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극은 별신굿 기간을 알리는 산주가 별신굿 전설을 전해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노래와 굿을 재현하는 가운데 각시가 죽은 총각의 원혼을 풀어 주기 위한 희생양으로 등장한다. 이때 허도령이 각시를 구하려고 하면서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전통 의례에서 이는 불길한 것이다. 마을에 역병이 돌자 산주는 허도령이 만든 탈로 탈놀이를 벌여 별신굿을 해서 재앙을 물리치라는 서낭신의 계시를 받는다. 허도령과 각시는 금기를 깨고 사랑을 키워 가지만 탈이 완성되는 날 도령은 부정을 물리치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 스스로 목숨을 바친다. 각시는 도령이 죽자 죄 많은 자신을 죽여 달라고 절규한다. 마을을 위해 탈을 제작한 허도령을 기리며 막이 내린다.
1977년 허규 연출로 극단 민예가 초연했다. 그해 제1회 서울연극제에서 최고상(대통령상)을 수상했고 1986년에 ‘아시안게임 문화예술축전 연극제’에 참가했다. 전통적인 말과 소리, 몸짓, 색채들이 비로소 하나의 연극으로 총체화하기 시작했다는 평을 들었다.
200자평
서장과 12장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판소리와 가곡, 탈춤 등 전통 연희 요소를 활용해 경북 안동 하회동 별신굿 탈 제작자로 알려진 허도령 설화를 극화했다.
지은이
허규는 1934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났다. 1957년 서울대 농과대학 임학과를 수료했다. 대학 연극부를 거쳐 1960년 극단 실험극장 창립 동인이 되었다. 1960년대 극장주의 연극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3년부터 1981년까지 극단 민예 대표를 지냈다. 가면극과 마당극 등 다양한 전통 연희 기법과 방식들을 훈련하고 발전시켰다. <심청가> 등 창극 연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1977년 <물도리동>으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통령상, 1979년 <다시라기>로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했다. 1981∼1989년 국립극장장을 지냈고, 1980∼1983년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을 지냈다. 대표작으로는 <물도리동>, <다시라기>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장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물도리동>은
허규는
책속으로
산주: 도령은 마을을 위해 탈을 만들고 서낭님 곁으로 갔소.
도령의 죽음은 우리들 마음에 찌들어 붙은 죄의 때를 말끔히 씻어 주고 저 구름 속을 날아간 것이오…. 도령은 지금 우리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이요, 듣고 있을 것이오.
저를 낳아 주신 어머니의 슬픔을.
저를 사모한 각시의 한마음 엉클어진 흐느낌을 그리고 숙연하게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우리들의 목소리, 저 탈들 속에 서린 숨결 흥겨운 가락을 듣고 있을 것이오.
이제 우리들의 동네분들….
도령에게 감사와 위로의 뜻을 표해야겠소.
온 정성과 신명을 다 바쳐 별신굿을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