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림≫
소화(笑話)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화서(笑話書)의 전형이다. 소화란 풍부한 상상력과 해학이 넘치는 고사를 간결한 문장 형식과 소박한 언어로 묘사해 현실 사회의 각종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문학 양식의 일종이다. 비루하고 천박하고 탐욕스럽고 우매하고 인색한 부정적인 인간 군상의 언행을 제재로 한다. 현실성 강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어 당대에는 이른바 생활의 교과서라 불렸다. 루쉰은 이런 ≪소림≫을 두고 “비위를 들춰내고 오류를 드러낸 것으로 사실상 ≪세설신어(世說新語)≫와 한가지이며 또한 후대 해학문의 시조다”라고 평했다.
≪투기≫
송 명제(明帝)의 칙명을 받아 지어진 것이다. 상류층 부녀자들의 투기 행위를 경계하고 풍자함으로써 칠거지악(七去之惡) 가운데 하나인 투기를 부리지 않는 부덕(婦德)을 강조했다. 축첩제도를 인정하던 당시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부녀자들의 다분히 인간적인 감정이 진솔하게 묘사되어 있다.
200자평
중국 최초의 지인소설집이자 소화 전집인 <소림>, 루쉰은 이 글을 “후대 해학문의 시조”라 평했다. 한편 부녀자들의 투기 사례 일곱 가지를 엮은 <투기>는 축첩제도가 인정되던 당시 부인들의 사랑 다툼이 어땠는지 실감나는 묘사로 소개한다.
지은이
《소림》의 저자 한단순(邯鄲淳)은 생애가 확실치 않으나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문학가로 일명 축(竺)이라고도 하며, 자는 자숙(子叔) 또는 자례(子禮)이고, 영천[潁川,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우현(禹縣)] 사람이다. 문제(文帝) 조비(曹丕)가 즉위한 뒤 황초(黃初) 연간(220∼226) 초에 박사급사중(博士給事中)에 임명되었다. 저작으로는 ≪소림≫ 3권 외에 문집(文集) 2권과 ≪예경(藝經)≫ 1권이 있으며, <투호부>·<효녀조아비(孝女曹娥碑)> 등의 문장이 있다.
《투기》의 저자 우통지(虞通之: ?∼460∼?)는 남조 송(宋)나라의 문학가로 회계군(會稽郡) 여요현(餘姚縣) 사람이다. 그에 관한 자세한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대개 송나라 명제(明帝) 때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역(易)≫의 강론에 뛰어나 자못 문명(文名)이 있었으며 보병교위(步兵校尉) 벼슬을 지냈다. 저작으로는 ≪투기≫ 외에 ≪후비기(后妃記)≫ 4권과 문집(文集) 15권이 있는데 모두 망실되었다.
옮긴이
김장환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 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 지인소설 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이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중국문학입문≫,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봉신연의(封神演義)≫(전5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세설신어(世說新語)≫(전3권), ≪고사전(高士傳)≫, ≪태평광기(太平廣記)≫(전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8권),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소림(笑林)≫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에 관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차례
소림
한단순전(邯鄲淳傳)
역대저록(歷代著錄)
해설
지은이에 대해
투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어떤 사람의 부인이 거울이 뭔지 몰랐는데, 남편이 시장에서 사 가지고 돌아왔다. 부인은 거울을 들고 비춰 보더니 깜짝 놀라 그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서방님이 여자를 하나 데리고 돌아왔어요!”
그 시어머니가 또한 거울을 비춰 보더니 말했다.
“또 친정어머니를 불러왔구먼!”
−<소림> 중 ‘거울을 처음 본 부인 왈’ 전문
환대사마(桓大司馬: 桓溫)가 촉(蜀)을 평정하고 이세(李勢)의 딸을 첩으로 삼았다. 환대사마의 부인인 남군공주(南郡公主)는 투기가 몹시 심했는데, 그 사실을 당장은 몰랐으나 나중에 알고서 곧장 칼을 뽑아 든 채 수십 명의 시비(侍婢)들을 거느리고 이씨(李氏)의 처소로 가서 죽이려 했다. 가서 보았더니 이씨가 창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었는데,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땅에 치렁치렁했으며 자태와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이씨는 이윽고 천천히 땅으로 내려가 머리를 묶어 올리고 나서 손을 공손히 모두고 남군공주를 향해 말했다.
“나라가 무너지고 집안이 망하여 무심히 이렇게 오늘까지 살아왔습니다. 만약 죽을 수만 있다면 그건 진실로 이렇게 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씨는 기품이 단정했으며 말씨가 처량했다. 남군공주는 이에 칼을 던져 버리고 앞으로 다가가 이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동생! 내가 자네를 보아도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데 하물며 우리 주인어른이야 오죽하겠는가!”
남군공주는 마침내 이씨를 잘 대우해 주었다.
−<투기> 중 ‘환대사마(桓大司馬)의 부인 남군공주(南郡公主)’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