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1974년 등단한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이태수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유등 연지 1>을 비롯한 57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이태수
1947/ 경북 의성 출생
영남대 철학과, 대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4/ ≪현대문학≫에 시 <물소리> 외 5편이 추천되어 등단
1986/ 대구시문화상(문학) 수상
1996/ 동서문학상 수상
2000/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
2004/ 대통령 표창
2005/ 천상병시문학상 수상
2008/ 대구예술대상 수상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
대구 매일신문 문화부장·편집부국장·논설위원·논설주간(1973~2007) 지냄
대구한의대 국문과 겸임교수(2001~2007) 지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지냄
대구시인협회 회장 지냄
대구시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지냄
현재 금복문화재단 이사, 대구도시공사 이사, 육사시문학상 운영위원, 상화문학제 위원장.
시집
≪그림자의 그늘≫(심상사, 1979)
≪우울한 비상의 꿈≫(문학과지성사, 1982)
≪물 속의 푸른 방≫(문학과지성사, 1986)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문학과지성사, 1990)
≪꿈속의 사닥다리≫(문학과지성사, 1993)
≪그의 집은 둥글다≫(문학과지성사, 1995)
≪안동 시편≫(문학과지성사, 1997)
≪내 마음의 풍란≫(문학과지성사, 1999)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문학과지성사, 2004)
≪회화나무 그늘≫(문학과지성사, 2008)
미술 산문집
≪분지의 아틀리에≫(나눔사, 1994)
단행본
≪천주교대구대교구 100년 가톨릭문화예술≫(천주교대구대교구, 2011)
차례
7 시인의 말
8 물소리
10 낮술
14 그림자의 그늘·3
16 아침, 장난감 비행기를 타고
20 망아지의 풋풋한 아침이 되고 싶다
24 눈 위에 눈이 내리고
26 물속의 푸른 방
28 절망의 빛깔은 아름답다
30 꿈속의 사닥다리
34 나무는 나무로
38 그의 집은 둥글다
40 둥근 마음을 꿈꿉니다
42 마음의 집 한 채
44 진밭골 가는 길에
46 젖은 북
50 아침 이슬을 보며
54 난초 향기
58 송야천
62 제비원 미륵
66 하회 마을
68 지례
72 물, 또는 젖은 꿈
74 그 무엇, 또는 물에 대하여
78 새에게
80 슬픈 우화 3
82 하지만 나는
84 풀벌레 소리, 산길에서
86 창가에 앉아
88 바위와 소나무
90 이슬방울
92 꿈길, 어느 한낮의
94 새였으면 좋겠어
96 얼음꽃
100 허공·2
102 선묘를 기리다
104 내가 이상해졌나 봐
106 앞산이 걸어온다
108 황사 바람
112 술타령·1
114 술타령·3
116 술타령·5
120 술타령·7
122 술타령·12
126 달리다 보면 내가 느껴진다
128 만월(滿月), 그리고 비
132 나의 쳇바퀴·2
136 나의 쳇바퀴·3
140 유등 연지·1
142 유등 연지·2
144 하관(下棺)
148 회화나무 그늘
152 저녁 숲길
154 깊은 밤, 시를 쓰다가
158 구름 한 채
162 달빛
164 눈 감고 눈뜨기
168 둥근 길
171 시인 연보
책속으로
유등 연지·1
한여름, 마음이 먼저 간 뒤
발길도 슬며시 따라가 닿은 유등 연지.
비 그친 오후 한때
어깨 부딪히는 초록 저희 우산들 사이
연꽃들 환하다. 무더기로 환하다.
왜가리 떼 날아 내려 긴 부리 세우고
물 밑을 쪼아 대는 동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으로 밀어 올리는
불길, 불꽃들. 진흙 물 위를 밝히는
연등들은 그러므로 그윽하게 아프다.
햇살 뛰어내릴 때보다
해거름에 다가갈수록 환해진다.
그 아픈 언저리. 왜가리도, 내 마음도
마냥 붙박이가 되고 있다.
등 뒤에는 누군가의 아득한 독경 소리,
허공을 흔들고, 연꽃잎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