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총 3막인데, 뚜렷한 중심 사건 없이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1막에서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가난 속에서 방황하는 간도 이주민들의 모습을 소개하는데, 이를 통해 조선 민중이 처한 피폐한 현실을 알 수 있다. 2막과 3막에서는 본격적으로 인물을 둘러싼 여러 갈등이 전개된다. 최가와 선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함흥집이 다른 남자에게 선부를 팔려고 하므로 둘의 사랑은 장애에 부딪친다. 누군가가 뽕나무 군수의 돈을 훔쳐 가는 사건이 일어나는 한편, 박가는 사랑을 약속했던 금분이에게 배신당하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던 중 선부는 소설가와 지국장에게 소 구루마꾼 여럿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최가가 죽은 것으로 오해해 자살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속에서도 몽술 아버지는 아들을 얻어 기뻐하고, 채표광은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아갈 길을 찾았다며 편지를 보내온다.
200자평
1940년 2월 ≪문장≫에 발표되어 1942년 1월 극단 성군이 동양극장에서 공연했다. 냉혹한 현실에서도 ‘등잔불’처럼 희미하게나마 어둠을 밝히며 살아가는 조선 민중의 삶과 정서를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1940년대 희곡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
박영호는 1911년 평남 원산에서 태어났다. 1930년 11월, 당시 원산에서 유일한 극장 시설이었던 원산관에 신설된 WS연예부에서 극작 활동을 시작해 대중극 창작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1933년 홍해성과 조선연극사에 들어간 이후 황금좌, 연극호, 신무대, 고협, 아랑좌, 성군, 예원좌 등에서 활동하며 150여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1937년에는 송영과 함께 신극의 예술성과 상업적인 신파극의 대중성을 조화한 ‘중간극’을 표방하며 ‘중앙무대’를 창립했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사회성과 예술성을 겸비했다고 평가된다. 일제 강점기 말까지 활발히 극작 활동을 펼쳤으며 해방 이후에는 조선연극건설본부, 조선프롤레타리아연극동맹, 조선연극동맹에 참가했다. 1946년 월북한 뒤 북조선연극동맹 위원장을 지내면서 <비룡리 농민들>(1949), <푸른 신호>(1951) 등을 발표했다. 주요 작품으로 <등잔불>(1940), <갱생일가>(1942), <김옥균의 서>(1945) 등이 있다.
차례
作者의 말
人物
第一幕
第二幕
第三幕
<燈盞불>은
박영호는
책속으로
朴哥: (떠러진 편질 집는다. 마이크로 크게 들린다.)
(소리) 朴哥야, 崔哥야, 뽕나무 군수야, 빈 함지야 선부야, 이 편지를 여럿이 읽어라. 나는 느이가 죽은 줄 알었을 얼굴에 사마귀 붙은 彩票狂이다. 알 수 없는 건 세상일이다. 죽으라던 나는 뻐젓이 살구 살려구 악을 쓰는 느이들은 그 무덤 속같이 캉캄한 부억房- 돈짝만 한 들창 밑에 웅크리구 앉어서 무슨 꿈들을 꾸고 있늬. 여긴 牧丹江서두 二千 里나 들어가는 古密山이라는 데다. 소낭구두 얼어 죽는 눈벌판이다. 내 손엔 독기와 괭이가 쥐였다. 나는 아람드리 참나무와 가얌나무가 들어선 荒蕪地를 개척하는 人夫다. 火輸地의 아들이다. 꿈은 영원이 꿈이다. 바람펵을 차고 푸른 하눌로 뛰어나오지 못한 꿈은 영원이 결박된 꿈일 뿐이다. 나오너라 창을 박차고 푸른 하눌로 뛰어 나오너라. 싫거던 죽어라. 여긴 햇빛과 흙을 가라 가는 자유민의 새로운 건설의 역사가 있다. 우리네의 등잔불은 둥피도 석유도 일없다. 大地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이다. 나오너라, 나오너라, 싫거든 죽어라,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