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칙찬 와카집(勅撰和歌集)이란 임금의 하명으로 당대의 가장 뛰어난 노래들을 모아 편찬하는 왕실 공인 가집으로, 헤이안 시대 궁중 문화를 대표하는 문예인 와카를 통해 당시의 문화 융성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성격을 띠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후찬와카집≫은 최초의 칙찬 와카집인 ≪고금와카집(古今和歌集)≫에 이어 두 번째로 편찬된 칙찬 와카집이다.
≪후찬와카집≫은 유포본의 계통에 따라 총 1425수, 혹은 1426수가 20권으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각 노래는 그 내용에 따라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으며, 이 분류의 기준을 ‘부타테(部立て)’라고 한다. 구체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권1에서 18까지는 봄노래 상중하, 여름 노래, 가을 노래 상중하, 겨울 노래, 사랑 노래 1∼6, 잡가(雑歌) 1∼4의 순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권19는 이별 노래와 여행 노래, 권20은 축하 노래(賀の歌), 애상 노래(哀傷歌)로 되어 있다. 이 ≪후찬와카집≫의 부타테 구성은 전대의 칙찬집인 ≪고금와카집≫의 구성을 큰 틀에서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사계 노래의 경우, ≪고금와카집≫이 봄과 가을을 상, 하로 분류하는 데 반해, 후찬와카집은 이를 상, 중, 하로 분류해 형식보다는 각 계절의 흐름과 섭리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물의 이름 노래(物名), 잡체(雑体), 가요 등의 비일상적인 주제들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등, ≪고금와카집≫과는 구별되는 ≪후찬와카집≫ 나름의 구성 논리도 확인할 수 있다.
≪후찬와카집≫이 편찬되던 당시에는 후궁들과 그들을 모시던 시녀들인 여방들이 만들어 낸 독특한 후궁 살롱 문화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그에 따라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이른바 ‘이로고노미(色好み)’의 와카와 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우타 모노가타리(歌物語)가 후궁 문화권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배경은 ≪후찬와카집≫의 내용 면에서도, 사랑노래와 잡가에 실려야 할 법한 내용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과 감정을 노래한 와카들이 봄노래와 가을 노래들로 구성되는 부타테에 많이 실리고, 다른 칙찬 와카집에 비해 남녀 간에 사랑노래를 주고받는 증답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후찬와카집≫은 전대의 유명 가인들의 노래와 더불어 당대의 권문귀족들과 여방들 간의 도회적 사랑의 정서를 상당 부분 반영하게 됨으로 인해, 섭관 정치제가 확립되던 시기의 문화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자평
와카는 일본 전통 정형시로, 헤이안 시대에는 귀족의 교양과 문화를 드러내는 척도이자, 생활과 감정을 대변하는 소통 방식이었다. ≪후찬와카집≫은 ≪고금와카집≫에 이어 무라카미 임금의 명령에 따라 편찬된 두 번째 칙찬 와카집이다. 이 책은 전체 1425수의 작품 중 154수를 골라 옮기고 상세한 주석과 해제를 덧붙였다. 재치 있는 동음이의어와 전고 활용의 기교를 통해 당시의 화려한 후궁 살롱 문화와 넘치는 풍류를 맛볼 수 있다.
엮은이
오나카토미노 요시노부(大中臣能宣, 921∼991)는 후대 36가선의 한 사람으로 31세 때 나시쓰보(梨壺)의 5인 중 하나로 선정되어 ≪만엽집(万葉集)≫의 훈독 작업에 참가했다. 권문세가의 요청에 의해 읊어진 축하 노래(賀歌)나 병풍가(屏風歌) 제작 등에 뛰어난 실력을 보인 당대를 대표하는 전문 가인이었다. 세 번째 칙찬 와카집인 ≪습유와카집(拾遺和歌集)≫ 이후 124수를 칙찬 와카집에 실었다.
