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술, 음악을 혁신하다
기술이 피아노와 음악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악기와 기술은 항상 함께 발전해 왔다. 특히 피아노는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복잡한 기술적 기계로, 수천 개의 부품이 협력해 음을 생성한다. 피아노의 공학적 특성은 그 자체로 예술적 가능성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음악은 역사적으로 수학적 기반을 두고 발전해왔으며, 피타고라스부터 오일러, 케플러까지 수많은 수학자들이 음악의 음정과 조화에 대해 연구했다. 현대의 피아노 음악도 이러한 과학적 원리 위에 서 있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음파는 수학적 비율로 조정되며, 복잡한 파형 분석을 통해 더 정확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발전했다.
이 책은 AI가 피아노 음악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친다. 인공지능은 음악의 통계적 패턴을 분석하고, 대중음악부터 피아노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에 영향을 미친다. AI는 대중음악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클래식 피아노 음악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피아노 음악 창작 과정에서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 역시 크다. AI와 음악, 특히 피아노 연주에 대한 기술적, 예술적 접근을 제공하며 AI가 예술 분야에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전과 함께 음악 인공지능의 방향을 제시한다.
200자평
피아노와 음악에서의 AI 기술 발전을 탐구한다. 피아노는 복잡한 공학적 원리로 음악을 창출하며 음악은 수학적 기반을 두고 발전해 왔다. AI와 음악, 특히 피아노의 융합을 다루며 음악 창작에서 AI의 역할과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은이
권미혜
피아니스트이며 서원대학교 음악교육과 조교수다. 선화예술중·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미시간 주립대학교 메리트 장학금(Michigan State University Merit Scholarship)과 클롬패런스 펠로십(Klomparens Fellowship)의 혜택을 받았다.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의 피아노 소나타 1번에 관한 논문 발표와 함께 피아노 연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다수의 독주회를 개최하고 앙상블 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피아노에 적용된 기술, 인공지능 음악, 저작권, 피아노 음악 교육 등을 주제로 한 다수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악기와 음악과 기술
01 피아노의 역사
02 피아노 관련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03 인공지능과 피아노 연주
04 인공지능과 작곡
05 인공지능의 피아니스트 음색 구현
06 인공지능을 이용한 피아노 교습
07 인공지능과 디지털 피아노
08 인공지능에 의한 피아노 생산과 관리
09 인공지능과 현대 음악
10 피아노의 미래
책속으로
크리스토포리의 새로운 메커니즘은 혁신적이었다. 연주자의 건반 터치에 즉각 반응해 음이 생성되고 표현력의 한계가 넓어졌다. 연주자가 건반을 세게 누르면 세게 누른 대로, 여리게 누르면 여리게 누른 대로 음이 변화했다. 연주자의 터치에 따라 여리고 강하게 자유자재로 음이 만들어지는 악기는 하프시코드 연주자들에게는 놀랍기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크리스토포리의 새로운 메커니즘의 악기는 처음에 “클라비쳄발로 콜 피아노 에 포르테(clavicembalo col piano e forte)”라는 복잡한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는 “여리고(piano) 세게(forte) 연주할 수 있는 하프시코드”를 의미한다. 이 이름에서 앞의 단어들이 없어지고, 여리고 세게 연주할 수 있다는 뜻만 남아서 “피아노 포르테(piano forte)”로 불리다가 지금의 피아노로 굳어졌다.
-01_“피아노의 역사” 중에서
단순한 음표의 소리화는 간단한 기계도 가능하다. 다른 음악적 표현을 제외하고 음표만 소리로 바꾸는 자동 연주 피아노 기술은 100년도 더 된 기술이다. 1895년 미국 발명가 에드윈 보테이(Edwin Votey)는 ‘피아놀라(Pianola)’라는 이름의 장치를 발명했다. 피아노에 부착할 수 있는 기계로, 페이퍼 롤에 구멍을 뚫고 롤을 돌리면 그 패턴에 따라 피아노 건반 아래의 액추에이터(actuator)가 동작하여 액션을 자동으로 누르는 구조였다. 겉으로 보기엔 건반이 자동으로 눌리는 것처럼 보여 유령이 피아노를 친다고들 말했다. 피아놀라는 페이퍼 롤로 표현된 악보에 그려진 음을 빠뜨리지 않고 충실히 소리화할 수 있었지만 어떠한 음악적 표현도 기대할 수 없었다.
-03_“인공지능과 피아노 연주” 중에서
야마하는 ‘디스클라비어(Disklavier)’라는 피아노도 선보였다. 이는 어쿠스틱 그랜드 피아노에 디지털 기능을 추가한 하이브리드 피아노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피아노에 의해 학습자와 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의 교수자가 연주를 정확하게 듣고 피드백할 수 있다. 켄터키대학교(University of Kentucky), 맨해튼음악학교(Manhattan School of Music) 등 많은 학교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원격 마스터 클래스와 협업 연주에도 활용되고 있다.
-06_“인공지능을 이용한 피아노 교습” 중에서
반면, 지금의 인공지능은 현대 음악의 도구로서의 한계도 뚜렷하다. 인공지능은 결국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찾는 것이기에 인간의 창의성에 단서를 제공할 수 있어도 자신이 학습한 기존의 음악적 문법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전통적인 음악 규범에서 벗어남을 현대 음악의 특징으로 정의한다면, 오히려 인공지능은 학습한 음악 규범 내에서 창작하기에 현대 음악에서 멀어지게 되는 아이러니가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케이지의 <4분 33초>와 같은 혁신적인 음악을 스스로 생성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09_“인공지능과 현대 음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