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와즈디 무아와드는 2004년 자신이 직접 찍은 영화 <해안선>을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여 국내에 이미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연안 지대>는 영화의 원작이 되는 희곡이다. 무아와드는 1997년 아메리카연극제에서 이 작품을 선보여 큰 호평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아나 다름없는 윌프리드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윌프리드는 아버지를 어머니 곁에 묻어 드리려 하지만 외가 친척들은 이를 완강히 거부한다.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죽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윌프리드는 자신에게 부치지 못한 아버지의 편지들을 발견한다. 매해 윌프리드의 생일을 맞아 그에게 보내려던 것이었다. 이 편지를 통해 윌프리드는 아버지의 강요가 아닌 어머니 본인의 뜻에 따라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아버지를 매장하기 위해 아버지 고향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곳은 내전에 희생된 시신들로 가득 차 더 이상 시신을 묻을 땅이 없는 상황이다. 윌프리드는 그곳에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되고, 여행길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의 유해를 묻을 만한 곳을 찾는다. 윌프리드는 바다와 땅이 마주한 연안 지대에 아버지를 묻기로 결정한다. 그곳에 억울한 죽음을 맞은 수많은 이들의 명부와 함께 아버지를 매장하면서 극이 끝난다.
무아와드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고국과 다른 지역에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하고 존경 어린 시선을 보낸다.
200자평
프랑스 파리 콜린국립극장 극장장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이다. 무아와드는 모국 레바논의 피비린내 나는 현실을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에 담아낸다. 죽은 아버지를 묻을 땅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 윌프리드가 아버지의 고향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상을 알아 가는 과정을 그렸다.
지은이
와즈디 무아와드는 1968년 레바논 데이르 엘 카마르(Deir El Kamar)에서 태어났다. 내전으로 열 살 되던 해에 고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다. 1983년에는 영주권 문제로 또다시 퀘벡으로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활동하던 중 프랑스어 선생님 권유로 캐나다 국립연극학교에 입학해 1991년 연기 전공으로 졸업한다. 1990년에는 배우 이자벨 르블랑(Isabelle Leblanc)과 첫 극단인 ‘오 파를뢰르(Théâtre Ô Parleur)’를 창단해 공동 운영한다(1990∼1999). 2000년에는 몬트리올 서푼짜리 극단(Théâtre de Quat’Sous) 예술 감독을 지낸다(2000∼2004). 2005년부터 프랑스에 정착해 활동 무대를 넓힌다. 아비뇽 연극제, 낭트 그랑테(Grand T) 극장에서 활동했으며 현재는 파리 콜린국립극장을 이끌고 있다.
무아와드는 셰익스피어, 피란델로, 체호프 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연안 지대>, <화염>, <숲>, <하늘> 등 자신이 쓴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매해 한두 작품을 무대에 올릴 만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희곡 외에도 ≪되찾은 얼굴≫, ≪심장 속의 포탄≫, ≪아니마≫ 등의 소설을 발표했고, 프랑스 정부, 프랑스 학술원, 프랑스 극작가협회 등이 수여하는 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임재일은 프랑스 샤를 뒬랭 및 스튜디오 연극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며, 파리8대학에서 공연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에 국내 희곡 ≪밥≫, ≪진동아굿≫, ≪낙하산≫(아르마탕 출판사)을 번역해 아시아 현대 민중극을 소개한 바 있다. 주요 저서 및 역서로는 ≪Théâtre populaire coréen et Brecht≫(프랑스 PAF 출판사), ≪몰리에르 단막극선≫, ≪화염≫, ≪건축 마스터 마놀레≫(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여기
어제
저곳
타자
길
연안 지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윌프리드 : 어릴 때 아빠가 기로믈랑 기사 이야기를 해 줬어! 적들과 싸우고 나서 그는 밤에 바다로 자러 간 거야. 파도가 매일 그 기사를 해안가로 데려다주었지, 살게 해 준 거야. 기로믈랑 기사는 아침에야 바다가 자신을 가장 깊숙한 곳에 보호해 준 걸 알았지. 그날 아침, 그가 죽음을 받아들인 날에도. 아빠가 기사가 아니라는 걸 알아, 눈에 띄게 문드러져 가는 죽은 망자지, 한데 그건 중요치 않아. 그분의 시신을 씻기고 옷을 빨아 드릴 거야, 그분을 파도에 건네줄 거야. 땅에 매장하지는 않겠어, 바다에 수장해 드릴 거야.
1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