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통 혼구를 대여해 생계를 꾸리던 최 노인은 결혼식 문화가 신식으로 바뀌면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가자는 자식들 요구에도 아버지가 지어 준 낡은 기와집에 집착하는 최 노인의 완고함, 제대 후 고학력 실업자로 방황하는 경수의 무력함,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영화배우를 꿈꾸는 경애의 허황된 욕망이 사건을 이끌어 간다. 결국 경수는 권총으로 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체포되고 경애는 신입 배우 모집 심사 위원을 사칭한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자 자살한다. 아들이 체포되어 떠난 뒤 딸의 시체를 발견한 최 노인의 비통한 절규와 함께 막이 내린다.
종로의 번화한 빌딩 상가 사이에 위치한 낡은 기와집이라는 무대 공간과 전통 혼구와 신식 면사포의 대조, 무대에 들려오는 재즈 음악은 서구 문화와 전통이 충돌했던 전후 사회의 모순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한다. 또한 햇빛을 가리는 빌딩 때문에 생명력을 잃어 가는 화초, 빌딩에서 내보내는 폐수 때문에 뿌리가 썩어 가는 나무는 어둡고 불안한 현실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최 노인 일가를 은유한다.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구세대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세대를 비극으로 몰아 가며 1950년대 한국 사회의 현실을 형상화한 세태 고발적인 작품이다.
200자평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최 노인 일가의 비극을 통해 전후(戰後) 한국 사회의 어둡고 불안한 시대상을 그려 냈다. 1957년 9월 ≪문학예술≫에 발표되었으며, 1958년 7월 김경옥 연출로 제작극회가 공연했다.
지은이
차범석은 1924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밀주>가 입선, 이듬해 <귀향>이 당선하면서 정식으로 등단했다. 이후 극작 기간 50여 년 동안 <불모지>(1958), <산불>(1962), <환상 여행>(1972), <학이여 사랑일래라>(1981), <꿈 하늘>(1987) 등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과 사회성을 지닌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사실주의 극 정착에 기여했다. 1956년 김경옥, 최창봉 등과 함께 제작극회를 창단해 소극장 운동을 주도했다. 1963년 극단 산하를 창단하고 1983년까지 대표를 지내면서 수많은 창작극을 공연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70), 성옥문화예술상(1980), 대한민국연극제희곡상(1981), 대한민국예술원상(1982) 등을 수상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一막
제二막
<不毛地>는
차범석은
책속으로
최 노인: 이런 팔짜도 있담! 허…. 풀포기만 시들게 하는 줄 알았더니 사람까지…. 아니 이게 정말이야? 경애야! (하며 발광하는 사람처럼 방으로 뛰어들려고 하자 경운이와 경재가 아버지를 안아 말린다.)
경재: 아버지 들어가지 마세요!
최 노인: 놔라! 이놈들아! 놔! 그년의 죽어 넘어진 꼴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