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4차 산업혁명 시대, 기본소득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디지털 유토피아는 실현될 것인가.
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월E>는 모든 노동을 로봇이 하는 세상을 보여 준다. 언뜻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생계를 위한 노동은 모두 로봇이 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인간들은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왜 그럴까. 노동으로부터 해방은 됐으되,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지킬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출현하고, 사물인터넷, 로봇,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인간의 노동해방은 ‘꿈’이 아닌 멀지 않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미래가 유토피아일까에 대한 답은 다소 우려스럽다. 벌써부터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쫓겨난’ 노동자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심지어 의사, 법관, 예술가 같은 전문직조차 인공지능에게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어야 존재한다.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유의미한 것이다.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자본주의의 경우 대부분 노동의 대가, 즉 ‘임금’에서 나온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전개다. 이른바 구조적 실업이 발생한다. 이는 그 어떤 임시방편적 조치로 막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정부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심심치 않게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모든 국민(시민)에게 기본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시민, 사람)들은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것이란 논리다. 생계를 위한 노동은 로봇에게, 가치로운 ‘일’은 인간이 하는 이른바, 디지털 유토피아로 가는 여정의 첫 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앞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재정문제는 가장 시급하다. 그리고 인간의 노동윤리 등등. 이 책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우리는 과연 노동으로부터 진정, 해방될 수 있는가. 기본소득은 과연 노동해방에 기여할 것인가.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이 책은 컴북스 팸플릿 시리즈 중 한 권이다.
☑ 컴북스 팸플릿은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급한 진단과 해결책이 필요한 주제를 빠르게 출간하여 대중의 인식에 도움을 주는 기획입니다. 저자의 전문성과 주장 혹은 대안이 사회 진보에 기여하기를 희망합니다.
(계속 출간됩니다.)
200자평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미래 전망의 명과 암이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등이 일상화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얼핏 디스토피아적이다. 인간이 일자리를 잃으면 소득이 없어지고 자연히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비 없는 생산은 의미가 없다. 기술의 진전은 부단할 것이고 그에 따라 의미 없는 생산을 늘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기본소득이다. 노동은 로봇이, 인간은 보장된 기본소득으로 가치 있는 일만 하는 세상, 이른바 디지털 유토피아다.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만난다.
지은이
김석준
건국대학교 기술경영학과 초빙교수이자 (주)평산리서치 대표컨설턴트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경영과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논문은 “마이크로셀룰라 이동통신에서의 위치등록과 페이징에 관한 연구”(1996)다. 이후 KT에서 마케팅 및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기획을 담당하는 상무를 역임했고, 현재는 4차 산업혁명과 정보통신 관련 기술, 이에 의한 미래 사회 변화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일자리의 미래 및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저서로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미래(2018)와 문과생을 위한 ICT이야기(2019)가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자문위원과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4차 산업혁명은 유토피아를 만들어 줄 것인가
01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의 등장
4차 산업혁명의 본질
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변화의 방향
스마트팩토리
02 노동의 변화
인공지능이 우리를 일자리에서 몰아낼 것인가
노동력이 필요 없는 사회
소비 없는 생산은 무의미하다
소비 중심 경제제도의 필요
03 로봇자본주의
로봇자본주의의 등장
국민은 소비의 권리와 의무를 진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노동의 변천사와 노동해방의 의미
우리가 바라는 노동해방은
로봇자본주의를 위한 조건
04 소득 유지를 위한 법과 제도
엘리자베스의 ‘빈민법’
최저임금제를 통한 소비시장의 유지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한 소득의 유지
05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의 기원과 의미
기본소득의 정의와 속성
기본소득의 유형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 및 적용 사례
06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실험 목적과 설계
검증 가설과 중간 결과
실험 결과의 분석
향후 기본소득 실험을 바라보는 관점
07 기본소득의 적용 방법
기본소득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
4차 산업혁명 이후 기본소득 적용 방안
로봇세의 도입이 가능할까
로봇세 이외 재원의 마련은 가능한가
국가자본 확충을 통한 재원 마련
08 디지털 유토피아를 꿈꾸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디지털 유토피아
노동해방이 가져올 가치 있는 일은
디지털 유토피아를 향하여
참고문헌
책속으로
특히 일자리 측면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바뀌고 있다. 이미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공장에서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이 서서히 없어져 가고 있으며 아마존의 ‘아마존고(Amazon Go)’와 같은 무인 상점도 도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패스트푸드점의 주문 시스템을 무인화해 각 점포의 인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전문직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서서히 많은 일이 사람이 직접 하지 않고서도 해결하도록 바뀌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예측해야 할까?
_ “01 4차 산업혁명” 중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노동의 문제는 우리가 필요한 것을 생산하기 위한 일자리 수보다 경제활동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하면 당연히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만일 노동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노동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아무런 소득을 얻을 수 없어서 소비할 수 없고 생계가 곤란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소득 역시 지속해서 줄어갈 것이다. 소득이 줄어들 것이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_ “02 노동의 변화” 중에서
로봇자본주의는 가치의 축이 생산에서 소비로 바뀌고 난 다음의 이야기다. 소비가 가치의 중심축이 된다면 국민들은 그 나라의 소비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로봇자본주의의 관점으로 보면 노동 대신 소비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가 되어야 한다. 생산된 제품들을 소비해 줘야 또 다른 생산을 해낼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생산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할 수 있는 국민들이 필요한 것이다. 헌법에 반영된 노동의 권리와 의무가 소비의 권리와 의무로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_ “03 로봇자본주의” 중에서
만일 국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정부가 모든 국민이 원하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정부가 해치는 것이다. 구조적 실업 등의 문제로 인하여 국가 전체 일자리의 수가 일하려는 국민의 수보다 적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는 인공지능 등으로 인력을 기계와 컴퓨터로 대체하는 기업을 제재하여 국민이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사회를 혁신하여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일자리를 만드는 의무보다 다음 순위로 밀려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과는 무관하게 모든 일자리가 국민이 충분히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지급해야 하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시장의 기능에 의하여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도록 하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은 국민의 일자리를 없애는 일이기 때문에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_ “07 기본소득의 적용 방법” 중에서
일자리가 없어도 소비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우리가 옛날부터 꿈꿔 오던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과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생산은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생계유지에 대한 걱정 없이 각자 하고 싶은 가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이것이 유토피아일 것이다. 디지털로 인한 사회변화를 통하여 달성한 유토피아이니 ‘디지털 유토피아’라 명명해야 할 것이다.
_ “08 디지털 유토피아를 꿈꾸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