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곡원류≫의 탄생
≪가곡원류≫는 가객 박효관과 그의 제자 안민영에 의해 19세기 후반에 편찬된 가곡 가집이다. 그 편찬 작업은 대원군의 경제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박효관·안민영이 대원군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867년부터이고 대략 이때에 ≪가곡원류≫도 제작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대원군은 1865년에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당시 여항인들의 칠송정 시사(詩社)를 후원해, 모임 장소였던 만리장성집을 수리해 주었다. ≪가곡원류≫는 바로 이곳에서 제작되기 시작해, 이후 1872년에 완성된다. ≪가곡원류≫ 편찬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됐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만리장성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대원군의 지원이 없었다면, ≪가곡원류≫ 탄생도 어려웠을 것이다. 편자들의 문학적·음악적 시각에 따른 많은 작품들의 수집 활동, 작품 배열에 대한 고심, 문학적·음악적 실험의 단행, 작품마다 악보를 그리는 작업에는 절대적인 시간과 자본이 필요했는데, 거기에 대원군의 도움이 뒷받침되어 ≪가곡원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사집이자 성악보집
≪가곡원류≫는 가사집이면서 동시에 성악보집으로서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우선 ‘가사집’으로서의 특징적 모습은 종래의 가집들과 달리 저본을 놓고, 이를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가집으로 탈바꿈시킨 것에서부터 나타난다. 여기에다가 역사상 유명한 작자의 작품임에도 빠진 것들과 자기 시대의 작품들을 찾아 보완해 넣는 방식으로 작품집을 구성했다. 이런 방식에 따라 유명한 <하여가>와 <단심가>는 물론이요, 서경덕, 황희, 변계량 등 수많은 유명 인물들의 작품들이 실려 있어서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성악보집’으로서의 특징은 크게 ‘가곡 연창 방식 순서’에서 나타난다. ≪가곡원류≫는 당대까지 형성된 가곡 악곡 전체가 연창 순서에 맞추어 배열되는 특징을 보인다. 악곡은 크게 ‘남창’과 ‘여창’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남창과 여창에는 평시조 형식의 노래와 사설시조 형식의 노래가 있고, 이것이 끝난 뒤에는 남자와 여자가 합창으로 부르는 가필주대, 즉 ‘노래가 끝났음을 알리는 노래’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개개의 작품들은 ‘가곡의 악절’에 맞추어 가사를 나누었는데, 시조(時調)가 세 개 악절로 되어 있는 반면에, 가곡(歌曲)은 다섯 개 악절로 되어 있다. 즉, 가곡과 시조는 가사는 같지만, 악곡은 전혀 다른 노래다. 가곡의 악절 수가 시조보다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가곡의 음악적 표현이 훨씬 세련되다. ≪가곡원류≫의 모든 가곡 가사들은 다섯 악절로 분절되어 있어 가곡의 악절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이 책에서는 원본 ≪가곡원류≫의 이러한 특징들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 원전에 실린 총 856수의 가곡 작품들 중에서 108수를 실었다. 또한 현대어 번역문과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이를 참고하며 본다면 가곡의 운율을 느끼고 ≪가곡원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독자들에게 가곡의 새롭고 멋스러운 느낌이 잘 전달될 것이다.
200자평
조선 후기의 유명한 가객인 박효관과 그의 제자 안민영이 당시 가곡작품들을 집대성해 편찬한 책이다. 원전에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조 108수를 선별했다. 5개의 악절로 된 새로운 형태인 가곡으로 접할 수 있어서,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문학 특유의 멋을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엮은이
박효관(朴孝寬, 1800~1880)의 자는 경화(景華), 호는 운애(雲崖)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유명한 가객이었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아주 적다. 이는 그가 신분이 낮은 중인 계층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밝혀진 바는, 그는 본디 서울 오군영 소속의 수군(守軍) 일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가객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다. 생애 후반부에 종2품 동지중추(同知中樞) 벼슬을 얻기도 하나, 이 벼슬은 실직이 아니라 일종의 명예직이다. 수군을 지냈지만, 워낙 가객으로서의 명성이 높고 또한 대원군 휘하에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되어 얻게 된 직함으로 보인다. 박효관은 당시 대표적인 음악 풍류회였던 ‘노인계’와 ‘승평계’의 수장으로, 많은 가객들 사이에서도 매우 영향력 있는 가객이었다. 이런 그의 가객으로서의 명성 때문에, 당시 여항 음악인들은 그를 존경해서 감히 이름을 부르지 않고 반드시 ‘선생’이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그의 활동 중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은 흥선대원군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가곡원류≫라는 방대한 가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옮긴이
신경숙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교대, 한성대, 고려대를 거치며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고전시가를 주 전공으로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고전문학과 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진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는 주로 ‘조선조 가집’, ‘가곡 연행 환경’, ‘궁중 연향 가요’에 대한 것들이다. 최근에는 ‘근대 공간에서의 전통 가요’ 향유 양상들에 대한 탐색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19세기 가집의 전개≫(계명문화사, 1994), 공저로는 ≪한국 여성문학 연구의 현황과 전망≫(소명출판, 2008), ≪국어국문학 연구의 문화론적 전망≫(보고사, 2007), ≪예술과 장인문화≫(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07), ≪조선후기 궁중 연향 문화 2, 3≫(민속원, 2005), ≪효명세자 연구≫(두솔, 2005), ≪가곡의 새김≫(민족음악연구회, 2003), ≪시가사와 예술사의 관련양상 2≫(보고사, 2002) 등, 공역으로는 ≪송설당의 시와 가사≫(어진소리, 2004)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엮은이에 대해
남창
우조
초삭대엽
이삭대엽
중거
평거
두거
삼삭대엽
소용
반엽
계면조
초삭대엽
이삭대엽
중거
평거
두거
삼삭대엽
만횡
농가
계락
우락
얼락
편락
편삭대엽
얼편
여창
우조
이삭대엽
중거
평거
두거
반엽
계면조
이삭대엽
중거
평거
두거
농가
우락
계락
편삭대엽
가필주대
≪가곡원류≫ 발문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공산에 우는 접동
너는 어이 우짖느냐.
너도 나처럼 무슨 이별 하였느냐.
아무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