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안토니오 마차도가 평생에 쓴 세 권의 시집을 선집으로 묶은 것이다. 마차도는 시를 잡지에 게재하고 나중에 그 시들을 모아서 시집으로 출판했다. 그 과정에서 시를 수정하고 새롭게 써 보는 것을 좋아했다. 일단 출판된 시집도 수정하고 확대하는 작업을 했다. 1903년의 ≪고독≫은 1907년의 ≪고독, 회랑들, 다른 시들≫로 확장되었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카스티야 들녘≫은 1912년의 ≪카스티야 들녘≫에 1917년의 ≪시 전집≫에 새롭게 수록된 몇 편의 시를 합친 것이다. 안토니오 마차도는 1924년 ≪새로운 노래들≫을 출판한 이후에도 잡지 등을 통해 시를 발표했지만 시집은 내지 않았다. 현재의 ≪새로운 노래들≫은 그 후 1939년 타계할 때까지 쓴 시를 모두 합한 것이다.
“스페인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안토니오 마차도를 만나게 된다”는 문장은 과장이면서 또한 진실이기도 하다. 단지 세 권의 시집만으로 그토록 유명해진 시인도 드물 것이며, 거의 변하지 않는 문체와 언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세상과 자신을 표현해 나간 시인도 드물 것이다.
≪카스티야 들녘≫은 그중 핵심적인 시집으로, 시인으로서 인생과 예술의 절정기에 쓴 시집이다. 마차도는 대상을 자연의 자세로 보려 하며, 본 것을 “그대로” 언어로 재현하려 했다. 그렇게 하면서 자연과 마을, 산과 구릉, 나무와 꽃, 농사꾼과 여행자를 시라는 캔버스에 그려 준다. 그 대상들은 너무 평범해서 우리는 보통 때는 그런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시어로 변한 대상들은 의미와 리듬을 만들어 내고, 그 리듬 때문에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소리로 느끼며, 공간을 차지하는 풍경을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여기서 풍경은 관찰당하기 위해서 존재하며 또한 스스로 자신의 의지로 살아간다.
200자평
98세대의 일원이자 스페인 현대시 삼대 거장 중 하나인 안토니오 마차도의 대표시를 모았다. 그에게 시는 시간의 언어다.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고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 풍경과 인간을 담아낸다. 이 책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서정시들은 물론 720행짜리 장편 서사시 <알바르곤살레스의 땅>까지 고루 만나 볼 수 있다.
지은이
안토니오 마차도는 1875년 세비야에서 태어났다. 1883년 온 가족이 마드리드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이 학교에서 민속학을 강의하기 시작했고, 안토니오 마차도와 한 살 위의 마누엘 마차도는 마드리드에 창설된 “자유 교육 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을 받게 된다. 나중에 안토니오 마차도가 98세대의 일원이 되고,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게 된 것은 이때의 교육 때문이다.
20대 초부터 안토니오는 문학잡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98세대로 불리게 되는 작가들, 미겔 데 우나무노, 바예 인클란 등과 친분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후안 라몬 히메네스−98세대에 속한 시인은 아니었다−와 각별한 문학적 우정을 나누게 된다.
1899년과 1902년 안토니오는 파리를 방문한다. 특히 1902년의 파리에서는 니카라과 출신의 시인 루벤 다리오를 만나게 된다. 루벤 다리오는 이미 두 번에 걸친 마드리드 방문을 통해 젊은 시인들에게 자신의 ‘모데르니스모(Modernismo)’ 시학을 전염시킨 적이 있었다. 안토니오 마차도, 마누엘 마차도, 후안 라몬 히메네스 등 젊은 시인들의 첫 작품들은 루벤 다리오의 거대한 영향에서 시작했다. 그 후 안토니오와 후안 라몬은 전혀 다른 시적 미학으로 방향을 바꿨고, 마누엘 마차도는 감각적인 모데르니스타로 끝까지 남았다.
