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프랑크 베데킨트는 동시대인들을 놀라게 하고 시민들을 두렵게 만든 존재였다. 금기 안에서 보호받고 유지되던 사회는 베데킨트로 인해 도전과 충격을 받았다. 사회는 그를 평화를 교란하는 자로 구분하고 검열로 박해했다. 베데킨트는 성 문제를 원초적인 사건으로 묘사하며, 성을 문명과 인습의 조종으로 소외된 혼돈스러운 자연의 힘으로 묘사한 최초의 작가에 속한다. 그는 사회적 안전 조치인 결혼과 가족제도 등 성 행동의 형식들에 대비해서 플레이보이들이 감행하는 순간적 외도의 독특한 매력에서 성의 악마성을 그려 보인다. 터부의 강요가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고 성 문제가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형태로 표현되고부터 베데킨트의 성의 신화화는 무리하고 희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했으나, 중요한 것은 그가 선입견과 위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성 문제를 다룬 선구자였다는 점이다. 그에 의하면, “자연에서는 예의 없는 사건이란 전혀 없고, 오직 이롭거나 해로운 사건, 이성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사건이 있을 뿐이다”.
이 연극은 초연에서 스캔들이 되었다. 어른들의 케케묵은 속물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로서, 갈피를 못 잡는 청소년과 경직된 아버지들 사이의 금기시되던 것에 대한 토론으로서 말이다.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동경과 열망 때문에 혼자서 얼마나 스스로를 파괴하고 소모하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890~1891년에 쓰였지만 1906년 막스 라인하르트가 공연할 때까지 초연될 수 없었다. 1912년에야 최종 결정으로 이 연극은 비로소 법원의 자유로운 공연 허가를 얻게 되었다.
최근 이 작품은 2006년 덩컨 셰이크(Duncan Sheik)가 뮤지컬로 작곡하고 마이클 메이어(Michael Meyer)가 연출해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려져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다(2007년). 국내에서도 2009년 처음 공연되어 열렬한 호응을 얻었으며 2011년에 재공연되었다.
200자평
자식의 성욕이 두려운 부모: 나이가 차면 애들은 성을 느낀다. 어른은 두렵다. ≪눈뜨는 봄≫은 청소년 비극이다. 성을 묻는 아이들은 죽어 버리고 부모는 자식을 저주한다. 베데킨트는 문명에 의해 소외된 시민 현실에 성의 진실을 충돌시킨다. 이때 발생하는 파란 불꽃은 찰나적이지만 결코 잊히지 않는다. 리얼리티다.
지은이
프랑크 베데킨트(Frank Wedekind)는 1864년 7월 24일 독일 하노버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의사로 1864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다가 귀국했고, 어머니는 가수였다. 유럽으로 돌아온 이 가족은 1872년 스위스로 이주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가 1848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시민운동에 관여한 적이 있었고, 비스마르크의 제국 건설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스위스 아라우 주에 있는 렌츠부르크 성을 사서, 그곳에서 프랑크와 그의 다섯 형제들은 학교에 다닌다. 베데킨트는 스위스의 로잔과 독일의 뮌스터, 뮌헨에서 대학에 다니며 아버지가 원하는 법학과 독문학을 공부한다. 잠시 취리히의 한 식품회사에서 광고문안 작성자로 일하기도 하나, 24세에 부친이 사망하자 그 유산을 받아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고, 그 후 베를린과 뮌헨에서 보헤미안 생활을 하며 연극에 전념한다. 1896년 이후에는 뮌헨에서 ‘히로니무스 욥스’라는 가명으로 잡지 <짐플리치시무스>의 동인으로 일한다. 1898년에는 카를 하이네가 이끄는 입센 극장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게오르크 슈톨베르크가 이끄는 뮌헨 샤우슈필하우스(오늘날의 뮌헨 카머슈필레) 극장에서 희곡 담당 및 연출가로 일한다. 이때 베데킨트는 황제 빌헬름 2세의 팔레스티나 여행을 조롱하는 시를 써서 황제 모독죄로 고발당했기 때문에 스위스로 도주한다. 출판업자 랑겐은 망명 중이어서 수입이 없는 작가에게 더욱더 과격한 시를 쓰도록 요구하여 자신이 발행하는 신문의 판매부수를 올리려고 한다. 이 때문에 베데킨트의 작품은 극장에서 공연을 거부당한다. 그리하여 베데킨트는 출판업자 랑겐과는 결별하고 법정에 자진 출두하여 7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한다. 1901년부터 뮌헨의 카바레 극장 <열한 명의 형리>에 출연하고, 자신의 작품에 배우로도 출연하며 여러 차례 순회공연을 다닌다.
베데킨트는 맹장 수술이 잘못 되어, 탈장 수술이 여러 번 반복되다가 1918년 결국 54세의 나이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뮌헨의 발트프리트호프 묘지에서 있었던 장례식은 스캔들이 된다. 왜냐하면 뮌헨의 창녀들이 ‘자유연애의 선구자’인 베데킨트에게 마지막 존경을 표시하러 몰려왔고, 아직 덮지 않은 묘 안에서 작가 하인리히 라우텐자크가 광기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옮긴이
김미란은 서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논문 <브레히트 희곡에 사용된 속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대학교에서도 수학했다. 청주대학교를 거쳐 1981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에서 30년간 교수로 재직했고, 독일 쾰른대학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독일언어문화학과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 ≪탈리아의 딸들-현대 독일 여성 드라마 작가≫, ≪독일어권의 여성 작가≫(공저), ≪한독 여성 문학론≫(공저), ≪독일어권 문화 새롭게 읽기≫(공저)가 있고,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모테카트의 ≪현대 독일 드라마≫, 렌츠의 희곡선 ≪군인들/가정교사≫, 로트의 ≪나귀 타고 바르트부르크 성 오르기≫, 베데킨트의 ≪눈뜨는 봄≫, 라 로슈의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 호르바트의≪피가로 이혼하다≫, ≪우왕좌왕≫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벤들라: 엄마, 화내지 마세요, 화내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엄마 말고 도대체 누구한테 그런 걸 묻겠어요! 제발 사랑하는 어머니, 말해주세요! 말해주세요! 사랑하는 엄마! 내 자신이 창피해요. 부탁이에요, 어머니, 말해주세요! 그런 걸 묻는다고 꾸짖지 마세요. 대답해 주세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죠?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내 나이 열네 살인데 아직도 황새나 믿으라고 요구하실 순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