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백은 중국 역대 시인 중에서 누구보다도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외물에 휘둘리거나 속박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을 중시했으며, ‘남다른 존재’로서의 자신을 영원히 남기려는 이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했다. 그 방식으로는 역사적 영웅이 되기 위한 정치적 공명 추구, 영원한 생명을 위한 신선술과 연단술 추구,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자연 속에서의 은일 추구, 자신의 존재를 각인하기 위한 수평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교유 관계 형성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정치적 공명 추구는 이백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였다. 당시 국가의 통치 이념인 유교적 정치사상에 경도된 여타 문인들과는 달리 이백은 다양한 사상과 지역 문화를 섭렵하면서 당시 사회 체제를 벗어나 자아를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남다른 존재’로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당 제국이라는 틀은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었으며 그의 주된 생활 공간이 당 제국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관직에 진출해 정치적 공명을 이루어 이름을 드날리는 것은 그에게 언제나 중요했다.
예로부터 이백은 그 호방한 기풍으로 인해 대중이 좋아하는 시인이 되었고, 세속의 영리와 권세를 뛰어넘어 아무런 격식에 구애받지 않은 채 유유자적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강조되었다. 그래서 그가 정치적 공명의 추구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백은 관직을 구하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거나, 혹은 관직을 구함에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호방한 기상만을 강조하는 태도를 가졌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심지어 일부 논자들은 그가 관직 진출에 실패한 원인을 그의 안하무인격인 간알 태도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여러 시문을 살펴보면 그러한 작품은 오히려 예외적이며 관직을 구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공손하게 찬양하거나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묘사하는 작품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이백의 시 중 이러한 정치적 공명의 추구 양상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시들을 위주로 이 선집을 엮게 되었다. 그래서 1부에서는 정치적 공명을 추구하려는 이백의 의지가 잘 드러난 시, 특히 다른 사람에게 관직을 청탁하는 간알시(干謁詩)를 많이 수록했다. 2부에서는 정치적 공명을 이룩하지 못해 슬퍼하는 마음을 읊은 시들을 수록했으며, 3부에서는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토로하는 시를 수록했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공명을 추구하기 위해 객지를 떠돌면서 외로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시를 수록했다. 이 시선집이 이백 시 세계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는 부족하지만 기존에 출간된 이백 시선집에서 간과했기에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이백 시의 모습을 보완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0자평
이백 시선집. 이백의 시 중 정치적 공명의 추구 양상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시들을 위주로 선집을 엮었다. 슬픔과 외로움을 호방한 기상으로 애써 삭이는 그의 시에서 신선 이백이 아니라 인간 이백을 만난다.
1부에서는 정치적 공명을 추구하려는 이백의 의지가 잘 드러난 시, 특히 다른 사람에게 관직을 청탁하는 간알시(干謁詩)를 많이 수록했다. 2부에서는 정치적 공명을 이룩하지 못해 슬퍼하는 마음을 읊은 시들을 수록했으며, 3부에서는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토로하는 시를 수록했다. 마지막 4부에서는 공명을 추구하기 위해 객지를 떠돌면서 외로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시를 수록했다.
지은이
이백은 중국 문학 사상 최정상의 대시인이다. 자(字)가 태백(太白), 호(號)가 청련거사(靑蓮居士)로 우리에게 주선옹(酒仙翁), 시천자(詩天子), 천상적선인(天上謫仙人)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701년 중국에서 태어났으며, 당대의 번성기에서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전환기에 주로 활동했다. 어린 시절에는 고금의 전적을 두루 독파하여 후일 대시인이 될 소양을 쌓았으며, 청년기인 25세부터는 구세제민의 큰 이상과 웅지를 가지고 중국 전역을 만유하면서 좌절을 겪기도 했다. 장년기인 천보 초에는 3년 동안 장안에서 한림공봉을 지낸 후 사직하고, 재차 회재불우의 방랑생활을 했으며, 만년기로 접어든 55세 때에는 ‘안사의 난’을 겪으면서 영왕의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유배와 사면 등을 거치다가 급기야 62세를 일기로(762년) 병사했다. 이렇듯 방랑과 음주로써 세상을 주유하는 중에도 호협정신과 구선학도, 겸제천하와 독선기신 등 다양한 정서로 표출된 문학작품을 다수 남김으로써 그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전체 작품 수는 시가(詩歌) 987수이고, 부(賦)와 산문이 66편인데, 이중 오칠언절구는 모두 187수가 전한다.
