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좋은 탄질에 흥이 나서 일하던 다섯 광부 만석, 진호, 덕수, 태철, 병국은 무너져 내린 갱도에 갇힌다. 밖으로 나갈 길을 찾아 보지만, 다른 막장에 매몰되어 있던 시체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다섯 광부는 한 자리에 모여 최소한의 물과 공기통, 도시락으로 연명하며 구조를 기다리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고,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갱에 갇힌 광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조명 효과와 헬멧 탈착을 통해 환상과 현실 경계를 넘나든다. 무너진 갱 한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들어오거나, 광부들이 헬멧을 벗으면 그곳은 갱에서 벗어나는 환상이거나 회상 장면이 된다. 이곳에서 그들은 자신을 부르는 산달의 부인을 만나거나,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약혼녀를 만나기도 하고,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린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 같은 공간 분할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갱을 빠져나갈 수 없는 이들의 간절함을 적절히 구현한다. 1984년 제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 극단 여인극장에서 강유정 연출로 초연해 희곡상과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에는 한국연극영화TV예술상에서 단체 대상,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탄광 매몰로 막장에 갇힌 다섯 광부들 이야기다.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탄광촌 사람들의 삶과 생활의 고뇌를 조명했다.
지은이
윤조병은 1939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중퇴하고 중·고교 교사를 지내다가 1963년 월간 ≪국제영화≫ 시나리오 공모에 <휴전 일기>로 입선, 1967년 국립극장 장막 희곡 공모에 <이끼 낀 고향에 돌아오다>가 당선하면서 본격적으로 극작을 시작했다. 농촌, 탄광촌 등 도시화에서 밀려난 곳을 재조명한 다수의 작품을 통해 날카로운 역사의식과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심층적인 인물 심리 묘사를 위한 상징적인 장면을 다수 삽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작으로는 <참새와 기관차>(1971), <농토(The Land)>(1981), <모닥불 아침 이슬>(1984), <풍금 소리>(1985)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무대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모닥불 아침 이슬>은
윤조병은
책속으로
만석: 한 선생님…. 어디… 계시지요. 대답을 허세요. 잠들면 안 됩니다.
(만석의 손이 풀리면서 그의 몸뚱이가 허깨비처럼 구겨져 내리더니 마침내는 막장 바닥에 코를 박고 움직이지 않는다. 삭도 돌아가는 소리가 덜덜덜 한가롭게 들려온다. 그 소리를 타고 광부들의 슬플 것도 기쁠 것도 없는 콧노래가 들려온다. 그건 한 사람이다가,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다섯 사람의 합창이 된다. 막장이 서서히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