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N번방 사건 이후,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말하다
추적단불꽃의 취재와 보도로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 중에도 학령기 아동·청소년이 있다는 이야기에 교육계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교육의 실패” 또는 “교육이 문제”라는 비난은 역설적으로 다음 세대를 ‘제대로’ 길러 내는 것이 교육의 목적임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방관자도 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그 전에, N번방 사건과 오늘의 교육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로 말하다
이 책을 쓴 20명의 저자는 N번방 사건 이후 교육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꺼내 놓는다. N번방 사건을 어떻게 명명해야 할 것인지부터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동의’의 개념, 의제강간 연령 상한, 성별에 따른 분리 교육 등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8회의 좌담 기록과 17편의 원고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이들의 이야기는 한곳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자’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현장의 교육 실천가들이 현장의 언어로 말하다
교육의 변화와 교육을 통한 사회의 변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교육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오늘의 교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치원 교사, 초·중·고등학교 교사, 대학 강사, 연구자, 시민 활동가인 저자들이 일상과 이상(理想)에 대해 나누는 대화에는 오늘날 교육 현장의 언어가 그대로 담겨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로 교실과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 이들의 말을 통해 교육 현장의 혐오와 차별, 위계에 의한 폭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다
구조적인 문제를 마주한 개인은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무 명의 저자들은 거대한 벽 앞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은 이들이다. 학교 안과 밖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크고 작은 실천과 부침의 기록은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이들에게 용기와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이다.
200자평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교육의 실패”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페미니즘의 눈으로 바라본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페미니스트 교육 실천가인 스무 명의 저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화의 자리에 당신을 초대한다. 다음 세대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갈, 교육이 ‘문제’지만 동시에 ’희망’이라 믿는 당신을 말이다.
지은이
김동진 ‘여성주의 교육 연구소 페페’ 대표
김병성 중학교 국어과 교사
김상애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 필자
류소연 출판사 ‘허스토리’와 페미니즘 책방 ‘달리, 봄’ 대표
민지 한국문학 연구자
서지해 교육학을 공부한 페미니스트 지망생
신민자 느슨하게,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은 페미니스트 직장인
양정아 아이들과 함께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어린이집 선생님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공동대표
유시경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소속 고등학교 교사
유진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소속 고등학교 교사
이성경 엄마 페미니즘 탐구 모임 ‘부너미’ 대표
이주영 싱어송라이터, 맴맴뮤직무브먼트 대표
이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대표
이해주 페미니스트 초등학교 교사
장재영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초등학교 교사
정다희 수상한 소설 클럽 ‘비밀독자단’ 운영자, ‘밥 먹고 하는 밴드’ 멤버
추적단불꽃 N번방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
하영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졸업생 성평등공동위 활동가
차례
머리말: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페미니즘을 향해 나아가기
1. 추적단불꽃이 말하다
좌담: 불, 단, 김동진
2. 청년이 말하다
좌담: 민지, 서지해, 양지혜, 김동진
교단을 허무는 성교육, 가능할까?
N번방 이후를 살아가는 페미니스트 지망생
사건 장소로서의 대화: 뉴미디어 다시 보기
3. 유치원 · 초등학교 교사가 말하다
좌담: 양정아, 이해주, 김동진
유치원에 페미니즘이 왜 필요해?
성평등교육이라는 환상의 하모니를 위하여
4. 중 · 고등학교 교사가 말하다
좌담: 김병성, 유진, 유시경, 김동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학교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를 상상하기
시경 쌤이 하지 않는 것들
5. 교대 졸업생이 말하다
좌담: 장재영, 하영, 김동진
교육의 페미니즘적 전환: 어떤 전환이 필요한가?
남학생에게도 성평등교육이 필요하다
6. 대학의 안과 밖에서 말하다
좌담: 김동진, 김상애, 신민자
대학은 페미니즘 ‘지식의 전당’이 될 수 있을까?
