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판관 포청천으로 잘 알려진 송대 명신 ‘포증’이 등장해 주인공의 누명을 벗겨 주고 사건을 해결한다. 포증은 아이의 생모를 가려내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파격적인 판결 방식을 택한다. 즉, 인류에게 보편적인 감정이라 할 수 있는 모성애를 이용한 것이다. 포증이 석회 동그라미를 그려 아이의 생모를 가려낸다는 이야기는, 판관에게는 법에 따른 이성적인 판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간 본성에 입각한 감성적인 판결도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재판 과정에서 포증이 보여 주는 지혜는 당시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객과 독자들은 이 이야기에서 포증의 지혜와 강직함에 감동할 뿐 아니라, 모성애의 숭고함과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
200자평
한 아이를 놓고 두 여인이 서로 자신이 친모라고 주장한다. 판관은 석회로 동그라미를 그려 그 안에 아이를 세우게 했다. 아이의 양팔을 잡아당겨 동그라미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려 한 것이다. 원대 작가 이잠부의 잡극 <회란기>는 브레히트에 의해 <코카서스의 백묵원>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지은이
이잠부(李潛夫)는 자가 행도(行道) 또는 행보(行甫)로, 강주[絳州, 지금의 산시성(山西省) 신장(新絳)] 사람이다. 그의 생몰년이나 일생의 사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대략 1279년 전후에 창작 활동을 했으며 원나라 세조(世祖) 지원(至元) 연간까지도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종사성(鍾嗣成)이 지은 ≪녹귀부(錄鬼簿)≫에서 그를 ‘선배로서 이미 별세하신 유명한 극작가들[前輩已死名公才人]’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원대 잡극 초기에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회란기>가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회란기>는 장르상 법정극에 해당되는 ‘공안극(公案劇)’으로 분류되는데, 당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통렬한 비판 정신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심한 관심 등으로 비추어 볼 때 그가 은둔 생활을 하기 이전에 지어진 작품인 것으로 추정된다. 명대의 연극 이론가 주권(朱權)은 자신이 저술한 연극 평론서인 ≪태화정음보(太和正音譜)≫에서 이잠부의 <회란기>에 대해 “그 언어의 힘이라는 것은 필설로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실로 극작계의 호걸이라고 할 수 있겠다[太其詞勢非筆舌可能擬, 眞詞林之英傑]”라며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옮긴이
문성재는 1988년 고려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서울대 대학원에서 중국 희곡을 전공했다. 1994년 박사과정 이수 후 국비로 중국 남경대에 유학해 1997년 <심경 극작 연구>로 박사 학위(문학)를 받았으며, 귀국 후에는 근대 중국어, 즉 당·송·원·명·청 시대의 조기백화(早期白話) 및 몽골어로 연구 범위를 확대해 2002년 서울대에서 <원간잡극 30종 동결구조 연구>로 박사 학위(어학)를 받았다.
저서와 역서로는 ≪중국 고전 희곡 10선≫, ≪동아시아 기층문화에 나타난 죽음과 삶≫, ≪고우영 일지매≫(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의 책 100, 중문), ≪도화선≫(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경본 통속소설≫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희곡사를 다룬 <현대 중국의 연극 무대: 사실주의에서 표현주의로>, <중국의 종교극 목련희>, <명대 희곡의 출판과 유통>, <안중근 열사를 제재로 한 중국 연극 “망국한전기”> 등과, 중국어와 알타이어의 관계를 다룬 <원대 잡극 곡백에서의 ‘來’>, <근대 한어의 ‘家/價’ 연구>, <원대 잡극 속의 몽골어>, <원대 잡극에서의 정도부사 ‘殺’용법>, <근대 중국어의 S’O'(也)似 비교구문 연구>, <‘似’류 비교구문의 역사적 변천과 문법적 특징>(중문)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3
설자·····················5
제1절····················15
제2절····················49
제3절····················75
제4절····················95
해설····················121
지은이에 대해················131
옮긴이에 대해················134
책속으로
이 아이의 팔은 삼대처럼 가늘답니다.
(…)
두 사람이 고집을 꺾지 않고 끝까지 앙버틴다면,
이 아이만 다치고 상하게 되고 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