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재외동포 문학 가운데 중국 조선족 문학은 한글로 창작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과 매우 근접해 있다. 그럼에도 1990년대 이전까지는 서로 다른 사회 체제와 국가적 경계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도 중국 조선족 문학과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 문학의 자장 또한 더욱 풍성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문학 연구도 많은 결실을 맺고 있다.
중국 조선족 문학은 20세기 초반에 간도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문단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면면히 성장해 왔다. 몇 편의 시를 통해 중국 조선족 문학을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중국 조선족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리욱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 시인의 작품 세계만이 아니라 중국 조선족 시 문학의 일면을 엿보고자 한다.
중국 조선족 문단의 대표적인 시인이었던 리욱은 서정시뿐만 아니라 한시와 서사시 그리고 소설, 수필, 이론, 번역을 넘나들며 전 생애에 걸쳐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해 왔다. 중국 조선족 문학사에서 리욱의 시 세계는 민족적 색채와 낭만주의적 경향, 역사적 제재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 등의 특징을 지녔다고 평가된다. 서정시뿐만 아니라 산문시와 한시 그리고 서사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는 다채로운 형식에 걸맞게 풍성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자연물에 대한 순수한 서정에서부터 간도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이 처한 삶의 현실,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향한 열정, 역사적 항쟁과 혁명적 투지, 그리고 인생을 반추하는 명상적 내용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주제로 포괄할 수 없는 시 세계의 방대함은 리욱이 자기 현실과 문학적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시의 영역을 넓혀 온 작가임을 엿보게 한다.
200자평
일본의 압제를 피해 북으로 북으로 떠나가던 시절, 조선인이 있는 그곳에 조선의 문학이 있었다. 간도의 조선족 문학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다. 조선족 문인의 대표이자 위대한 민족시인 리욱의 시 세계를 만나 보자. 각박한 현실에도 좌초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강인한 생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지은이
리욱[李旭, 본명은 이장원(李章源), 1907∼1984]은 일제 식민지 시기 간도 문학의 대표자이자 해방 이후 중국 조선족 문학의 토대를 일군 리욱[李旭, 본명은 이장원(李章源), 1907∼1984]은 중국 조선족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아명은 리수룡이었고, 해방 전까지는 학성(鶴城), 월촌(月村), 단림(丹林), 산금(汕琴), 월파(月波) 등의 필명을 사용하다가 해방 이후 리욱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중국 조선족 문학의 토대를 닦고 발전시켜 온 그는 서정시와 서사시, 한시를 비롯해 소설, 수필, 문학 이론,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창작물을 남겼다.
1907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신안촌(고려촌)에서 태어난 리욱은 1910년에 지린성(吉林省)으로 이주해 유년 시절을 보냈다. 만주 일대에서 저명한 한문학자인 조부와 부친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에 중국과 조선의 고전을 익히며 성장했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던 중, 생활고로 학업을 중퇴하고 시 창작에 매진했던 그는 1924년 17세 되던 해에 처음으로 서정시 <생명의 례물>을 ≪간도일보≫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 후 간도 지역의 진보적 신문 ≪민성보≫의 기자로 일하다가 일제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야학에서 농민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계몽사상을 일깨우고자 했다. 1937년부터는 ≪조선일보≫의 간도 특파원으로 있었고, ≪조광≫, ≪조선지광≫ 등의 신문과 잡지에 활발히 시를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리욱은 시인 김조규와 함께 당시 만주에서 활동하던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재만조선시인집≫을 간행하는 등 중국 조선족 문단의 결집을 도모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해방 이후에는 <간도예문협회>의 문학 부장, <동라문인동맹>의 시문학 분과 책임자, <옌지(延吉)중소한문회협회> 문학 국장, 문예지 ≪불꽃≫의 편집 등을 맡아 예술 단체를 정비하고 중국 조선족 문단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도 창작에도 힘을 기울였고, 그 결과 1947년에는 첫 시집 ≪북두성≫을, 1949년에는 ≪북륙의 서정≫을 출간했다.