옮긴이
임도현은 1968년에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금속공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기업체 연구소에서 첨단 소재 개발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중국어를 공부하고자 사직하고 다시 수능을 치러 2003년 영남대학교 차이나비지니스 연합전공에 입학했다. 4년 동안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그중 1년 동안은 중국 톈진(天津)에 있는 난카이대학(南開大學)에서 수학했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백두산, 태산, 승덕(承德)의 피서산장 등을 두루 여행했으며 특히 윈난성 일대를 40일간 배낭여행한 경험도 있다. 그중 매리설산(梅里雪山)에서 10여 일을 보냈는데 그때의 기억을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후 영남대학교 중문과에서 석사 과정을 수학하면서 중국 고전 문학에 관한 다양한 학습을 했으며, 그 결과 <이백의 시에 나타난 술의 이미지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9년에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박사 과정에 입학했으며 2012년 8월 <이백의 자아추구양상과 문학적 반영>이란 제목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이화여대 중문과에서 박사후과정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대와 중앙대에 출강하고 있다. 연구 성과로는 ≪이백의 <고풍 59수>≫, <이백의 간알시에 나타난 관직 진출 열망>, <이백의 다원적 이상 추구와 그 좌절로 인한 비애>, <≪협주명현십초시(夾注名賢十抄詩)≫의 간행목적(刊行目的)과 유전양상(流傳樣相)> 등이 있다.
차례
1. 정치적 공명의 지향
고풍 59수 제26수
고풍 59수 제38수
진나라 여인이 천자의 옷을 말아 개다
한단의 궁녀가 시집가서 허드렛일 하는 부역인의 부인이 되다
빈 땅의 노래를 읊어 형님인 이찬 신평장사께 올리다
영왕의 동쪽 순행 11수 제11수
여도사 옥진공주
친척 형님인 이호 양양현위께 드리다
범 금향현령께 드리다 2수 제1수
왕 하구현위에게 주다
오래도록 비 내리는 옥진공주의 별관에서 장 위위경님께 드리다 2수 제2수
비서성의 위자춘께 드리다
하창호 판관에게 주다
배씨에게 주다
고봉의 석문산 은거지로 들어오기를 권하기에 업중에서 왕창령에게 주다
최성보 시어에게 주다
급히 써서 독고명 부마도위께 드리다
이옹께 올리다 63
왕충신 승주자사께 드리다
배 사마에게 주다
난리를 겪은 후 황제의 은택을 입어 야랑으로 귀양 가면서, 옛날 노닐던 것을 기억하고 느낀 바를 적어 강하태수 위양재께 드리다
숙부이신 강하자사의 연회 석상에서 사흠 낭중께 드리다
장호 재상께 드리다 2수 제1수
우문 선성태수께 드리며 아울러 최성보 시어에게 주다
조열 선성태수에게 드리다
벗에게 주다 3수 제1수
친척 숙부인 이양빙 당도현령께 바치다
오왕께 부쳐 올리다 3수
숭산으로 돌아가는 배도남을 보내다 2수 제2수
노 땅에서 장안으로 과거 시험 보러 가는 두 친척 동생을 보내다
