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 여자가 파티에서 초면의 남자를 붙잡고 결혼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지 남편이란 인간은 끝없이 바람을 피우고 얼마나 독단적인 남자인지를 하소연한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서 여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니콜라스와 어떻게 결혼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된다. 그녀는 두 언니와 함께 한방을 써야 하는 가난을 겪어야 했고 책을 살 돈도 없었으며 하급 관리로서 평생을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아버지와 살아야 했다. 자클린은 필사적으로 운명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 그녀가 대학에서 부유한 철물점 아들 니콜라스 로바토를 만나게 된다.
결혼 7주년 기념 파티. ‘금강 앵무새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가족들이 한쪽에 있고 다른 쪽에는 사업가로서 남편의 화려한 데뷔가 있다. 그 와중에 자클린은 결정적인 두 가지 일을 겪는다. 사촌 가스파로 리베로와 사랑에 빠지고, “게 다리를 하나를 부러뜨릴 때 동시에 등 뒤에서 샴페인이 빵 하고 터지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하나의 계시이자, 지킬 박사를 하이드 씨로 변신시키는 특수 약물로 작용한다. 사악한 욕망이 그녀를 사로잡고 다시는 떠나지 않는데….
‘인생과 예술의 관계 혹은 그에 대한 명상’과 ‘텍스트에 대한 텍스트’는 피톨 단편 소설의 특징을 요약한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의 사건과 행위는 예술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과 함께 어우러져 이른바 ‘예술가 소설’의 전형을 보여 준다. 피톨의 장편 소설의 매력은 지극히 멕시코적인 역사와 정서를 다루면서도 탈멕시코적인 관점을 선택한다는 데 있다. 오랜 외국 생활로 말미암아 멕시코를 바라보는 데 익숙해진 관점이기도 하다.
멕시코에서는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200자평
스페인어권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받은 작가 세르히오 피톨의 소설이다. 외도를 의심하고 남편을 강박적으로 살해하려는 아내의 이야기가 코믹한 필치로 그려진다. 자클린은 끊임없이 정부(情夫)를 만들어 남편 살해를 교사하지만 그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간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파산 후 외국으로 도주한 남편이 20년 만에 멕시코로 돌아오고, 자클린은 다시 그에게 달려가는데….
지은이
세르히오 피톨은 1933년 멕시코 베라크루스 주에서 태어났다.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1966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하며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을 썼다. 1988년 멕시코에 다시 정착할 때까지 20여 년을 주로 동구권 국가에서 생활했다. 피톨의 첫 작품은 1959년에 출판된 단편 소설집 ≪닫힌 시간≫이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1년이었다. 대표작으로는 결혼 삼부작 ≪사랑의 행진≫, ≪신성한 백조 길들이기≫, ≪배우자의 삶≫과, 단편집 ≪메피스토의 왈츠≫와 수필집 ≪푸가의 기술≫을 들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라틴아메리카 서사 체계를 특징짓는 마술적 사실주의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2005년 스페인어권의 노벨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수상한 사실은 그에 대한 평가와 인기를 잘 보여 준다. 현재 멕시코 베라크루스 지역에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옮긴이
전기순은 시학 연구로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 교수, 외국문학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페인 문학과 영화에 대해 강의하고 책을 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지금은 세르반테스에 대한 문학적 전기를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인 이미지와 기억≫, ≪알모도바르 영화≫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라만차의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테≫, ≪돈 후안 외≫, ≪사랑의 행진≫ 등이 있다.
차례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게 다리 하나가 뚝 하고 부러지는 소리와 등 뒤에서 샴페인이 뻥 하고 터지는 소리를 듣는 그 순간까지는 그랬다. 그 소리를 들은 이후 그녀는 엉뚱한 욕망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번개가 그녀를 내려침으로써 악이 깊게 그녀의 내부에 충전되었고, 두 눈은 충혈되기 시작했으며, 두 손은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생활이 이어졌다. 사악한 생각은 그 후 그녀 삶을 간헐적으로 찾아들었다. 단순한 의미의 나쁜 생각이란 정도를 넘어, 괴상한 악의 힘이 자클린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33쪽
혹독한 취조보다 정작 그녀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언론 보도였다. 신문들은 저마다 자클린과 페라리스를 이 사건의 용의자로 꼽았으며, 그들을 쿠에르나바카로 향하는 옛 국도에서 니콜라스를 살해한 범인으로 단정하는 신문마저 있었다. 어쩌면 페라리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자백했을 수도 있었다. 경찰은 그 자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니콜라스가 살해되었다고 단정했을 수도 있다. 나중에 페라리스는 고문으로 인한 강제 자백은 법적인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자클린을 괴물이라고 묘사했다.
−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