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공지능 시대에서 탈근대성의 수용과 발전
지능 정보 사회에서 인공지능과 지능로봇의 상용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윤리 규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명 공학과 의료 윤리가 발전하듯, 지능 정보 사회에서는 로봇 윤리 담론이 강조된다. 윤리는 주관적 가치 체계로, 보편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다. 로봇 윤리는 인공지능이 내리는 의사 결정이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다룬다.
로봇 윤리는 기존의 윤리적 개념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포함하며, 인간-로봇 상호작용에서 이성보다는 감정과 공감이 강조된다. 또한 인간과 로봇의 공진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윤리적 사고의 틀을 확장하고, 인간 윤리와 로봇 윤리의 상호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로봇 윤리는 단순히 로봇의 윤리를 넘어서, 인간 윤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양방향의 논의로 발전하고 있다.
포스트휴먼 시대에서는 인간중심적인 가치 체계를 넘어서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된다.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담론은 기존 인간 개념의 재구성을 요구하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휴머니즘으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 포스트휴먼 담론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기존 속성에서만 찾는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개념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200자평
인공지능 기술은 탈근대 시대의 휴머니즘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도록 추동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지능로봇의 사회적 수용이 인간과 비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문제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조망하고, 법철학, 법사회학, 법인류학 등 학제 간 연구에 바탕을 둔 총체론적 관점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론적 쟁점들을 살펴본다.
지은이
정채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인문사회학부 대우부교수다. 고려대학교에서 법학사, 법학 석사,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대학교(NYU) 로스쿨에서 LL.M.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뉴욕주 변호사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한국과학 기술원(KAIST) 미래전략대학원 연구조교수를 지냈다. 법철학, 법사회학, 법인류학 같은 학제 간 연구를 이론적 토양으로 해 법다원주의, 다문화주의, 관용 그리고 세계주의에 대한 기초법적 연구를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지능 정보 사회에서 인공지능과 지능로봇, 포스트휴먼,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법 이론적 쟁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서로 『생성형 AI와 법』(공저, 2024), 『세일라 벤하비브』(2024), 『코로나 시대의 법과 철학』(공저, 2021), 『인공지능과 법』(공저, 2019),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 그리고 법』(공저, 2017) 등이 있다.
차례
인공지능 시대에서 탈근대성의 수용과 발전
01 인공지능과 근대적 인간관
02 인공지능과 심신이원론
03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
04 인공지능과 비인간의 주체성
05 도덕적 행위자로서 인공지능
06 인공지능과 인간종 중심주의
07 인공지능과 로봇권
08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성
09 인공지능과 인간ᐨ기계 상호 작용
10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진화
책속으로
자율적인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 및 지능로봇의 등장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적 개인으로서 인간 주체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법 이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자아(self)를 갖춘 인공지능이 가능할 수 있다면, 근대적 인권 개념의 정수(精髓)인 자율성(autonomy)에 대한 재해석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논의의 지평은 합리적 이성에만 바탕을 둔 ‘합리적인 인간’의 우월성을 반성하고 새로운 휴머니티, 인간의 존엄성 및 인권의 철학적 원천 및 이론적 근거를 어디에서 발견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01_“인공지능과 근대적 인간관” 중에서
결국 인간종 중심주의의 극복은 인간의 비인간에 대한 지배적인 지위 및 질서를 해체하는 것을 수반한다. 해러웨이(Haraway)는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 해체가 인간의 타자에 대한 지배 구조와 더불어 인간중심주의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20세기 후반의 기계들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정신과 육체, 자기 생성적인 것(self-developing)과 외부적으로 고안된 것(externally designed)과 같이, 기존에 유기체(organisms)와 기계(machines)에 적용되었던 구별점들 사이의 차이를 완전히 모호하게 만들어 왔음을 확인하면서, 서구적 전통에서 유지되어 온 ‘위계 서열적 이원론’(hierarchical dualisms)을 넘어설 것을 역설한다
-06_“인공지능과 인간종 중심주의” 중에서
타자의 입장에서 감정을 헤아리는 공감(empathy)을 바탕으로 한 도덕적 행위의 영역이 로봇 윤리 담론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감은 그 개념 자체에 상호성 및 관계성을 내재하고 있어, 인간과 로봇 사이에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에 도덕적·윤리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논의에서 특히 주되게 다루어진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느끼는 것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나 자신의 상황보다는 다른 이의 상황에 더 적합한 정서적인 반응(affective response)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10_“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진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