937년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로망스어문학 교수로 초빙되어 이후 그곳에서 퇴임 때까지 계속 강의했다. 1957년 이후 후고 프리드리히는 독일문학학술원 정회원, 1958년 이후에는 하이델베르크학술원 정회원, 1960년 이후에는 미국 현대언어협회의 명예회원으로 활동했으며 1978년 사망하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저술들을 발표했다. ≪데카르트와 프랑스의 정신≫(1937), ≪프랑스 소설의 세 거장: 스탕달, 발자크, 플로베르≫(1939), ≪신곡(神曲)에 나타난 법형이상학≫(1941), ≪몽테뉴≫(1949), ≪이탈리아 서정시의 시대≫(1964), ≪번역 기법의 문제≫(1965)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옮긴이
1955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동 대학원 독어독문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 현재 동의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고전 번역과 고전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독서 평론집 ≪춘향이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가 있고, 번역한 책으로 괴테의 ≪색채론≫,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게걸음으로 가다≫, ≪나의 세기≫(공역), 후고 프리드리히의 ≪현대시의 구조≫, 아나 제거스의 ≪약자들의 힘≫, 베르너 융의 ≪미메시스에서 시뮬라시옹까지≫, 크빈트 부흐홀츠의 ≪책그림책≫, 카타리나 하커의 ≪빈털터리들≫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판 서문
제9판 서문
제1장 전망과 회고
현대시에 대한 전망: 불협화와 비규범성
부정의 범주들
18세기의 이론적 서곡: 루소와 디드로, 노발리스, 그리고 프랑스 낭만주의
제2장 보들레르
현대성의 시인
탈개성화
집중과 형식 의식: 시와 수학
종말론과 현대성
추(醜)의 미학
붕괴된 기독교
공허한 이상성
언어 마술
창작적 상상력
해체와 데포르마시옹
추상과 아라베스크
제3장 랭보
서론
방향 상실
견자(見者)의 편지: 공허한 초월, 비규범성의 추구, 불협화의 ‘음악’
전통과의 단절
현대성과 도회시
기독교 유산의 강요에 대한 저항: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인공적 자아: 탈인간화
<취한 배>
파괴된 현실성
추화(醜化)
전제적 상상력
<일뤼미나시옹>
독백시
최종적 평가
제4장 말라르메
서론
문체 전개
탈인간화
저항, 작업, 그리고 유희로서의 시
무(無)와 형식
진술되지 않은 것에 대해 진술함
침묵으로의 근접
이해 불가능한 암시적인 시
존재론적 도식-무와 언어
비의(秘儀)주의, 마술과 언어 마술
전제적 상상력, 추상과 ‘절대 시선’
언어와 더불어 홀로 있음
제5장 20세기의 유럽 시
방법에 대한 고찰
‘지성의 제전(祭典)’과 ‘지성의 몰락’
20세기의 스페인 시
시에 대한 두 성찰: 아폴리네르와 가르시아 로르카
디오니소스에서 아폴로로
현대성과 그 문학적 유산에 대한 두 가지 입장
탈인간화
고립화와 불안
언어 마술과 암시
폴 발레리
비논리시
부조리: 유머 문체
T. S. 엘리엇
생존 페르스
전제적 상상력
혼효의 기법과 은유들
총괄적 결론
현대시 연표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들을 수 있는 독자라면 이러한 시 속에서 진부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 독자가 아니라 혼돈과 공허를 향하여 발언하는 냉혹한 사랑을 알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