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동시대 젊은 비평의 흐름과 경향, 역할에 주목하면서 매년 ‘젊은평론가상’을 시상해 왔다. 2000년에 출발한 이 상은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했다. 매해 가장 활발하고 수준 높은 평론 활동을 펼친 젊은 비평가에게 수여하는 ‘젊은평론가상’은 무엇보다도 수상자들이 우리 현대 문학의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평론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상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발표된 평론 중에서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우리 평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해 ≪2014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을 내놓게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평론들에는 동시대 우리 문학의 다양한 현장의 모습과, 그에 반응하면서 우리 문학을 이끌어 가는 평론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2013년 한국 문학의 새로운 모습과 역동적 현장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실린 평론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 문학의 역동적 현장을 점검해 보고 있다.
먼저 젊은 작가들의 텍스트를 통해 ‘지금 여기’의 변화한 현실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는 평론들이 눈길을 끈다. 세계 속에 복속된 실제 삶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것을 창조해 삶을 유혹하고 삶이 모방하기를 기대하는 방식의 문학을 제안하는 글, 2000년대 시와 구별되는 2010년대 시의 감성 구조를 ‘주체의 성격’, ‘현실의 모습’ 그리고 ‘시적인 것’이 확보되는 지점 등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탐색한 평론,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논의된 바 있는 장편 소설에 관한 담론을 검토하면서 ‘지금 여기’의 서사 환경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새로움과 전통 사이에서 우리 문학의 청사진을 그려 보고 있는 평론들이다. ‘지금 여기’의 사회에 새롭게 ‘귀환’한 ‘슬픈 빈곤’의 문제를 젊은 소설을 중심으로 끈질기게 탐색하고 있는 글이나 ‘노동시’라는 기존의 영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서정의 개척을 제안하고 있는 평론, ‘노동 소외’를 언급했던 기존의 작품들이 무색하리만큼 ‘노동’을 절실하게 시작(詩作)하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내밀한 자의식 등을 포착하고 있는 글들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여기’의 문학이 당면한 딜레마적 현실을 치열하게 내면화하고 있는 평론들이다. 우리 시대 문학 비평이 직면한 곤혹을 차분한 어조로 길어 올리고 있는 글, 최근의 젊은 시인들이 ‘쓰기의 방식’으로 창안해 내고 있는 ‘윤리적인 장소’를 추적하고 있는 비평, 우리 시대 대표 작가의 텍스트를 ‘독서의 불완전성과 문학의 한계’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어 내고 있는 평론, 직접적으로 정치적 전언을 품고 있지 않은 이미지들의 병존과 운동, 즉 시가 상상하는 방식 속에서 문학의 정치성을 읽어 내는 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빼어난 문제의식으로 갈무리한 대표적인 평론이라 할 수 있다.
200자평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2000년부터 매해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친 신진 평론가들 중 한 명을 골라 ‘젊은평론가상’을 수여해 왔다. 이 책은 제15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작 및 후보작을 수록한 책으로,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우리 문학을 이끌었던 문제의식과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은이
김종훈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다녔다. 2008년 <한국 근대시의 ‘서정’: 기원과 변용>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창작과비평≫을 거쳐 평론가로, 2013년 ≪서정시학≫을 거쳐 시인으로 등단했다. ≪한국 근대 서정시의 기원과 형성≫(서정시학, 2010), ≪미래의 서정에게≫(창비, 2012)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상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차례
한국 문학의 역동적 현장
수상작
갇힌 주체의 부정성 / 김종훈
후보작
모든 것의 석양 앞에서 / 강경석
노동시여, 안녕 / 고봉준
타인의 노동을 찬양함 / 기혁
서사의 곤경인가, 세계의 곤경인가 / 김미정
누구나 하면서 산다 / 백지은
누구에게 이것을 바칠까? / 양경언
독서라는 병: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론 / 유인혁
이미지−사건과 문학의 정치 / 조강석
왜 끝까지 읽는가 / 조연정
제15회 ‘젊은평론가상’ 심사 경위
책속으로
궁핍과 환상이 나날의 삶이 되고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현재에 삶에 대한 태도와 삶을 전유하는 사유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으로 인식된다. 이미지가 배면으로 물러나고 진술이 전면에 등장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시간의 깊이가 어디에 걸려 있으며, 좁은 문이 어느 길에 놓여 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말의 두께와 활로를 확보할 있는지 모색하는 것이 소위 ‘시적인 것’의 행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훈, <갇힌 주체의 부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