서로를 연결하고 기억하는 수업
더 많은 ‘인생의 언니들’과 함께
7. 남성과 기혼 여성이 말하다
좌담: 이성경, 이한, 김동진
양육자가 만드는 ‘동의’ 문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8. 문화예술인이 말하다
좌담: 류소연, 이주영, 정다희, 김동진
모두 슈퍼스타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페미니즘 책방, 길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
책속으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결국은 교육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말씀을 드린다. 교육을 누가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빠질 수 없지 않나. 누가 교육할 것인지는 물론,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학교에 안 나오는 아이들은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등 질문할 것들이 참 많다.
– 23쪽, 추적단불꽃 ‘불’
청소년기부터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하면서, 페미니즘 교육이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바꾸어 내는, 공간이 공동체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스쿨미투가 고발한 교사와 학생 간의 수직적 위계, 교단의 권위성을 해체하는 게 페미니즘 교육의 목표이지 않을까?
– 31쪽, 양지혜
N번방 사건에 대한 반응에서도 꼰대 의식을 본다. 영상 언어와 컴퓨터에 친숙한 세대가 일으킨 특수한 문제라는 시선이다. 이 사건이 특정 세대의 특수한 문제인 것처럼, 막 나타난 새로운 사건처럼 대해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54쪽, 민지
“너희들, 혹시 이 많은 우유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니?” 간식을 받아 든 아이들은 무덤덤하게 혹은 정답을 안다는 듯 대답했다. “소한테서요!” 나는 “그렇지. 그런데 엄마 소의 젖은 송아지를 먹이기 위한 거잖아? 하지만 우리 모두 매일 우유를 마시잖아. 엄마 소가 송아지한테 먹이고 싶었을 텐데, 우리가 마시는 우유가 정말, 정말, 많지 않니?”라고 말하다가 멈춰 섰다. 이 잔혹한 착취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말하고 싶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채였다.
– 127쪽, 양정아
회색지대에 있는 많은 아이들은 ‘가해자 되지 않기’가 아니라 ‘가해자처럼 안 보이기’ 학습을 훨씬 많이 하게 된다. 지금의 교육이 그렇다. 무엇이 가해인지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무작정 가해자가 되면 안 된다는, 가해자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친다.
– 150쪽, 김병성
서로에게 “화장은 예의지”라는 조언을 할 때, “아, 전 상남자라 그런 거 못해요”라고 할 때, 그 말이 어떤 생각을 내포하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고 짚어 내기 힘들다. 흘러가듯 지나가는 말들을 붙잡아 “그게 무슨 의미일까?”, “왜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묻기로 했다. “그냥”, “다들 이렇게 말하니까”를 넘어서지 않는 답변들을 들으면서, 웃자고 한 말에 진짜로 죽자고 달려드는 한 사람쯤 만나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생각했다.
– 202쪽, 유진
학생으로서 각자 교대에 올 준비만 해 온 이들, 자기 경험 한 번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이들이 어떻게 단번에 학생의 권리에 대해 알 수 있겠나. 교대에 입학하고 나서도 학생 권리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하고, 곧바로 학생을 통제하거나 질서를 정돈하는 사람의 위치에 서게 된다.
– 237쪽, 장재영
페미니즘 지식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그런 관계와 공론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교사들의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 페미니즘에서 자신의 위치성, 경험,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주제이지 않나.
– 240쪽, 하영
남녀공학 대학에서는 페미니스트 학생들이 굉장한 ‘가르침 노동’을 한다. 심지어 교수를 대상으로도 그랬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면 그게 왜 잘못됐냐는 반문을 마주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가 그게 왜 잘못됐는지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 292쪽, 김상애
“엄마가 뽀뽀해도 될까? 네 몸의 주인은 너야. 모든 사람에 몸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어. 그걸 경계라고 해. 엄마가 뽀뽀하려면 너의 경계를 넘어가야 하니까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 엄마가 뽀뽀하는 게 싫으면 싫다고 말해 줘.”
– 367쪽, 이성경
나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생각과 삶을 일치시키는 실천을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 ‘나도 해 볼 수 있겠다. 이 사람처럼 조금 더 실천해 볼 수 있겠다. 저렇게 살아 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 397쪽, 류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