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서석영은 아이들에게 내재된 힘을 믿고,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작품의 밑바탕에 철학적 메시지를 담는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둘기, 개, 소나무, 새, 나팔꽃, 잔디 등 자연물과 포크, 나이프 등 생활 주변의 물건 그리고 숯, 전통 거리 인사동, 벼농사 등 전통적인 것에 더해 빈집, 노숙자, 분단 문제부터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장르로 볼 때도 생활 동화부터 자연물과 사물을 인격화한 우화적인 동화, 자연물과 인간의 교감을 다룬 이야기, 상상으로 펼친 판타지까지 동화 밭을 풍성하게 일구고 있다. 하나 특이한 점은, 아이들이 독자인 아동문학에서 다루기 힘든 분단 문제, 농사일, 전통적 소재인 숯을 이야기하면서도 판타지를 적절히 가미해 어렵지 않게 풀어내며 문학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비행’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를 소재로 남북 분단 때문에 생긴 이산의 아픔을 조명한 동화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도시의 공원에 사는 나이 많은 흰 비둘기다. 작가는 비둘기의 과거 역할을 활용해서 분단으로 고향에 못 가고 있는 할아버지의 편지를 전하고 답신을 얻게 한다.
‘울고 있는 집’은 요즘 시골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빈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산업화·도시화의 산물인 이농 현상으로 농어촌에는 폐가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IMF 사태 이후 불어닥친 경제난으로 도시에는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 빈집에서 연상되는 귀신, 도시의 노숙자와 시골의 빈집을 교묘하게 엮어 내 두 가지 사회문제를 이야기한다.
‘시간 여행’은 전통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종로 한복판의 인사동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통 거리임에는 분명한 인사동 거리, 하지만 정작 가 보면, 동남아산 물건들이 판을 치고, 외국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 전통 거리의 이런 혼재된 양상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까. 이를 아동문학으로 해석하고 교묘하게 풍자해 놓은 아이디어가 빛난다.
이렇듯 서석영은 눈앞에 보이는 사물과 현상을 면밀히 살핀 뒤 의미를 도출해 내고, 자신만의 철학과 이념으로 충분히 숙성시키고, 문학적 장치를 십분 활용해 작품으로 빚어낸다. 쉽게 쓴 작품이 아니지만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읽히고, 읽은 뒤에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동화를 쓰고 있다. 동화의 가치, 문학의 효용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200자평
서석영은 눈앞에 보이는 사물과 현상을 면밀히 살핀 뒤 의미를 도출해 내고, 자신만의 철학과 이념으로 충분히 숙성시켜 작품을 빚어내는 작가다. 그는 아이들에게 내재된 힘을 믿고,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작품의 밑바탕에 철학적 메시지를 담는다. 이 책에는 <지구 수선공 잔디>를 포함한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서석영은 196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1999년 ≪아동문예≫에 동화 <오해>를 발표하면서 동화작가가 되었다. 1998년 <지구 수선공 잔디>로 ‘샘터동화상’을, 1999년 <오해>로 ‘아동문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해 주목받는 동화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등단 후 13년 동안 장편 동화 10권, 단편 동화집 1권과 그림동화 다수를 내는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 왔다. 2008년 ‘한국아동문예상’과 2011년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해설자
박상재는 1956년 전북 장수에서 출생했으며, 전주고등학교와 전주교육대학,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전북신문≫과 ≪서울신문≫ 등에 동화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1981년 월간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화 <하늘로 가는 꽃마차>가 당선되었다. 또한 1983년에는 새벗문학상 공모에 장편동화 <원숭이 마카카>가, 1984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대나무>가 당선되었다.전라북도와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33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왔으며, 30년 넘게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 50여 권의 창작집을 펴냈다. 2013년 현재는 서울 강월초등학교 교감으로 있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한다.
차례
작가의 말
지구 수선공 잔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논
소나무가 키우는 아이들
시간 여행
아기 새와 나팔꽃
마지막 비행
숯이 부르는 노래
울고 있는 집
포크와 나이프
달밤에 체조하는 오뚝이
하늘을 나는 까망이
엄마봇, 아니 엄마를 찾아서
해설
서석영은
박상재는
책속으로
1.
‘무덤에서 맞는 이번 봄엔, 그 어느 때보다 푸른 옷을 지을 거야. 내가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듯, 무덤 속 영혼도 고향의 푸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 푸름은 무덤 아래 영혼에게도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거야.’
…
‘이 세상의 버려진 땅을 있는 대로 다 꿰매다 보면, 언젠간 그 길이 고향으로 이어질 거야. 끝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꼭 돌아가고 말 거야.’
-<지구 수선공 잔디> 중에서
2.
“근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니, 어떤 일로 왔니?”
“엄마봇을 만나러 왔는데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엄마? 아, 엄마봇을 엄마로 착각했구나. 그런데 어쩌냐? 엄마봇은 엄마가 아니야.”
경민이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털보 아저씨가 덧붙였다.
“로봇을 뜻하는 봇(bot)은 트위터상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야. 그러니까 엄마봇은 엄마 역할을 대신하고, 선생봇은 선생님 역할을 대신하지.”
경민이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럼 아저씨는?”
“나? 나는 엄마봇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로그래머야.”
털보 아저씨는 실실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잘하고 있나 봐. 엄마봇을 엄마로 착각하고 이렇게 찾아온 꼬마 손님이 있는 걸 보면 말이야.”
-<엄마봇, 아니 엄마를 찾아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