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먼저 노장사상의 핵심 개념인 도(道)에 대해 설명한다. 도의 성격을 두 가지 차원에서 파악하는데 우주·자연·인간세 원리로서의 도와 인간의 완성을 향한 도의 작용이 그것이다. 우주·자연·인간세 원리로서의 도는 무질서하지만 생명 있는 존재, 존재하지만 알 수 없는 존재, 무위자연(無爲自然)한 존재로 각각 구분해서 설명했다. 이런 구분은 서양철학을 구성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존재론적 차원, 인식론적 차원, 도덕철학적 차원을 제각각 반영한다. 그리고 인간의 완성을 향한 도의 작용은 외물만 다를 뿐 만물은 같다는 제물(齊物), 마음을 가지런히 놓아야 한다는 심재(心齋)의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두 번째 부분은 의사소통 수단인 감관과, 감관의 연장인 언어 및 그것들의 의미 작용에 관한 내용으로 이 책의 본론부에 해당한다. 본론의 전반부는 소통 수단으로서의 감관과 의미 작용으로서의 심관에 대해 설명하고, 후반부는 감관의 연장으로서의 언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전반부는 감관 및 심관에 대한 노장의 부정적 관점, 감관 및 심관 작용의 미망과 허상으로부터 벗어나는 노장의 방법론, 감관 및 심관 작용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얻어지는 통찰력에 대해 각각 설명한다. 그리고 후반부는 노장의 회의적인 언어관, 언어 작용의 문제점, 잘못된 언어 작용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세 번째 부분은 이 책의 결론부로서 현(玄)의 원리에 입각하여 노장의 의사소통관을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현의 원리에 입각한 구체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소통 수단인 언어 차원과 소통 형식인 관계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언어 차원에서는 우언·중언·치언의 은유법을 통한 방법을, 또 관계 차원에서는 대대(對待) 논리의 해체를 통한 방법을 각각 제시했다.
200자평
노장사상으로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한다. 핵심 개념인 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노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감관과 감관의 연장인 언어, 그것들의 의미 작용에 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현의 원리에 입각해 노장의 커뮤니케이션관을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서구의 기능적 패러다임이 놓치고 있던 커뮤니케이션을 노장에게서 접한다.
지은이
김정탁
지리산 경상도 쪽 언저리 산청군 생초면이 고향이다. 이곳은 경북 영양의 주실마을과 전북 임실의 삼계면과 더불어 남한의 삼대 문필봉(文筆峰)이 있는 곳이다. 고향의 이런 정기를 이어받은 탓인지 대학에선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졸업해선 신문사를 첫 직장으로 택했다. 기자로 3년여를 보낸 뒤 1979년 12월 박정희 대통령 서거로 온 나라가 어수선했던 시절 ≪중앙일보≫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났다. 미주리대학교에서 언론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받은 뒤 1985년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교수로 부임하여 지금까지 재직해 오고 있다. 교수 초년 시절에는 언론학에 관심을 두면서 “한국언론인의 보수화된 자기중심성”, “한국언론의 지배이데올로기의 형성과 전개” 등의 논문을 썼다. 그러다가 당시 대학가를 휩쓴 격렬한 학생운동이 계기가 되어 학문적 관심을 사회커뮤니케이션 쪽으로 바꾸었다. “민중의 커뮤니케이션적 인식”, “포스트모더니즘 토대로서 노동과 커뮤니케이션” 논문 등이 그런 결과물이다. 2000년대에 들어 서구적 방법론에서 우리의 전통적 방법론으로, 사회과학적 패러다임에서 인문적 패러다임으로 중요한 학문적 전환이 이루어졌다. 『禮 & 藝: 한국인의 의사소통 사상을 찾아서』와 『노장·공맹, 그리고 맥루한까지』와 같은 책을 쓰게 되었고,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현, 노장의 커뮤니케이션』을 펴냈다. 2014년 현재는 『명, 동양의 매체미학』을 준비 중이다.
차례
머리말
Ⅰ. 도道의 원리와 작용
우주·자연·인간세 원리로서의 도
i 도의 존재론적 차원: 무질서하지만 생명 있는 존재
ii 도의 인식론적 차원: 불가지不可知한 존재
iii 도의 도덕철학적 차원: 무위자연無爲自然한 존재
인간의 완성을 향한 도의 작용
iv 제물齊物-이물관지以物貫之에서 이도관지以道貫之로
v 심재心齋-인뢰人籟에서 지뢰地籟로, 다시 천뢰天籟로
Ⅱ. 의사소통 수단과 의미 작용
소통 수단으로서의 감관, 의미 작용으로서의 심관
vi 오색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
vii 감관感官을 닫고 심관心官을 막아라
viii 수해手解와 목해目解에서 도해道解로
감관의 연장으로서의 언어
ix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어라
x 반편의 지식인은 배운 바에 고착되어 있다
xi 조삼모사朝三暮四 우화-인시因是와 양행兩行
Ⅲ. 현玄에 입각한 의사소통
의사소통을 통한 삶의 해방
xii 우언寓言·중언重言·치언巵言의 은유법
xiii 대대對待 관계의 해체를 위하여
부록 주체와 객체의 융합 조건에 관한 연구: 자크 데리다와 유불선 사상과의 접합을 통해서
찾아보기
책속으로
서양의 의사소통학 연구에서 큰 획을 그은 바 있는 세계적인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한국을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는데, 언젠가 조언을 부탁드리는 자리에서 “명륜당과 해인사에 이미 모든 답들이 있는데 굳이 내 철학을 통해 한국 사회를 연구하려고 드느냐?”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은 비단 필자만의 곤혹스러운 경험이 아닐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주류 사회과학계는 서구이론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짜 맞추는 데 어떤 주저함이나 부끄러움이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왔다.
_ “머리말” 중에서
구불구불한 길은 무질서해 보일는지 모르지만, 그 길은 우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생명력을 갖는다. 반면 반듯하게 놓인 도로는 질서정연해 보일는지 모르지만, 그 위를 달리는 사람에게선 어떤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질서정연하지만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죽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무질서하지만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산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_ “우주·자연·인간세 원리로서의 도” 중에서
도의 상태에선 선/악, 미/추, 삶/죽음 등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만물이 인간의 도구적 관심의 희생물이 되면서 그 의미가 서서히 구획되어 왔으며, 결국 오늘날에 이르러선 만물들 간의 차이를 크게 드러내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과학기술의 발전을 크게 이루어 우리의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물질적 삶마저 풍요롭게 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 만물의 의미가 구분될수록, 또 그 차이를 드러낼수록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세상에 대한 편견이 짙게 쌓여만 간다. 이렇게 쌓인 편견은 인위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작위(作爲) 내지 능위(能爲)의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 그래서 장자는 작위와 능위의 위험에 대해 혼돈(混沌)의 죽음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
_ “소통 수단으로서의 감관, 의미 작용으로서의 심관” 중에서
길이란 그곳을 다니다 보니까 저절로 생겨난 것이고, 마찬가지로 이름을 그렇게 붙이다 보니까 그것이 대상을 지칭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감안해서 장자는 언어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만 언어가 지닌 한계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상대방과 소통을 이루는 길에 쉽사리 진입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_ “감관의 연장으로서의 언어” 중에서
관련기사
≪동아일보≫ 2010년 5월 29일 새로나온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