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1975년 등단한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장석주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을 비롯한 60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장석주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1955. 1. 8/ 충남 논산 출생.
1975/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심야>가 당선되어 등단.
1979/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날아라 시간의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가 당선되어 등단.
1979/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존재와 초월> 입선.
<고려원> 편집장 역임.
<청하> 편집발행인 역임.
계간 ≪현대시세계≫와 계간 ≪현대예술비평≫을 펴내며 기획과 편집을 주관.
2002/ 조선일보 이달의책 선정위원 역임.
2007/ KBS ‘TV-책을 말하다’ 자문위원 역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와 동 대학원에서 소설창작과 소설이론 강의.
명지전문대와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시 창작 연구와 문예편집론 등의 강의.
<국악방송>에서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 활동.
현재는 전업 작가로 경기도 안성의 금광호숫가 ‘수졸재’에서 살고 있음.
시집
≪햇빛사냥≫(고려원, 1979)
≪완전주의자의 꿈≫(청하, 1981)
≪그리운 나라≫(평민사, 1984)
≪어둠에 비친다≫(청하, 1985)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나남, 1987)
≪어떤 길에 관한 기억≫(청하, 1989)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문학과지성사, 1991)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문학과지성사, 1996)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세계사, 1998)
≪물은 천개의 눈동자를 가졌다≫(그림같은세상, 2002)
≪붉디붉은 호랑이≫(애지, 2005)
≪절벽≫(세계사, 2007)
≪몽해항로≫(민음사, 2010)
차례
7 시인의 말
8 연하계곡
12 초산
14 단감
16 수그리다
18 소금강
22 가협시편
26 대추 한 알
28 버드나무여, 나를 위해 울어 다오
30 혼자 산다는 것
34 그믐밤
36 소금
40 3월의 눈
44 아버지
48 커다란 금빛 둥근 달
52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54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
56 검은 오버
62 잘못 배달된 화물
66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72 빈 상자들
78 슈퍼마켓
82 미궁
84 기형도 시집을 읽는 오후
86 후생(後生)
90 오후 3시에는 어디에나 행복이 없다
94 나비
98 희망
100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102 너
106 첫눈
108 담배 한 대
110 행복
112 겨울나무
114 강
116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120 따뜻한 악몽 같은 내 인생
122 진눈깨비
124 여인숙
126 비
128 서른 살의 시(詩)
130 검은 노래
134 슬픔
138 그리운 나라
144 이곳에 살기 위하여
148 나의 애인은 아침의 흰 우유를 마신다
152 나는 또다시 황금 나무를 볼 수 있을까
154 자화상
156 내 상상력의 복판에 감자가 떠올랐다
160 나의 시(詩)
162 밥
166 등(燈)에 부침
170 폐허주의자의 꿈
176 햇빛 사냥
178 가을 병(病)
182 시월
186 날아라, 시간의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196 벌판 2
198 심야 1
200 조용한 개선
206 바다의 부활 수업
217 시인 연보
책속으로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