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왕을 위해 쓴 책
이 책은 직접 왕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흔치 않은 형식인데, 당시의 왕은 선조였으므로 선조를 위해 지은 책인 셈이다. 그만큼 선조가 좀 더 철두철미하게 개혁을 시행할 수 있는 군주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책을 지어 올리면서 함께 바친 차자(箚子)를 보면 선조의 성격과 장단점을 자세히 지적하고 개선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위정(爲政)> 편에서는 창업(創業), 수성(守成), 경장(更張)이 필요한 시기를 구분하고는 가장 어려운 것이 경장이라고 하면서 자세히 논했다. 율곡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경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던 것이다. 선조의 등극과 사림의 정계 진출로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기를 희망했던 율곡은 기대와 달리 기존의 세력이나 관행은 청산되지 못한 채, 개혁을 추진해야 할 주체인 사림파 스스로가 동·서로 분열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중심에 있는 임금이 확고하지 않고서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절감했다.
왕에 대한 기대와 실망
율곡은 선조에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가진 듯하다. 율곡은 선조에 대해 “총명한 자질을 갖고 있지만 도량이 넓지 못해 남이 단점을 지적하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더 잘하라고 충고하면 거꾸로 방향을 선회해 버리는 객기를 부리며, 유능한 사람을 전적으로 믿지 못하고, 잘못된 사람도 과감하게 청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위정> 편에서는 인재 등용에 관해 길게 논했는데, 인재 등용이야말로 정치의 향방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위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종 인사권자인 임금은 직접 어떤 일을 할 필요가 없고, 적합한 사람을 등용해 맡겨두면 된다. 제대로 된 사람을 쓸 수 있는 임금이 훌륭한 임금인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을 알아보고 등용하고 맡기려면 그만한 인격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 임금은 욕심이 적어야 하며, 또 자기주장을 접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성학집요≫뿐만 아니라 유학에서 거론되는 최고의 왕은 훌륭한 신하들에 둘러싸인 채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역사의 평가와 위상
이 책에 대한 종전의 평가가 어떠했는지는 실록의 관련 기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직접 책을 받은 선조가 높이 평가한 것은 물론이고, 숙종 이후부터는 경연의 텍스트로 쓰일 만큼 비중 있는 저술이었다. 경연은 왕의 학습이 행해지던 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왕을 독자로 설정한 이 책을 텍스트로 사용했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왕을 대상으로 했다는 특징을 넘어 이 책은 보다 넓은 독자층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지은이의 내심에 설정된 독자는 학문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수기·치인으로 대치할 수 있고, 왕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또 책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기>는 모든 사람에게 통용될 수 있다.
200자평
율곡은 선조가 현명한 임금이기를 바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혁이 이루어질 듯한 분위기는 조성되었으나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좌절되곤 했다. 애매하고 답답한 시기, 고뇌하던 율곡이 학문적 역량을 다 쏟아 부어 써내려간 역작이다. 그의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담겨 있다.
지은이
이이는 퇴계와 쌍벽을 이루는 조선 시대의 대학자, 어려서부터 시를 잘 지었던 문학 신동, 시험에서 아홉 번이나 수석을 차지한 천재, 10만의 군대를 양성하자고 했던 선견지명을 가진 관리, 신사임당의 아들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는 숙헌, 시호는 문성이다. 1536년(중종 31년)에 태어나고 49세 때인 1584년(선조 17년)에 사망했다. 아버지 이원수와 어머니 신사임당의 4남 3녀 가운데 셋째 아들이다. 몸이 좋지 않거나 뜻이 좌절될 때면 선대의 고향인 파주로 물러나 학문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제자도 많이 양성했다. 저술로는 ≪성학집요≫, ≪소학집주(小學集註)≫, ≪경연일기(經筵日記)≫, ≪만언봉사(萬言封事)≫, ≪기자실기(箕子實記)≫,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 <김시습전>이 있다.
옮긴이
전혜경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율곡의 심성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주로 한문 번역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번역자이기도 하다. ≪비변사등록≫, 금석문 등의 번역에 참여했고, 번역서로는 ≪검요≫(공역)가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성학집요 1
서(序)
1. 통설(統說)
성학집요 2
2. 수기(修己) 상
제1장 자신을 닦는 데 대한 총론[修己總論]
제2장 뜻을 세움[立志]
제3장 거두어들임[收斂]
제4장 이치를 궁구함[窮理]
성학집요 3
2. 수기(修己) 중
제5장 참되고 진실함[誠實]
제6장 기질을 바로잡음[矯氣質]
제7장 기운을 기름[養氣]
제8장 마음을 바르게 함[正心]
제9장 몸을 단속함[檢身]
성학집요 4
2. 수기(修己) 하
제10장 덕량을 넓힘[恢德量]
제11장 덕을 보좌함[輔德]
제12장 도탑고 독실하게 함[敦篤]
제13장 자신을 닦음으로써 거두는 효과[修己功效]
성학집요 5
3. 정가(正家)
제1장 집안을 바로잡는 데 관한 총론[正家總論]
제2장 효도와 공경[孝敬]
제3장 아내에게 본보기가 됨[刑內]
제4장 자식 교육[敎子]
제5장 친족과 친하게 지냄[親親]
제6장 근엄하게 함[謹嚴]
제7장 절약과 검소함[節儉]
제8장 가정을 바로잡는 효과[正家功效]
성학집요 6
4. 위정(爲政) 상
제1장 정치에 대한 총론[爲政總論]
제2장 현명한 사람을 등용함[用賢]
성학집요 7
4. 위정(爲政) 하
제3장 선을 취함[取善]
제4장 시급한 일을 앎[識時務]
제5장 선왕을 본받음[法先王]
제6장 하늘의 경계를 조심함[謹天戒]
제7장 기강을 확립함[立紀綱]
제8장 백성을 편안히 함[安民]
제9장 가르침을 밝힘[明敎]
제10장 정치의 효과[爲政功效]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임금은 군주와 스승[師]을 겸하는 자리에 있어 가르치고 기르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으므로 사방의 표준이 되니 그 책임이 얼마나 막중합니까? 생각 하나가 어긋나면 정사에 해를 입히고, 말 한마디를 잘못 뱉으면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도에 뜻을 두고 도를 좇아 이로 인해 한 시대를 요순의 치세로 만드는 것도 나 때문이고, 욕심에 뜻을 두고 욕심을 쫓아다녀 이로 인해 한 시대를 말세로 만드는 것도 역시 나 때문입니다.
-40쪽
아, 하늘과 사람은 하나로서 구분이 없습니다만, 천지에는 사사로움이 없으나 사람은 사사롭기 때문에 사람은 천지처럼 크지 못합니다. 성인은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덕이 천지와 부합하고, 군자는 사사로움을 없애므로 행함이 성인과 부합합니다. 학자는 자신의 사사로움을 극복하는 데 힘써서 도량을 넓혀 군자와 성인에 이르도록 꾀해야 합니다. 사사로움을 다스리는 방도는 오직 학문뿐입니다. 학문이 진보되면 도량도 진보될 것이니 타고난 자품의 좋고 나쁨은 거론할 것이 못 됩니다. 끊임없이 애쓰고 애써서 마음이 텅 비어 그 속에 터럭만큼의 사사로운 생각[私意]도 있지 않으면, 순임금·우임금이 천하를 차지하고서도 간여하지 않았던 것이나, 문왕이 도를 바라면서 아직 보지 못한 것처럼 여겼던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15~1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