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긍정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사고는 자기계발서와 긍정신학을 넘어 학문의 이름으로 무책임한 긍정주의를 강요하고, 심리학과 심리 상담은 정신 병리의 양산과 상처의 진단과 치료를 넘어 조작된 ‘행복’을 강권한다. 이런 긍정심리학에 문제는 없는가. 긍정심리학의 발생 배경과 역사, 전개 과정 살펴봄으로써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지은이
이진남
강원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성토마스대학교 토마스철학연구소에서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상담치료 수련감독과 미국철학상담사다.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총무이사,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좋은책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왜 철학상담인가?』(공저, 2012), 『종교철학』(2009), 『서양이 동양으로 걸어오다』(공저, 2009) 등이 있다.
차례
긍정의 이데올로기
01 긍정 과잉의 시대
02 긍정심리학의 역사
03 제1세대 긍정심리학
04 제2세대 긍정심리학
05 심리학과 심리 상담의 원초적 한계
06 긍정심리학의 행복 개념
07 긍정심리학의 덕 목록 검토
08 실천적 지혜가 없는 덕 이론
09 이분법적 세계관의 문제
10 긍정의 전염에 대한 면역체
책속으로
“긍정하라. 그리하면 행복해지리라.”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서 들리기 시작한 메시지다. 형식적으로는 조건문처럼 보이지만 그 오라(aura)에 있어서나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의 표정에 있어서나 절대명령처럼 들려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긍정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행복해지는 것도 모두가 바라는 바이기 때문에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것처럼 들리는 이 말이 섬뜩하게 다가온 이유는 무엇일까?
“긍정의 이데올로기” 중에서
현대인들은 긍정의 과잉으로 탈진했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외침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강제가 되었다. 성과지상주의와 경쟁지상주의의 세계에서 긍정은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우리는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산다. 성과를 위한 불필요한 경쟁에 긍정의 강요는 지금도 풀무질을 한다. 그 공회전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피로이고 소진일 수밖에 없다.
“긍정 과잉의 시대” 중에서
그런데 긍정심리학의 덕 이론에는 실천적 지혜의 자리가 없다. 실천적 지혜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구적 이성이 자리한다. 때와 장소와 상대와 상황에 맞게 마땅한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적 지혜는 없고 설문조사를 통해 ‘확정된’ ‘다수 의견’이 전범이 된다. 질적 차이와 상황과 주체의 문제는 사라지고 무엇이든 양적으로 환산되어 측정되고 계산된다. 이것이 바로 과학으로서 심리학이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보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다.
“실천적 지혜가 없는 덕 이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