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護身術>은
반민족적인 자본가를 풍자한 단막극이다. 1931년 9월부터 1932년 1월까지 ≪시대공론≫에 발표되었다. 연극은 김상룡의 집 거실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공장을 여럿 가지고 있는 악덕 자본가 김상룡이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비해 가족들과 함께 호신술을 배운다는 희극적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안전을 위해 의사까지 미리 배치해 가며 온 가족을 동원해 호신술을 배우려는 김상룡의 시도는, 인물의 미련한 성격이 슬랩스틱 요소와 결합하면서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또한 하인 춘보는 충성스럽게 그려지지만 웃음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결말에서는 집 밖에 노동자들이 집합한 광경을 실감나게 전하는 이중적인 코드를 담당한다. 일신의 안전을 도모했던 김상룡과 그의 가족들은 파업 노동자들이 집으로 몰려 오는 결말에 이르러 냉정을 잃고 헤맨다. 일제 강점기에 강화된 검열 때문에 노동극이 현실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힘들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護身術>이 반민족 자본가를 풍자하는 방식으로 검열을 피하면서도 효과적인 극적 성취를 거둘 수 있었던 점은 작가가 도달한 뛰어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극단 메가폰이 제1회 공연으로 1932년 6월에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新任 理事長>은
다소 모자란 인물로 그려진 신임 이사장과 얽힌 일화를 통해 자본가의 허상을 풍자한 1막 희곡이다. 1934년 3월 ≪형상≫ 2호에 발표했다. 연극은 한 삼림회사에 새로 부임한 이사장이 지역 유지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극화했다. 신임 이사장은 다소 모자란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본래 ‘영감’으로 불리는 구시대적인 인물이다. 어울리지 않는 양복 차림으로 주변 인물들에게 웃음을 사고 문학청년인 삼천이 써 준 연설문을 채 외우지 못해 쩔쩔맨다. 삼천과 이사장이 이해되지 않는 연설문 내용을 서로 질문하고 응답하면서 이사장은 스스로 삼림회사가 만들어지면서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을 공표하는 주체가 된다. 둘이 대화를 통해 수사적으로 완성한 연설문 이면을 통해 회사를 설립할 때 발생한 소동들이 드러난다. 더 나아가 긴장한 신임 이사장은 실제 연설에서 준비한 연설문을 암기하지 않고 갑자기 모든 사건의 실상을 발표한다. 비판 대상이 본인이 속한 계층을 전반적으로 폭로하는 형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호신술>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계급을 풍자함으로써 관객에게 쾌감을 주는 동시에 자본가의 허상을 비판적으로 자각할 수 있도록 한다. 극단 신건설 제2회 공연 각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지만 실제 공연이 되었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200자평
월북 극작가 송영의 단막극 2편을 엮었다.
지은이
송영은 본명은 무현(武鉉)으로 1903년 5월 24일 서울 서대문 오궁골에서 태어났다. 송동양, 수양산인, 앵봉산인, 석파 등 필명을 사용했다. 배재고보 재학 당시 3·1 운동을 체험한 뒤로 학교를 중퇴하고 사회운동에 투신했다. 1922년 이적효, 이호, 최승일, 김영팔 등과 프롤레타리아 문예 단체인 염군사를 조직했으며 기관지 ≪염군≫을 기획했다. 1923년 무렵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고 귀국했다. 1925년 7월 ≪개벽≫ 현상 공모에 <늘어가는 무리>가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1935년까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에 참여, 아동 문예 운동과 연극 운동, 소설 창작에 힘썼다. 카프가 해산한 뒤 1937년에는 동양극장 문예부원으로 활동하며 대중극 대본을 창작했다. 해방 이후 월북해 1946년 작가동맹상무위원을 시작으로 조선연극인동맹위원장, 2∼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영화 촬영소 소장 등 요직을 거쳤다. 대표작으로는 소설 <용광로>, <석공조합대표> 등과 희곡 <호신술>, <황금산>, <역사>, <백두산은 어디서나 보인다> 등이 있다. 정신 질환을 앓다가 1978년,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차례
護身術
新任 理事長
<護身術>은
<新任 理事長>은
송영은
책속으로
春甫: 애들아 너이들 호신술 점 배렴.
A: 어듸 할 줄 아슈.
春甫: 그럼 자- 좍들 서서- 봐- 긔착- 올치 발을 뒤로 들어- 아니 압흐로 들어-
B: 이건 엇덕하란 말야.
春甫: 가만잇서 긔번체조야. 대리를 압뒤로 흔들면서 하나, 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