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친 숲>은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루마니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12월 시민혁명을 다룬 작품으로서, 어느 노동계층 가족의 삶을 씨줄로 삼고 혁명의 진행 과정을 날줄로 삼아 매우 특이한 서사시적 연극을 직조한다. 총 3부로 이루어진 극은 각각 혁명 직전의 억압적 사회, 혁명의 격동적 사건, 혁명 이후의 해방된 그러나 급격한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사회상을 순차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다양한 서사 양식 및 연극 양식을 통해 혁명기의 집단적·개인적 트라우마를 다층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혁명을 단일한 사건이 아닌 다중적 리얼리티로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이 극은 역사 쓰기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그 방식은 사실의 나열과 해설이 아니라 사실들 틈새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진실의 발견을 지향한다.
영국의 페미니스트 극작가 카릴 처칠이 연출가 마크 윙-데이비의 제안으로 수차례 워크숍과 루마니아 연극학교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희곡이다. 국내 초역으로 소개한다.
200자평
영국 페미니스트 극작가 카릴 처칠의 희곡. 1989년 루마니아 혁명을 소재로, 혁명을 전후한 혼란한 루마니아 사회상은 물론 혁명을 바라보는 루마니아 시민들의 다양한 시선까지 독특한 서사극 형식에 담았다.
지은이
극작가 카릴 처칠(Caryl Churchill, 1938∼)은 1970년대 초 런던 무대 데뷔 이래 비사실주의적 극작법으로 다양한 주제에 걸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1970∼1980년대 초기 작품들을 통해 사회주의적 페미니스트 극작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총 50여 편의 드라마를 창작했고 현재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처칠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녀의 주제의식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휴머니즘의 정신을 떠나지 않는다. 성차의 정치학, 자본주의적 가치에 대한 비판, 비인간화로서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사회적 규범과 처벌에 관한 푸코적 미시정치학, 동물 복제를 둘러싼 생명 윤리적 논쟁, 영미 동맹의 현실정치학, 현대 문명의 생태학적 위기, 정보사회와 인간 의식의 변화가 인간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오늘날 개인과 사회, 인류가 처한 위기의 현실과 그 현실을 지속시키는 모든 이념에 맞서 인간적 가치를 옹호하는 것이 그녀의 작품 세계다.
옮긴이
강태경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극학과에서 셰익스피어와 르네상스연극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연극학회, 셰익스피어학회, 영어영문학회, 현대영미드라마학회의 학술, 공연, 편집이사를 지냈으며, <Enter Above: 셰익스피어 사극에 있어서 시민들의 자리>로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 <누가 나비부인을 두려워하랴: 브로드웨이의 ‘엠. 나비’ 수용 연구>로 재남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호모 아메리카노: 미국연극의 배우, 인간, 문화≫, ≪<에쿠우스> 리포트: 런던발 뉴욕행 1974≫, ≪브로드웨이의 유령: 한 연극학자의 뉴욕 방랑기≫, ≪연출적 상상력으로 읽는 <밤으로의 긴 여로>≫, ≪<오이디푸스 왕> 풀어읽기≫, 역서로는 ≪햄릿≫, ≪안티고네≫, ≪리처드 3세≫, ≪리처드 2세≫,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아테네의 타이먼≫, ≪에쿠우스≫ 등이 있다. 드라마터그 작업으로는 국립극단의 <오이디푸스>와 <리처드 2세>, 예술의 전당의<꼽추 리처드>와 <세일즈맨의 죽음>, 명동예술극장의 <유리동물원> 등이 있다.
차례
사건 일지
공연 노트
대사 중복 표기 방법
나오는 사람들
1부 루치아의 결혼식
2부 12월
3부 플로리나의 결혼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통역사 : 저는 디미트루 콘스탄티네스쿠입니다. 통역 기관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죠. 21일 저와 제 동료들은 사무실에서 차우셰스쿠의 연설이 나오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습니다. 뻔한 수작이었지요. 공장이며 이런저런 기관들에서 사람들을 청중으로 동원해서는 소위 티미쇼아라의 폭도들을 진압하기 위한 명분을 얻으려고 한 거지요. 그런데 갑자기 라디오에서 군중이 소리치는 게 들리는 거예요. ‘집어치워’, ‘헛소리하지 마’, 그런 소리요. 그러더니 방송이 뚝 끊겼어요. 그래서 다들 알았지요, 뭔가 일이 일어났구나. 사무실 사람들은 엄청 충격을 받았죠. 다들 심장이 떨리는 느낌이었어요.
남학생 1 : 내 이름은 코르넬 드러간입니다. 학생입니다. 그날 난 TV에서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TV가 먹통이 되는 거예요. 뭔가 일어났다는 걸 알아채고는 집을 나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