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방송산업에서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아성을 자랑하던 레거시 미디어들이 줄줄이 붕괴되고 있다. 신문에 이어 지상파방송사도 독주체제가 붕괴되며 마치 춘추 전국시대처럼 지상파방송사, 종합편성채널, 포털 사이트, CJ E&M, MCN 등 수많은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기존 사업권역의 맹주들이 새로운 도전자들에게 추격당하고 각 미디어 권역이 허물어지면서 격렬한 분쟁과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펼쳐지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을 실감한 이명박정권은 지상파방송 중심의 방송체제를 허물어뜨리기 위해 ‘미디어법’ 체계를 통째로 바꿔 상위 신문사 4곳에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해 준다. 그리고 거대 이동통신 3사에 IPTV 사업을 허가해 준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가 이루려 했던 지상파방송 체제의 붕괴라는 목적은 완전히 달성했다고 할 정도로 지상파방송 체제는 붕괴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광고 이외의 비즈니스 영역에도 진출했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진출하는 영역마다 분쟁이 벌어지고 지상파방송은 분쟁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쟁은 서곡일 수 있다. 방송은 규제 산업으로 지상파방송, PP, 유료방송 간에 규제 수준이 다른 비대칭 칸막이 규제가 이루어져 왔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독점 또는 과점을 형성하고 있던 미디어 맹주들이 이제 더 이상 안이하게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최근 5년여간 방송산업에서 벌어진 분쟁은 한국 방송사의 분쟁보다 더 많다. 필자는 지상파방송사의 매체전략 담당자로서 현장에서 극한의 분쟁을 직접 겪었다. 그 현장의 소리를 담았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지상파 내전이다. 지상파방송사 독과점 시기의 지상파방송사 간 스포츠중계권을 둘러싼 분쟁을 살펴본다. 2장은 채널 전쟁이다. 케이블TV 출범과 위성방송, IPTV 개국으로 다채널 다플랫폼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분쟁을 살펴본다. 3장은 재송신 1차 대전으로 방송 최대의 분쟁인 재송신을 자세히 살펴본다. 4장은 재송신 2차 대전으로 2014년부터 다시 시작돼 2018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재송신 분쟁을 살펴본다. 5장은 뉴미디어 전쟁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OTT, 클립영상, 저작권 등 뉴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새롭게 이슈가 되고 분쟁을 겪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본다.
200자평
지상파방송체제가 붕괴하고 있다. 이미 시청시간에서는 유료방송채널이 지상파방송채널의 시청시간을 앞서고 있다. 뺏고 뺏기는 치열한 방송 전선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쟁은 분쟁의 서곡일 수 있다. 최근 5년여간 방송산업에서 벌어진 분쟁은 한국 방송사의 분쟁보다 더 많다. 지상파방송사의 매체전략 담당자인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극한의 분쟁사를 담았다.
지은이
MBC 매체전략국 콘텐츠저작권 팀장이다. 기자생활과 학업을 병행해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보도국 카메라기자로 입사해 14년간 취재 현장을 누볐다.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파키스탄 대지진 등 각종 전쟁, 분쟁 현장을 찾아다녔고 2007년 삼성언론인상(시각영상부문), 2006년 한국카메라기자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취재와 더불어 인터넷뉴스서비스 론칭, HD 전환, 뉴스 NPS 프로젝트 등 각종 MBC뉴스 관련 디지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2년 파업 이후 사업본부에서 재송신 업무를 맡았고 이후 기획국 매체전략부, 매체전략국 그룹유통전략부에서 미디어 전략 업무를 했다. 재송신, VOD 등 대 유료방송 대응 전략을 담당하며 정책, 소송, 협상 업무를 수행했다. 콘텐츠저작권팀장으로 뉴미디어 환경의 콘텐츠 저작권 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지털뉴스 핸드북』(2008)이 있고 10편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01 지상파 내전
SBS 올림픽, 월드컵 싹쓸이
SBS의 베팅
꿩 먹고 알 먹은 SBS
보편적 시청권 충족 논란
추악한 중계권 전쟁, 누가 진짜 배반자인가
02 채널 전쟁
SBS, JTBC에 일격을 당하다
케이블의 텃새
급이 다른 IPTV, 역으로 당한 케이블
콘텐츠동등접근권, 위성방송은 왜 안 되나?
