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서기 1세기 전후 중국에 전래되어 위진(魏晉) 시대에 점차 뿌리를 내리고 제량(齊梁) 시대에 이르러 극도의 번영을 구가했다. 중국에서는 대체로 후한(後漢) 중엽부터 인도 불경을 번역했는데, 위진 시대를 거치며 중국 불교에 유가·도가 등이 가미되었다. 이처럼 중국 불교는 인도 불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 고승(高僧)들의 깊은 사색과 열정이 융합되어 독특한 풍격을 이루었다.
중국 불교 형성기에 활약한 고승들의 자취는 중국 불교사에서 가장 찬란한 장면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중국 불교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들의 생애와 활동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국 불교 초기의 고승들에 대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저작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은 양(梁)나라 이전 초기 중국 불교사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귀중한 자료다.
혜교는 승전을 창작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자료들을 두루 읽고 수집한 것들을 고증한 후 사실 정보를 중심으로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간결하게 편집했다. 또한 기존 승전의 장점들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체제와 형식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채택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책은 후세 승전의 전범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고승전≫ 가운데 초기 중국 불교사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고 판단되는 여섯 명의 고승, 즉 안청·강승회·구마라습·석도안·석혜원·불도징의 전기를 발췌 번역했다. 이 고승들은 각자 다른 능력으로 불교 발전에 기여했는데, 이들을 빼고 초기의 중국 불교사를 서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의 전기만으로 ≪고승전≫의 전모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나, 중국 불교 성립기의 승려들이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중국 불교사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여섯 고승의 전기를 발췌 수록했다. 위진남북조 시기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귀중한 자료다. 고승들의 신이한 행적을 통해 고대 중국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도 있다.
지은이
석혜교는 중국 남조(南朝) 양(梁)나라 때의 승려로 회계현(會稽縣) 상우[上虞, 현재의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 사람이다. 당(唐)나라 때 도선(道宣)이 지은 ≪속고승전(續高僧傳)≫에 그에 관한 기록이 매우 간략히 실려 있다. 주로 가상사(嘉祥寺)에 머물면서 포교와 저술 활동을 했으며, 당시에 존재했던 여러 승전(僧傳)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된 부분이 많은 점에 불만을 갖고 ≪고승전≫을 저술했다.
옮긴이
변귀남은 중국 고전소설을 전공하고 2002년 영남대학교에서 <六朝 佛敎類 志怪小說 硏究>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한의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漢譯經典과 佛敎類 志怪小說의 영향관계 소고>, <≪高僧傳≫의 志怪的 서사형식 소고>, <≪百喩經≫의 寓言特色 小考-≪列子≫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雜寶藏經≫의 本生故事 小考>, <≪六度集經≫의 寓言特色 小考>, <≪法苑珠林≫‘六道’篇 小考-感應緣의 志怪故事를 중심으로>, <韓·中僧傳의 神異的 敍事方式 比較-≪高僧傳≫과 ≪三國遺事≫를 중심으로->, <譬喩系佛典 敍事特性 試論-≪舊雜譬喩經≫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 한 낙양의 안청
2. 오 건업 건초사의 강승회
3. 후진 장안의 구마라습
4. 진 장안 오급사의 석도안
5. 동진 여산의 석혜원
6. 동진 업중의 축불도징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구마라습은 평소 대승 경전을 좋아해 대승의 뜻을 널리 펴고자 했다. 그러나 늘 한탄하기를, “내가 만약 대승아비담(大乘阿毘曇)에 대한 논서를 쓴다면 가전연자(迦旃延子)는 비교할 수도 없으리라. 이제 중국 땅에 깊은 학식을 가진 자가 드물어 여기서 붓을 꺾노니, 장차 무엇을 말할 것인가?”라고 하며 쓸쓸히 그만두었다. 오직 요흥을 위해 ≪실상론(實相論)≫ 2권을 저술하고, 아울러 ≪유마경≫에 주석을 달았을 뿐이다. 입에서 나오면 그대로 문장을 이루어 고치거나 뺄 것이 없었고, 문체와 비유가 완곡하면서도 심오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75~76쪽
중국 땅에는 열반이 늘 존재한다는 학설이 없었고, 다만 [열반의] 수명이 길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에 혜원은 탄식하며 말했다. “불성이란 지극한 것이며, 지극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진리가 어찌 끝이 있겠는가?” 이리하여 ≪법성론(法性論)≫을 지어 말했다. “지극한 것은 변하지 않음을 그 성품으로 삼으며, 이 불변의 본성을 얻으려면 궁극의 실상을 깨닫는 것으로 종지를 삼아야 한다.” 구마라습은 ≪법성론≫을 보고 탄복했다. “중국인에게는 대승 경전이 없는데도 [혜원의 견해는] 은근히 진리와 부합하니, 신묘하지 않은가?”
-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