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는 동시대 젊은 비평의 기능과 역할을 고무하기 위해 ‘젊은평론가상’을 시상해 왔습니다. 2000년부터 출발한 이 상은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젊은평론가상’은 매해 가장 활발하고 수준 높은 평론 활동을 펼친 젊은 비평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입니다. 역대 수상자들은 한국문학평론계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면서 2000년 이후 우리 문학의 흐름을 주도해 왔습니다.
지난해 발간한 ≪2000년대 한국의 젊은 비평≫(젊은평론가상 수상자 대표 평론집)에 이어, 올해는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우리 평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2012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발표된 평론 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수록한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 문단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비평적 개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의 빛깔로 문학의 무늬를 수놓고 있는 열린 마당이기도 합니다. 수록된 평론들은 우리 문학을 이끌었던 문제의식과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특집으로 ‘젊은평론가상’ 후보에 오른 10명의 평론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지난 한 해의 최고작을 추천합니다. 2011년을 대표했던 젊은 평론가들이 엄선한 그해 최고의 문제작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우리 문학의 동향과 흐름을 진단하는 보너스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여기에 실린 평론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 문학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시 작품을 대상으로 한 평론들은 텍스트 못지않은 유려한 언어로 우리 시단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감각의 제국 속에서 더욱더 언어의 디테일에 집착’하는 최근의 시편들을 ‘사랑의 영도’ 혹은 ‘만짐의 현상학’으로 탐색한 글에서부터, ‘낭만성이 삭제된 자리에 낭만화라는 새로운 삶의 태도’를 음각하고 있는 오늘의 시적 경향, ‘미래파’와 ‘정치시’ 이후의 우리 시대 시의 방향성, 2000년대를 횡단하며 가장 주목받았던 ‘미래파 논쟁 너머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원로들의 시 세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적 리얼리티의 긴장을 복원’함으로써 ‘새로운 노동시의 미학’을 모색하는 경향 등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실린 시론들은 ‘지금 여기’의 서정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하는 척도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소설 텍스트를 분석하고 있는 글들은 웅숭깊은 문학사회학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서 감지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양상과 경제체제의 심화’를 배경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공동체와 소통의 상상력’, ‘근대문학의 종언’, ‘장편 서사의 확장’이라는 현상, 환갑이 지나서도 문학청년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 ‘영구 혁명’의 문학, ‘주관적 폭력’을 호들갑스럽게 노출하지 않으면서 우리 시대의 ‘구조적 폭력’과 대면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진지한 작업 등을 분석하고 있는 평문들은 휴머니즘의 가치가 비인간화되는 냉혹한 시대의 청량한 죽비 소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200자평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2000년부터 매해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친 신진 평론가들 중 한 명을 골라 ‘젊은평론가상’을 수여해 왔다. 이 책은 제13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작 및 후보작을 수록한 책으로,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 문학을 이끌었던 문제의식과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은이
오태호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됐다. 2004년 <황석영 소설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평론집으로 ≪오래된 서사≫, ≪여백의 시학≫, ≪환상통을 앓다≫가 있다. 계간 ≪시인시각≫ 편집위원과 성신여대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차례
한국문학의 젊은 지형도
수상작
고요한 정신의 깊이들-신달자, 최동호, 유안진, 임보 시집론 / 오태호
후보작
사랑의 영도(零度), 만짐의 현상학-이 시대의 사랑(2) / 강동호
낭만주의·낭만성·낭만화 / 고봉준
공동체와 소통의 상상력-권여선, 윤성희, 김미월의 소설을 중심으로 / 백지연
이지러진 시간, 나르시시즘의 유토피아-‘장편의 시대’ 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 오창은
환갑 지난 문학청년의 영구 혁명 / 이경재
‘미래파’와 ‘정치시’ 이후, 한국문학의 아포리아-이제니와 황성희의 시를 중심으로 / 이찬
2000년대 노동시의 새로운 가능성‘들’ / 장성규
생성변형문법으로부터 시계 세공으로 / 조강석
구조적 폭력 시대의 타나톨로지(thanatology)-황정은과 김애란의 근작이 묻는 것들 / 조연정
젊은 평론가의 선택, 2011년 한국문학 최고작 10편
제13회 ‘젊은평론가상’ 심사 경위
책속으로
물리적 나이가 정신이 도달한 높이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닐 것이로되 이 네 시인이 보여 준 시 세계의 넓이와 깊이는 물리적 세월이 함께 녹아 있을 때 더욱 고양된 정신의 높이를 독자들이 만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이렇게 세월과 함께 묻어나는 고요한 정신의 표정을 만나 함께 침묵하며 내성의 감각을 키울 일이다. 그것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표정을 한꺼번에 접촉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태호, <고요한 정신의 깊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