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성호 이익의 저서는 ≪성호사설(星湖僿說)≫이다.
성호는 자서(自序)에서, 경학(經學)을 깊이 연구한 궁경(窮經) 2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여가가 있을 때마다 보존할 만한 것을 붓 가는 대로 기록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이 많아졌다고 했다.
≪성호사설(星湖僿說)≫처럼 붓 가는 대로 기록한 ≪관물편(觀物篇)≫은 77조의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생활 중 채소나 꽃을 키우고, 벌을 기르거나 동물의 행동을 보면서 느낀 것을 틈틈이 기록한 메모를 모은 책이다. 비록 사소한 생활 환경을 소재로 한 글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안목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물(觀物)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송나라의 철학자 소옹(邵雍, 1011~1077)이다. 그의 저서 ≪황극경세서≫에서 관물에 대한 정의를, “관물이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치로 보는 것이다. 천하의 사물은 이치를 갖지 않는 것이 없으며, 성(性)이 없는 것이 없으며, 명(命)이 없는 것이 없다. 이치란 궁구한 뒤에 알 수 있으며 성이란 극진히 한 뒤에 알 수 있다. 이 세 가지의 앎인 삼지(三知)는 천하의 참다운 앎인 진지(眞知)다”라고 했다.
소옹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눈으로 보는 이목관물(以目觀物), 마음으로 보는 이심관물(以心觀物), 이치로 보는 이리관물(以理觀物)을 제시했다. 핵심은 자아로써 사물을 바라보지 말고 이치로써 사물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이리관물(以理觀物)이다. 결론적으로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유용한 정보를 도출할 것인가 하는 관점(觀點)의 문제를 설정하는 것이 관물(觀物)이라 할 수 있겠다.
성호의 ≪관물편≫은 ≪성호사설(星湖僿說)≫의 거대한 그늘에 가리고, 일상생활에서 느낀 바에 관한 기록이라서 그런지 학술적으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깨달음이 있을 때마다 기록해 두는 성호의 학문적 양상과 지극히 평범한 사물을 남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삶의 이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는 ‘작은 성호사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00자평
천재는 어떤 식으로 사고할까? ‘관물(觀物)’은 말 그대로 사물을 바라보고 느낀 점을 메모한 글이다. 사물을 관찰해 본질을 파악하고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다. 간명한 글 너머로 방대한 실학 명저 <성호사설>이 보인다.
지은이
이익은 1681~1763.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자로, 자는 자신(子新), 호는 성호(星湖), 본관은 여주(驪州)이다. 투철한 주체 의식과 비판 정신을 소유한 학자로서, 평생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였으며, 그의 사상은 안정복.정약용 등에게 계승되었다. 당시의 사회제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성호사설(星湖僿說)』을 저술한 바 있으며, 문집으로 『성호선생전집(星湖先生全集)』이 전한다.
옮긴이
천광윤은 경남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성남시청, 해군 본부, 한국통신기술 등에서 근무했고,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에서 <왕부지의 주역대상해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논어≫를 읽었고, 이를 계기로 동양학에 심취해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접한 후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대학원 수학 중 일제 강점기말 주역 대가였던 야산(也山) 이달(李達, 1889~1958) 선사의 손자인 이전(利田) 이응국(李應國) 선생에게 ≪주역≫을 배웠다. 2013년 현재는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주역≫ 관련 저술에 몰두하고 있으며, 고전 문집 중에서 번역이나 학자들의 조명을 비교적 덜 받은 문장을 발굴해 일반인이 읽기 쉬운 현대문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차례
1. 처음에는 유실수를 좋아했다가 나중에는 꽃나무를 더 좋아하다
2. 외톨이가 되는 것을 경계하라
3. 어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
4. 기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5. 채소만으로 밥을 먹어도 맛이 있었다
6. 천하에 버려야 할 물건이다
7. 벌레도 지혜롭구나
8. 은혜를 베풀었다고 모두가 인자한 것은 아니다
9. 사람은 여기서 죽어 가고 약은 저기서 썩어 간다
10. 만물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11. 저 꽃들이 좋고 나쁜 것이 있겠는가?