지상파 vs 종편, 끝없는 전쟁의 시작
UHD, MMS, 1승 1패
8VSB 두고 다시 붙은 지상파 vs 종편
종편에 채널 빼앗긴 지상파
올림픽 · 월드컵 뉴스 영상도 함부로 못 써
JTBC 선거방송, 24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다
찬반이 갈린 통합시청률
03 재송신 1차 대전
스카이라이프, 재송신에 사활을 걸다
재송신을 못해 사라진 위성DMB
재송신, 왜 갈등의 핵이 되었나
재송신의 세 가지 핵심 쟁점
재송신 10년 전쟁의 시작
법정으로 간 재송신: 지상파방송의 승리
블랙아웃 치킨게임
스카이라이프의 블랙아웃 수난사
고조된 규제 요구, 회피한 방통위
415일 블랙아웃, 재송신 분쟁의 원조, 미국
미국 재송신 제도의 탄생
에어로, 재송신에 대한 담대한 도전
04 재송신 2차 대전
지역 민방, 2차 대전의 포문을 열다
엇갈린 판결, 혼돈에 빠진 전선
지상파의 첫 재송신료 인상
SKT-CJ헬로비전 합병과 IPTV 재송신료 인상
방송유지재개명령의 첫 피해자 스카이라이프
작지만 강한 개별 SO
고조된 분쟁, 쏟아진 규제
솔로몬도 찾을 수 없는 재송신 해법
05 뉴미디어 전쟁
티빙의 좌초
통신사 vs 지상파의 치킨게임
넷플릭스의 한국 침공
미국 메이저스튜디오 vs 넷플릭스 전쟁
불법 사이트, 유령과의 전쟁
막강 유튜브를 막아라
SMR, 방송 콘텐츠 카르텔의 탄생
파이 커진 뉴미디어 시장, 저작권 분배 전쟁
오디오 삼국지
맺음말
참고문헌
책속으로
재송신 문제는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규제기관 모두에게 난제다. 먼저 각 측의 입장을 살펴보자. 지상파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지상파방송의 태동과 함께 송출과 콘텐츠 제작이라는 두 가지 의무가 주어졌고 구조적으로 독과점구조로 수십 년간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 정책, 기술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유료방송 플랫폼이 생겨나고 다채널 방송환경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은 송출방식에서는 케이블과 IPTV와 같은 유료방송사에 밀리고,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는 종합편성채널과 CJ E&M과 같은 MPP의 등장과 성장으로 기존의 경쟁우위는 없어졌다.
채널 증가에 따라 지상파방송의 거의 절대적인 재원인 방송광고 매출은 그 파이를 타 채널 사업자들과 나누어 먹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파이 자체가 줄어들어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 MPP간 경쟁은 더 심화돼 광고 매출과 채널 경쟁력 모두 점진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료방송사들은 대부분 재벌 기업들로 거대 통신사와 MSO들은 지상파방송 채널을 이용해 가입자를 모아 수천 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2015년 기준 SO 영업이익은 405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8%에 달한다. 처음부터 재송신료를 내 온 스카이라이프도 영업이익이 97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7.8%나 된다. 재주는 지상파가 부리고 돈은 유료방송사가 버는 구조로, 지상파방송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상파와 유료방송 채널 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료방송과 지상파방송은 더 이상 공생관계가 아닌 경쟁관계다.
_ “04 재송신 2차 대전” 중 ‘솔로몬도 찾을 수 없는 재송신 해법’에서
1년간 한국 시장에서 고전한 넷플릭스는 인기 감독 봉준호에 6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옥자> 개봉 시점에 맞춰 JTBC와 CJ 콘텐츠를 대거 수급한다. TVN과 OCN 채널의 주요 드라마들이 서비스되고 있는데 <비밀의 숲>, <화유기>, <블랙>, <슬기로운 감빵생활>, <아르곤>, <나쁜 녀석들>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 자체 OTT 서비스인 티빙이 2차 도약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한창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독점판권을 넷플릭스에 모두 내준 것은 거액의 판권료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통상적으로 제작비의 약 30% 정도를 판권료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규모는 이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화유기>는 총 100억 원으로 회당 6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2018년 최대 기대작인 이병헌 주연의 <미스터 션샤인>은 회당 12억 원, 총 287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할 수 없는 금액이다.
_ “05 뉴미디어 전쟁” 중 ‘넷플릭스의 한국 침공’에서
추천글
미디어 역사서와 같은 이 책은 방송사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제공해 마치 미디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한국과 해외의 사례를 적절히 섞고 팩트체크해, 이해가 쉽고 흐름이 지루하지 않다. 방송가에 입문하려는 사람, 미디어 업계의 흐름을 알고 시야를 넓히려는 중견 방송인에게는 필독서다. 방송 미디어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단언한다. 큰일을 하셨다.
-김조한 곰앤컴퍼니 미래전략이사
저자는 내게 늘 ‘분쟁’을 떠올리게 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미-이라크 전쟁 당시 나와 함께 분쟁 현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가 카메라 대신 펜으로 내민 ‘분쟁’의 기록은 미디어 생태계의 최근세사와 현대사다. 전말을 제대로 꿰고 있는 이가 드물기에 더욱 소중한 사료(史料)다.
-박성호 MBC뉴스데스크 앵커
이 책은 있는 것을 두고 싸우는 게임, 정해진 국경을 놓고 선 긋기를 하는 전형적인 땅 따먹기의 기록이다. 같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게임이고, 아군과 적군의 구별조차도 모호한 백병전의 기록이다. 그러기에 전쟁이라고 썼지만 전투에 가까운 글이다. 전투는 선혈과 비명이 낭자하다. 떨어져간 살점이 수두룩하고, 피투성이가 된 전장은 누구의 것이 된 들 득이 없어 보인다. “미디어 전쟁”은 다들 안다고 생각하는 그 현장을 세세히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그리고 지나간 기록에서 오늘과 내일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이 책은 지난 20년간 한국 방송 산업의 주자들이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해 온 족적을 정리했다. 저자는 지상파 방송 담당자로서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격렬했던 그 상황에 ‘참전’했던 당사자지만 객관적 시선을 잃지 않고 각 주자들의 입장을 서술한다. 방송 사업자나 정책 담당자, 연구자들이 과거의 아픈 경험으로부터 미래의 지혜를 도출하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최승호 MBC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