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극은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한 이야기는 무대가 장미촌 아파트 204동이다. 이 아파트 505호에는 결혼 9년 만에 집을 장만한 유지호·심은희 부부가, 305호에는 아이를 잃어버린 아주머니가 살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107동 505호에 이사 온 사진작가 문진수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는 204동 각 층을 시간대별로 찍는 작업을 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두 서사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오직 405호에 혼자 사는 여성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405호 여자를 실제로 봤다고 기억하거나 그렇게 믿고 있지만 사실은 불확실하고 조작된 기억에 불과하다. 게다가 진수가 405호 여자의 시신을 찍은 날짜가 지호가 술에 취해 405호에 들어갔던 날보다 앞선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405호 여자의 정체는 결국 미궁에 빠진다.
2002년 김동현 연출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으며 2004년 제12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을 수상했다.
200자평
아파트 405호에 사는 미스터리한 여성에 대한 의문을 추리극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와 함께 순행과 역행이 뒤엉킨 시간 구성과 한 무대를 각기 다른 아파트로 사용하는 무대 연출로 색다른 형식 실험을 시도했다.
지은이
박상현은 1960년 음력 9월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2년 겨울 윤정선 작 <해 질 녘>을 각색, 연출하면서 연극계에 데뷔했다. 이후 <마지막 손짓>을 연출하고 <까페 공화국>을 이상범과 함께 쓰고 연출했다. 그리고 <푸른 무덤의 숨결>, <난 새에게 커피를 주었다>, <G 코드의 탈출> 등을 연출하고 윤영선, 이성열, 김동현, 남긍호 등과 함께 <키스>를 만들었다. 1998년 <4천 일의 밤>을 쓰고 연출하면서 희곡 작가가 되었다. 2000년에서 2002년까지 미국 오하이오 주 마이애미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 공부를 했다. 이 시절 <자객열전>, <모든 것을 가진 여자>, <진과 준>을 구상하거나 초고를 썼다. 귀국 후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를 발표했다. 2003년부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학생들에게 극작과 연출을 가르치고 있다. 이후에는 <추적>, <그림 같은 시절>,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임차인>, <연변 엄마>, <멸>등을 연출했다. 2012년 <사이코패스>를 쓰고 연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07-4
204-1
107-3
204-2
107-2
204-3
204-4
107-1
204-5, 그리고 107-0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는
박상현은
책속으로
지호: 여보, 우리 처음 이사 오던 날 생각나? 곤돌라가 고장이 나서 짐을 모조리 손으로 날랐지. 그래도 힘든 줄 모르고 좋기만 했어. 아, 드디어 반지하 탈출, 하늘로 오르는구나! 내 집은 언제 가지게 될까? 땀이 비오듯 쏟아져도 그냥 좋았어. 그때 얘기야. 이불 보따리를 지고 계단을 오르다가 4층에선가, 층계참에 기대서 숨을 돌리고 있었지. 그런데 맞은편 벽에 희미한 낙서가 눈에 띄는 거야. 웬 아이가 노란 분필로 쓴 건데, 어둡기도 하고 거의 지워져서 잘 안 보이더라구. 왜 그랬는지 몰라도 좀 쉴 겸, 보따리를 내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봤지. 거기 뭐라고 써 있었는지 알아? (사이)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