1903년에 안토니오 마차도는 첫 시집 ≪고독≫을 출간한다. 안토니오는 이미 쓴 시를 고치거나, 출간한 시집을 확장했다. 1907년 안토니오는 ≪고독≫을 확대한 ≪고독, 회랑들, 다른 시들≫을 발표한다. ≪고독≫이 루벤 다리오의 그늘이라면, ≪고독, 회랑들, 다른 시들≫은 모데르니스모의 형식성과 감상적인 시와 그것에 저항하는 시들이 섞여 있고, ≪카스티야 들녘≫을 예상하게 하는 객관적이고 건조한 언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908년 여름 고등학교 교사 임용 시험에 응시했고 1907년 4월에 교사 자격을 얻어 얼마 후 소리아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거기서 열아홉 살 연하의 레오노르 이스키에르도와 사랑에 빠져 1909년 7월 결혼하지만 레오노르는 곧 결핵으로 쓰러진다. 1912년 6월 ≪카스티야 들녘≫이 출판되었고, 그는 “나의 레오노르, 안토니오”라고 쓴 ≪카스티야 들녘≫ 초판을 아내에게 바친다. 그녀는 7월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 후, 안토니오는 소리아를 떠나 바에사로 간다. 바에사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작품을, 시뿐만 아니라 산문을 썼다.
1919년 세고비아로의 교사 발령은 새로운 인생을 의미했다. 그는 세고비아에서 한 시간 거리인 마드리드를 주말마다 드나들며, 카페에서 잡담을 하고 떠들썩하게 시 낭송 모임을 갖는다. 1924년 세 번째 시집 ≪새로운 노래들≫을 출간한다. 바에사와 세고비아에서 쓴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스페인 시민전쟁이 국민 전선으로 거의 기울어 가던 1939년 1월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망명을 시도한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콜리우르라는 지중해 어촌 마을에 도착한다. 1939년 2월 22일 안토니오 마차도는 숨을 거두고, 사흘 후 어머니 도냐 안나 루이스도 아들의 길을 따라갔다.
옮긴이
전기순은 시학 연구로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 교수, 외국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페인 문학과 영화에 대해 강의하고 책을 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지금은 세르반테스에 대한 문학적 전기를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의 안달루시아≫, ≪스페인 이미지와 기억≫, ≪알모도바르 영화≫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라만차의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테≫, ≪돈 후안 외(外)≫, ≪사랑에 관한 연구≫, ≪집시 로만세≫, ≪히메네스 시선≫, ≪관객≫ 등이 있다.
차례
고독, 회랑들, 다른 시들
나른한 레몬나무(El limonero lánguido)
그늘진 거리(La calle en sombra)
두에로 강변(Orillas del Duero)
어린 시절의 꿈(Sueño infantil)
들녘(Campo)
그늘진 광장(La plaza en sombra)
꿈의 문지방에서(Desde el umbral de un sueño)
헛된 모색(Buscarías en vano)
어느 봄날 오후(Una tarde de la primavera)
카스티야 들녘
자화상(Retrato)
두에로 강변(Orillas del Duero)
소리아 들녘(Campos de Soria)
기차를 타고(En tren)
가을의 새벽(Amanecer de Otoño)
말라 버린 느릅나무에게(A un olmo seco)
어느 여름밤(Una noche de verano)
꿈속에 당신이(Soñé que tú me llevabas)
길(camino)
또 다른 여행(En otro viaje)
우화(Parábola)
새로운 노래들
달, 그림자 그리고 광대(La luna, la sombra y el bufón)
밤의 무지개(Iris de la noche)
꿈들의 대화(Los sueños dialogados)
기오마르에게(Canciones a Guiomar)
알바르곤살레스의 땅
알바르곤살레스의 땅(La tierra de Alvargonzález)
꿈
그 오후에
어느 날들
저주
여행자
인디아노
집
땅
살인자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길(camino)
여행자여, 길은 너의 흔적,
오직 그것뿐.
여행자여, 길은 발걸음을
옮기며 만들어지는 것,
발걸음을 옮기며,
길은 만들어지고
시선을 뒤로 돌리면
다시는 밟을 수 없을 오솔길뿐.
여행자여, 길은 없고,
바다에는 별들의 길만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