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후안 마요르가는 어느 날 책 할인 코너에서 불가코프가 쓴 ≪스탈린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견하고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 작가 불가코프는 독재자 스탈린에게 여러 통의 편지를 썼을까? 왜 작가는 상상력을, 다른 의견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권력자 한 사람을 위한 글을 쓴 걸까? 그리고 불가코프의 편지와 스탈린의 전화라는 실화를 재구성하고 연극적 상상력을 더해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1999)를 선보였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조치들은 스탈린 같은 절대 권력자의 존재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조치가 오히려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적인 집단이나 대중,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많이 행해진다. 한편 검열 위험 앞에서 저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느 선까지 표현할지 결정하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 검열은 타인의 검열과 달리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뿌리부터 뽑아 버려 처음부터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기 검열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고 만다. 불가코프가 스탈린에게 편지를 계속 쓴 것은, 그리고 답변으로 받은 스탈린의 전화는 불가코프에게 희망을 품게 했을지도 모른다. 무자비한 권력자와 대화를 이어 나갈 수도 있고,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고, 자신의 작품들이 조국에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타깝게도 후안 마요르가의 불가코프는 그 헛된 희망과 잘못된 방향성으로 인해 점점 권력자를 너무 의식하게 되었고 자기 검열을 넘어, 권력자의 말을 받아쓰며 자기 생각은 존재하지 않도록 변해 갔다. 과연 진정한 작가는 누구를 위한 글을 써야 하는가?
200자평
소련의 작가 불가코프는 자신의 작품을 소련 내에서 공연, 출판할 수 없게 되자 스탈린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민을 허락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어떤 회신도 받지 못한다. 이에 스탈린을 설득하기 위한 글을 써서 아내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불가코프는 이제 대중이 아닌 스탈린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을 쓴다.
지은이
후안 마요르가는 1965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현재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1997년에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 1892∼1940)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드리드와 근교의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마드리드 왕립드라마예술학교에서 교수로 지내다 현재 카를로스3세대학에서 무대예술 강좌를 총괄하고 있다. 2011년에는 ‘라 로카 데 라 카사(La Loca de la Casa)’라는 극단을 창립해 1년에 한 번 직접 연출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선한 칠인(Siete hombres buenos)>(1989), <천국으로 가는 길(Himmelweg)>(2003), <하멜린(Hamelin)>(2005), <맨 끝줄 소년(El chico de la última fila)>(2006), <다윈의 거북이(La tortuga de Darwin)>(2008), <영원한 평화(La paz perpetua)>(2008), <지도제작자(El cartógrafo)>(2010), <산산조각 난 혀(La lengua en pedazos)>(2011, 작가의 첫 연출작), <비평가(El crítico)>(2013), <레이키아비크(Reikiavik)>(2015) 등이 있다. 이외에도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의 고전 작품들을 각색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2014년에 작가의 대표작 20편을 모은 희곡집이 출판되었으며 2016년에는 그의 산문집이 출판되었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며, 가장 많은 상을 수상했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물론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아랍어, 그리스어, 루마니아어 등 25개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 나라 무대에 소개되고 있다.
옮긴이
김재선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스페인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후안 마요르가의 ≪다윈의 거북이(La tortuga de Darwin)≫(2009), ≪영원한 평화(La paz perpetua)≫(2011), ≪하멜린(Hamelin)≫(2012), ≪천국으로 가는 길(Himmelweg)≫(2013), ≪맨 끝줄 소년(El chico de la última fila)≫(2014), ≪비평가/눈송이의 유언(El Crítico / Últimas palabras de Copito de Nieve )≫(2016)을 번역했다.
차례
한국의 독자에게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불가코프: 자먀틴은 편지 한 통으로 당신을 설득했습니다.
스탈린: 적절한 단어들을 찾아냈지. 자네도 해낼 거야.
불가코프: 여러 해 동안 자먀틴은 저와 함께 악마의 편지를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몇 안 되는 단어들을 가지고 자신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뭡니까?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