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절 짓는 거리’로 시작해 ‘절 허무는 거리’로 끝나는데, <꼭두각시놀음>에서 절을 짓는 것이 축원의 의미를 지닌다면, 김광림의 <홍동지놀이>에서는 연극을 열고 닫는 역할을 해 극의 구조에 안정감을 준다. 이 작품은 <꼭두각시놀음>에 등장하는 팔도강산 유람 거리, 이시미 거리, 매사냥 거리, 꼭두각시 거리, 영노 거리, 상여 거리 등의 장면을 차용하면서 <꼭두각시놀음>에 등장하는 파계승 대신 어리석고 유아적인 왕과 왕비, 유약하고 지식이 없는 박사를 등장시켜 기득권층과 지식인의 무능함을 풍자했다. 또한 박첨지의 축첩과 처첩 간 갈등, 꼭두각시의 죽음 등을 통해 여성의 고통과 좌절을 드러내면서 가부장적인 사회를 비판하고, 굿이라는 형식을 통해 꼭두각시의 고통을 위로한다. 2007년 6월 김광림 연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중극장에서 초연했으며, 같은 해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참가작으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했다.
200자평
전통 연희인 <꼭두각시놀음>(일명 <홍동지놀음>)과 김광림의 <홍동지는 살어 있다>(1992)를 토대로 창작한 작품으로 12거리로 구성되었다. <꼭두각시놀음>이 지닌 인형극의 특성과 축제적이고 제의적인 특성, 기득권층을 풍자하는 시선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연극으로 되살렸다.
지은이
김광림은 1952년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했다. 극단 연우무대와 극단 우투리의 예술감독, 서울공연예술제 예술감독 등을 지냈다. 놀이의 여러 형식을 연극적으로 표현하고, 자유로운 형식과 실험정신이 충만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교수다. 대표작에 <사랑을 찾아서>, <집>, <날 보러와요>, <우리나라 우투리>, <홍동지놀이>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나오는 인형들
1. 절 짓는 거리
2. 팔도강산 유람 거리
3. 이시미 거리(인형극)
4. 홍동지 큰절하는 거리
5. 매사냥 거리(인형극)
6. 홍동지 글공부 거리
7. 꼭두각시 거리(인형극)
8. 홍동지 도주 거리
9. 영노 거리
10. 상여 거리(인형과 배우)
11. 꼭두각시 해산 거리
12. 절 허무는 거리
<홍동지놀이>는
김광림은
책속으로
박첨지: 할멈, 할멈! 이크, 이거 거리 부정이 났네. 할멈이 식은 방귀를 뀐 모양이다.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 아닌 밤중에 이게 웬 날벼락이오? 핏덩어리 덜렁 낳아 놓고 혼자 가면 날더러 어떡하란 말이오, 할멈! 날 두고 어딜 갔소? 만수산 너머 송림촌엘 갔소, 영천수(潁川水) 맑은 물에 탁족 갔소? 상산사호 옛 노인과 바둑 훈수 갔소, 주중전차 이태백과 술추렴하러 갔소? 어데로 갔소, 날두고 어데로 갔소, 할멈!
산받이: 이보게, 할멈 인생이 불쌍허네. 금강산 유점사에 잘 모시고 축원이나 해 주게.
박첨지: 알았네. 내 그렇게 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