12. 그대로 두는 것만 못하다
13. 짐승도 사람의 마음을 안다
14. 참새 싸움
15. 천하에 재능은 버릴 것이 없다
16. 이는 사람을 물지 않으면 굶어 죽고 물면 불에 타 죽는다
17. 원거(鶢鶋)
18. 사람은 기회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19. 꽃향기가 공중으로 흩어져도 꽃의 성품은 변하지 않는다
20. 맛있는 음식도 목구멍을 내려가면 똥이 된다
21. 쥐는 이렇게 뛰어논다
22. 나를 닮으라
23. 아! 너무 늦었구나
24. 세습 전통
25. 참새와 뱀
26. 인순지해(因循之害)
27. 어찌 보호받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28. 은혜를 모르는 닭
29. 안항(雁行)
30. 벌은 한 번 침을 쏘면 죽는다
31. 파리
32. 지렁이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을 안다
33. 개미
34. 닭은 싸움이 끝나면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한다
35. 일이 옮겨 가면 사물이 변하고 사물이 변하면 마음도 바뀐다
36. 식음을 전폐한 거위
37. 사소한 일로 원수가 된다
38. 권세가 있으면 눈빛으로 지시해도 따른다
39. 식물은 밑둥치가 잘리면 가지는 저절로 마른다
40. 사물은 본래 쓸모없는 것을 가지고 쓰임으로 하는 것이다
41. 재앙과 근심은 이쯤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42. 만물은 이름을 받들고 세상에 나온다
43. 작고 큰 것에는 분수가 있고 득실에는 운수가 있다
44. 사단칠정
45. 미친개
46. 대야의 작은 물도 다행인데 어찌 강과 바다를 바라는가?
47. 탐욕은 지혜를 흐리게 한다
48. 서로 해를 끼치지 않는 명석함
49. 짐승은 어미는 알지만 아비는 모른다
50. 뱀
51. 둘 다 그대로 두어라
52. 만남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53. 위험을 경계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른다
54. 나무를 심는 법
55. 이로움이 있으면 해로움이 뒤따른다
56. 솔개와 같은 사람
57. 어떤 땅이든지 그렇지 않겠는가?
58. 좋고 싫은 마음이 금방 바뀌니 어찌 꽃의 잘못이겠는가!
59. 큰 나무도 썩으면 잡초의 거름일 뿐이다
60. 천지간의 생물은 각각 살아가는 이치가 다르다
61. 같은 환경에서 자란 풀도 성질이 다르다
62. 사람은 혹 기미에 어두워 실패에 빠지니 슬프도다
63. 습관은 교육으로 만들어진다
64. 소인은 은밀히 기회를 엿보다가 자기의 뜻을 이룬다
65. 어머니는 자식을 기르고 아버지는 자식을 교육한다
66. 금수가 교접하는 것은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67. 어떤 사물이건 완벽한 것은 없다
68. 잡초의 뿌리를 완전히 뽑지 않은 것을 후회하다
69. 귀중한 것은 질이다
70. 잡초는 뿌리를 남기지 말고 제거해야 한다
71. 사람이 여색에 빠지면 나라까지 망친다
72. 초목이 자라는 것을 보고 자연의 이치를 알다
73. 진심으로 구하면 비록 맞지 않더라도 멀지는 않게 된다
74. 만물은 타고난 품성을 거역하지 못한다
75. 기대 밖의 소득이 넘쳐도 그칠 줄을 모른다
76. 소나무
77. 천직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성호 옹이 모란꽃 한 포기를 심었는데, 줄기를 크게 키우려고 잔가지는 다 제거하고 곧은 줄기만 길렀다. 수십 년이 지나자 우뚝하게 높이 자랐다. 그러나 줄기는 늙어서 병들고, 위는 무거운데 아래는 빈약하고 떠받쳐 줄 가지가 없어서 바람에 꺾여 버렸다. 군자는 외톨이가 되는 것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