기요하라노 모토스케(清原元輔, 908∼990)는 일본 최초의 수필집인 ≪마쿠라노소시(枕草子)≫의 작가 세이쇼나곤(清少納言)의 친부로 유명한 가인이다. 병풍가, 우타아와세(歌合) 등에서 오나카토미노 요시노부와 쌍벽을 이루었던 당대의 전문 가인이었다. 마찬가지로 나시쓰보의 5인 중 한 사람으로, ≪습유와카집≫ 이후 105수를 칙찬 와카집에 실었다.
미나모토노 시타고(源順, 911∼983)는 36가선의 한 사람으로 와카는 물론 한시와 한학에도 두각을 나타내었던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다. 위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시쓰보의 5인 중 하나였다. 개인 가집으로는 ≪미나모토노 시타고집(源順集)≫이 있으며, 당시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화명류취초(和名類聚抄)≫를 제작했다.
기노 도키부미(紀時文)는 ≪고금와카집≫의 센자 기노 쓰라유키(紀貫之)의 아들로, 생몰년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나시쓰보의 5인 중 한 명으로 네 번째 칙찬 와카집인 ≪후습유와카집(後拾遺和歌集)≫ 이후로 5수의 노래를 실었다.
사카노우에노 모치키(坂上望城, ?∼975?)는 36가선 중 하나였던 사카노우에노 고레노리의 아들로 위 센자들과 함께 나시쓰보의 5인으로 선정되었다. 칙찬 와카집에는 ≪습유와카집≫과 ≪후습유와카집≫에 각 1수씩 노래를 실었다.
옮긴이
최충희(崔忠熙)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학교 대학원에 유학해 일본 고전 시가 문학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 고전 시가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된 연구 분야는 일본 고전 시가, 그중에서도 와카, 렌가, 하이카이를 중심으로 주석학적 연구 방법에 입각해 고전 읽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 한국일어일문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으며 국내의 다양한 일본 연구 관련 학회에서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일본 시가 문학사≫(공저, 태학사, 2004), ≪일본 시가 문학 산책≫(제이앤씨, 2006), ≪일본 문학의 흐름≫(공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07), ≪요사 부손의 봄, 여름, 가을 , 겨울≫(제이앤씨, 2007), ≪고바야시 잇사 하이쿠 선집−밤에 핀 벚꽃≫(태학사, 2008), ≪고금와카집 천줄읽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햐쿠닌 잇슈의 작품 세계≫(공저, 제이앤씨, 2011), ≪렌가라는 문학과 소기≫(인문과 교양, 2014), ≪일본 시가 문학 길라잡이≫(한국외대 지식출판원, 2017) 등이 있으며, 일본 시가 문학 연구와 관련한 많은 논문이 있다.
이상민(李相旻)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한 후, 문부성장학생으로 도일했다. 도쿄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에서 돈아(頓阿)의 와카를 테마로 해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6년 귀국 후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방송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학에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중세 남북조 시대의 가인, 돈아의 와카를 중심으로 다이에이(題詠) 영법의 특징과 중세 가단들의 관계를 테마로 해서 연구하고 있다.
차례
해설
엮은이에 대해
봄노래 상(春上)
봄노래 중(春中)
봄노래 하(春下)
여름 노래(夏)
가을 노래 상(秋上)
가을 노래 중(秋中)
가을 노래 하(秋下)
겨울 노래(冬)
사랑 노래 1(恋一)
사랑 노래 2(恋二)
사랑 노래 3(恋三)
사랑 노래 4(恋四)
사랑 노래 5(恋五)
사랑 노래 6(恋六)
잡가 1(雑一)
잡가 2(雑二)
잡가 3(雑三)
잡가 4(雑四)
이별 노래(離別)
여행 노래(羇旅)
축하 노래(賀歌)
애상 노래(哀傷)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어떤 답장을 해 올까 기대하며 보낸 노래
あひしりて侍ける人のもとに、返事みんとて、つかはしける
언제 오려나 기다리는 석양과 곧 오겠다며 떠나는 아침 중에 어느 것이 나을까 (모토요시노 미코, 510)
くやくやとまつ夕暮といまはとてかへるあしたといづれまされり (元良のみこ,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