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바람과 나무, 아이와 노인, 귀신과 저승사자가 하는 이야기를
제멋대로 받아쓰는 것이 시인이라는 윤제림 시인의 육필시집.
표제시 <강가에서>를 비롯한 59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윤제림
1960/ 충청북도 제천 출생
1987/ <봉구 할아버지 커다란 손>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뿌리 깊은 별들을 위하여> 외 9편으로 문예중앙 시 부문 당선
1988/ ≪삼천리호 자전거≫(우경) 출간
1990/ ≪미미의 집≫(중앙M&B)
1994/ ≪황천반점≫(민음사) 출간
2001/ ≪사랑을 놓치다≫(문학동네) 출간
2008/ ≪그는 걸어서 온다≫(문학동네) 출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1세기 전망 동인
차례
자서(自序)
사랑
그날
삼천리호 자전거 5
삼천리호 자전거 9
봄날은 보란 듯이
명부(冥府)의 바다
내가 알기로 그는
걸레
젓가락 쓰기 혹은 사는 법
산 똥 절 똥
소나무
집시(詩)
논
성(聖)
맷집
흙집
칼집
개미집
어머니
가(家)
굴(窟)
옥(屋)
주막에 들다
사랑을 세다
봄에 돌아오다
비탈을 지나다
봄 가뭄
시인의 사랑
따뜻한 옛날
화가 장씨가 그림을 그릴 때
백담계곡을 내려오며
눈먼 사랑 노래
가벼운 안녕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어린 날의 사랑
사랑을 놓치다
사랑
함께 젖다
강가에서
재춘이 엄마
가정식 백반
버드나무 아래
한여름밤의 사랑 노래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습관을 생각함
어떤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
걸레 스님
저녁놀
그는 걸어서 온다
연변 처녀
무등여인숙
손목
목련에게
심청전
봄 산행
소쩍새
어느 날인가는
사랑 그 눈사태
사람의 저녁
윤제림은
책속으로
강가에서
처음엔 이렇게 썼다.
다 잊으니까 꽃도 핀다
다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천천히 흐른다.
틀렸다, 이제 다시 쓴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꽃도 핀다
아무것도 못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시퍼렇게 흐른다.
자서(自序)
부끄러운 글을 부끄러운 글씨로 옮겨 놓고 보니
낯이 뜨뜻하다.
절반을 틀리게 쓴 답안지를 들여다보는
나이 든 한글교실 학생의 기분이 이럴 것이다.
옳게 써야겠다,
공들여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