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동시대 젊은 비평의 흐름과 경향, 역할에 주목하면서 ‘젊은평론가상’을 시상해 왔습니다. 2000년에 출발한 이 상은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했습니다. 매해 가장 활발하고 수준 높은 평론 활동을 펼친 젊은 비평가에게 수여하는 ‘젊은평론가상’은 무엇보다도 수상자들이 우리 현대 문학의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평론가라는 점에서 권위 있는 상입니다.
2012년 한 해 동안 발표된 평론 중에서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우리 평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해 ≪2013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평론들에는 동시대 우리 문학의 다양한 현장의 모습과, 그에 반응하면서 우리 문학을 이끌어 가는 평론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2012년 한국 문학의 새로운 모습과 뜨거운 숨결을 생생하게 느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젊은평론가상’ 후보에 오른 10명의 평론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지난 한 해의 최고작을 추천합니다.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평론가들이 엄선한 2012년 최고의 문제작들을 같이 감상하는 시간은 우리의 문학을 접하는 즐거움을 한층 크게 만들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실린 평론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 문학의 현장을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 시 작품을 대상으로 한 평론들은 시를 읽는 사람들이 없다는 탄식 속에서도 시인의 역할은 오히려 점점 커져만 가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시 문학이 가진 힘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 주목하면서 그들의 시 세계에 내재해 있는 ‘결핍감과 상실감’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대에 내재한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는 글에서부터, 젊은 시인들의 특징을 ‘균열의 미학’이라 규정하면서 우리 문학의 변화·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파악하고 있는 글, 그리고 ‘미래파’ 이후보다 ‘충분히 역사화하지 못한 미래파 이전의 시들’에 주목해 논의한 평론, 한국 근대시가 보여 주고 있는 ‘심적 고통’을 계보학적으로 고찰하는 글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실린 시론들은 우리 시문학의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는 척도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소설 텍스트를 분석하고 있는 글들 역시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의 폐해가 빚어낸 골을 따라 형성되는 문학적 지형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울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저항의지로 표출된 ‘유쾌 발랄의 재치와 기지’ 또는 ‘맹렬한 분노’에 주목한 글에서부터 사회적 폭력이 닿는 가장 최종의 현장이자 구체적인 장소로서 ‘여성의 몸’을 포착한 경우, 출구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느라 ‘지쳐 버린 청년들’의 현실 탐색을 자세히 분석한 글 등은 물질적 풍요를 지시하는 가시적인 수치마저 무력화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일깨우는 든든한 목소리들입니다.
200자평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2000년부터 매해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친 신진 평론가들 중 한 명을 골라 ‘젊은평론가상’을 수여해 왔다. 이 책은 제14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작 및 후보작을 수록한 책으로,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 문학을 이끌었던 문제의식과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은이
이경재는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평론집으로 ≪단독성의 박물관≫,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가 있으며, 저서로 ≪한설야와 이데올로기의 서사학≫,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이 있다.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한국 문학의 뜨거운 숨결
수상작
장편소설의 새로운 가능성 / 이경재
후보작
귀신전과 연출의 변−황인찬, 박성준, 김승일의 시 / 김영희
‘동일성의 시론’으로 본 균열의 미학 / 남승원
문학의 빈곤과 전환의 상상력 / 서영인
분노의 날 / 서희원
서발턴을 위한 문학은 없다 / 소영현
미래가 되지 않은 것들−분리와 공속(共屬), 시와 세계 사이의 어떤 거리 감각들 / 송종원
한국 근대시와 고통의 시화(詩化) / 이성혁
‘계모 찾기’, 버림받은 세대와 냉혹한 모성의 세계−최진영론 / 정주아
이야기꾼의 탄생과 진화 2−윤성희론 / 차미령
젊은 평론가의 선택, 2012년 한국 문학 최고작 10편
제14회 ‘젊은평론가상’ 심사 경위
책속으로
진정한 장편소설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시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물론이고, 그러한 성찰의 결과물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자기만의 고유한 방법론적 탐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것은 단순히 시각의 확보가 안 되니까 스타일이라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전망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우선은 순심(純心)으로 구체적인 삶과 시대의 명암을 절실하게 응시하고, 그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미학적 형식을 창출하자는 간절한 제안인 것이다.
−이경재, <장편소설의 새로운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