교육자로서의 소명 의식 또한 높았던 그는 옌볜대학 건교 사업에 참가했고, 옌볜사범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1951년 말부터는 옌볜대학 교수로 지냈다.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소련 문학과 마르크스주의 문예 이론, 혁명적 사실주의 창작론을 습득하며 문학 연구가, 학자로서도 충실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조선족 문인으로서 리욱이 이룩한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1956년, 조선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해 중국작가협회 옌볜 분회 이사로 활동했던 것이다. 리욱은 중국 문학과 교류하며 중국 조선족 문학이 중국 문학의 일부로 인정받는 동시에 독자적인 문학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그러한 과업의 일부로서 중국어로 된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6년부터 1976년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반동 문인으로 몰려 정치적 탄압을 받으며 창작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벽지로 추방당하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혼돈의 시기가 끝나자 정치 누명을 벗은 리욱은 다시금 시 창작에 힘을 쏟아 1980년 73세의 나이로 ≪리욱 시선집≫과 함께 장편 서사시 ≪풍운기≫ 1부를 발표했다. 그리고 ≪풍운기≫ 2부를 집필하는 도중 1984년 7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리욱의 생애는 말 그대로 중국 조선족 문학의 형성과 성장 과정을 보여 주는 역사다. 일제의 식민지 탄압과 해방 이후 중국의 정권 수립 그리고 문화대혁명 등 사회·정치적 시련 속에서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대와 역사를 형상화하고자 한 리욱의 시 세계는 중국 조선족의 삶과 역사를 보여 주는 동시에 문학을 통해 사회와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을 고양하고자 하는 진취적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엮은이
장은영(張恩暎)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현대시를 전공으로 문학 석사 및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차례
生命의 禮物
님 찾는 마음
눈
봄비
금붕어
나의 노래
躑躅花
바위
五月
落葉
별
帽兒山
月夜梵鍾
샘
血痕에 깃든 꽃
땅
오월의 붉은 맘씨
驛馬車
北斗星
내 두만강에 묻노라
라자구
檄
옛말
젊은 내외
석양의 농촌
그날의 감격은 새로와
황소야
선구자
三代
일어서는 거리
사랑하는 거리
공원의 서정
고향
땅의 노래
꽃 언덕이 보이네
시들 줄 모르는 진달래
그 마음
꿈
아리랑
생의 노래
古城
鷹
秋感
讀書
老詩人
哲學
≪고향 사람들≫ 제3장 일송정에 올라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生命의 禮物
生命은
宇宙이다.
그러나 宇宙는 生命보다 작다.
山
바다.
나도 生命의 한 개 점이어니!
나의 붉은 젖가슴에서 뛰는
生命의 巨流여,
生命의 戰爭이여!
生命은
正服의 날개!
創造의 힘!
永生의 길!
나는 이제
뛰는 生命의 脈搏을 탓기에
生命은
빛난 禮物을 괴여 들고
이 밤의 광야에서
나의 앞에
횃불을 들었구나.
●帽兒山
이 땅 어린 生命을 기르는
海蘭江과 부르하통하는
너 帽兒山 創世紀의 佳緣이고
이곳 온갖 살림을 담은
룡드레촌과 얜지강은
너 모얼산 지켜 온 작은 花園이다.
憶萬呼吸이 깃드린
大地의 情若을 안고도
푸른 하늘을 이고 黙黙히 앉았으니
너 모얼산은 偉大한 巨人 같기도 하다.
네 머리 우에 해와 달이 흘러
쌓인 情怒 터지는 날은
自由의 깃발이 날리리니
우리 豆滿江을 건너서
처음 본 모얼산은 푸르러야 할 텐데
백 년을 기다려야 하느냐
천 년을 기다려야 하느냐.
새벽 물결이 뛰거나
떼구름이 뜨거나
너 모얼산은 안개만 실어 올리누나.
척죽꽃이 피거나
백설이 덮이거나
너 모얼산은 꿈만 꾸누나.
오!
그러나 모얼산은
너는 여태 굴한 일 없어
우리의 깃발이였구나.
이제 나는 산에 나려
뭇사람들 속에서 높이 소리쳐
너 산울림 듣는다.
너 산울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