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무지한 신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지와 무지를 추구해야 하는가
AI 기술은 인간의 지식을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무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지신세(無知新世)’라 불릴 새로운 시대에서 인공지능과 아그노톨로지(무지학)의 접점을 통해 AI가 생성하는 정보의 불완전성과 그것이 사회와 인간 인식에 끼치는 영향을 조망한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률적 판단을 내리지만 그 판단이 무지를 포함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이처럼 AI는 ‘모른다’는 상태를 표현하지 못하며, 인간은 그 한계를 자각하지 못한 채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계몽의 횃불이 흔들리고 있는 오늘날 앎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무지를 새롭게 배워야 한다.
이 책은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관계, 지식과 무지의 경계, 그리고 AI 시대에 윤리적으로 자율적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사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소크라테스가 진정한 앎으로 역설했던 ‘무지의 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AI에 맞서, 그리고 AI와 함께 인간이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다. 무지학은 인간이 사유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데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200자평
AI는 정보를 생성하지만 ‘모른다’는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이 ‘무지의 지’를 갖추고 있다면 AI는 ‘무지의 무지’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 책은 AI와 무지학의 접점을 통해 AI 시대의 무지의 생성과 유통을 조망하며 앎과 무지의 자율적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지은이
김용하
동의대학교 동의지천융합대학 부교수다.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횡단적 암흑 구경의 목소리: 근대 조선인과 독일인의 여행기를 중심으로』(2024), 『사투르누스의 매직 아이: 발터 베냐민의 시선으로 보는 오컬트와 미래』(2019), 『정치적 글쓰기의 멜랑콜리: 신채호와 발터 벤야민을 중심으로』(2017) 등이 있다. “인클루시브 교양에 기반한 트랜스/포스트휴먼 장애 인식 개선에 관한 탐색적 연구”(2024), “퇴계 이황의 『매화시첩(梅花詩帖)』과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식물의 변형(Metamorphose der Pflanze)」에 나타난 식물 윤리에 대한 비교 연구”(2021) 등이 있다.
차례
넥스트 AI 무지의 지 생성하기
01 AI 지(知)의 OS
02 AI 무지학 동향
03 AI와 선택적 무지
04 AI와 전략적 무지
05 AI와 다원적 무지
06 AI와 도덕적 무지
07 AI와 합리적 무지
08 AI와 고의적 무지
09 AI와 원초적 무지
10 AI와 무지 리터러시
책속으로
인류세(anthropocene)로 일컬어지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문화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데 인간의 지식이 활용되었다. 이에 따라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극복은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을 인간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동시에 지에 대한 갈망과 무지화의 전략에 대한 무력함 속에 생활 세계가 파괴되었다는 비판도 나타났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류사에서 무지가 어떤 경로를 거쳐 왔는지 살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넥스트 AI 무지의 지 생성하기” 중에서
AI 지는 ‘정정(訂正)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정정하는 힘’이란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입장을 변경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수정주의가 과거를 인위적으로 기억하는 방식이라면 정정주의는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현실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리셋(reset)을 주장하는 급진주의는 현실의 모순을 부정하지만 정정주의는 현실을 점진적으로 개선한다. 현재의 원형은 끊임없는 자기 변형과 개선의 결과다
-01_“AI 지(知)의 OS” 중에서
전략적 무지는 IT 기업들이 자본 증식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자본을 증식하는 데 적합한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비판적 태도를 마비시킨다. 페이크 문제는 자본화의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 AI 기반 전략적 무지는 지식의 권위를 훼손한다. 지식과 지식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을 늘리기 위해 유사 지식과 지식의 무지화에 참여하고 있다.
-04_“AI와 전략적 무지” 중에서
독서와 지식은 노이즈와 우연성의 세계다. 독서 과정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지식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간주한다. 반면 정보는 노이즈가 제거된 지식이다. 정보는 즉자적 인풋과 아웃풋이고, 지식은 대자적 인풋과 아웃풋의 노이즈다.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노이즈 축적에 불과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노이즈 캔슬링(canceling)이 보편화되는 현재, 우리는 주변 소음을 완전히 제거하려 한다. 주변 소음을 없애고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에만 집중한다.
-10_“AI와 무지 리터러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