왕숭 방주사마와 염 정자가 눈을 마주 보며 시를 지어 내게 준 것에 답하다
고시를 본뜨다 12수 제2수
고시를 본뜨다 12수 제7수
흥취를 느끼다 8수 제6수
2. 정치적 공명을 이루지 못한 애달픔
고풍 59수 제44수
고풍 59수 제52수
고풍 59수 제57수
먼 이별
왕숭 사마를 떠나다
시국에 감개하며 종형인 서왕 이연년과 종제인 이연릉을 떠나다
이광필 태위가 진의 백만 병사를 일으켜 남동쪽으로 출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약한 사내가 적장을 잡으려 끈을 요청해 작은 능력이나마 펼 수 있기를 바랐지만, 중도에 병이 나서 돌아오게 되어, 금릉의 최 시어를 떠나며 19운을 짓다
금향에서 장안으로 가는 위씨를 보내다
금릉에서 다시 동오 지역으로 가는 장씨를 보내다
비파협으로 가는 육 판관을 보내다
숙부이신 이엽 형부시랑과 가지 중서사인을 모시고 동정호를 노닐다 5수 제3수
경정산 북쪽 이소산을 올랐는데, 나는 당시 나그네 신세로 최성보 시어를 만나 함께 이곳을 올랐다
강남에서 봄에 생각하다
처음 금문을 나와서 왕 시어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벽 위의 앵무새를 읊다
서역 사람이 피리 부는 것을 보다
흥취를 느끼다 8수 제8수
3. 비참한 신세에 대한 토로
고풍 59수 제22수
고풍 59수 제37수
고풍 59수 제59수
천마
아침에 장끼가 날아오르다
한 쌍의 제비가 헤어지다
문밖에 수레를 탄 손님이 있네
길을 떠나며
눈을 마주하고 친척 형님인 우성현령에게 바치다
유 도사에게 드리다
취한 뒤 종조카 고진에게 주다
옥중에서 최환 재상께 올리다
가을밤에 홀로 앉아 고향 산을 생각하다
채 산인을 보내다
오송산 아래 순씨 할머니 집에서 묵다
겨울밤 취해서 용문에서 묵다가 깨어 일어나 뜻한 바를 말하다
고시를 본뜨다 12수 제9수
감우 4수 제2수
정 판관에게 주고 헤어지다
최환 재상님께 백 가지 근심을 아뢰는 글
만 가지 분노를 써서 위 낭중에게 주다
들판의 풀 중에 백두옹이라는 것을 보다
야랑으로 유배 가다가 아욱 잎을 쓰다
추방된 후에 은혜가 내려졌지만 혜택을 못 받다
미인을 대신해 거울을 근심하다 2수 제1수
4. 떠돌며 홀로 지내는 외로움
오랜 이별
추포 17수 제1수
까마귀가 밤에 울다
아미산의 달
조염 당도현위에게 부치다
심정을 써서 종제인 이소 빈주장사에게 부치다
백로주에 묵으며 양이물 강녕현령에게 부치다
심정을 이야기해 벗에게 주다
남양에서 손님을 보내다
벗을 보내다
강하에서 벗을 보내다
선성의 청계
중양절
태원의 이른 가을
가을밤 판교포에서 배 띄워 달구경 하며 혼자 술 마시다가 사조를 생각하다
달 아래서 홀로 술을 마시다 4수 제1수
가을밤 나그넷길을 생각하다
멀리 부치다 12수 제4수
멀리 부치다 12수 제6수
연꽃을 꺾어 주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눈을 마주하고 친척 형님인 우성현령에게 바치다
지난밤 양원에서
이 동생이 추위에 떨었던 것을 형님은 모르실 것입니다.
정원 앞에서 옥같이 하얀 나무를 바라보다가
애끊게 연리지를 그리워합니다.
·범 금향현령께 드리다 2수 제1수
그대가 황송하게도 관심을 가져 주셔서
동쪽으로 온 것이 미혹한 것임을 알지 못하지만,
집 떠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방 안에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습니다.
복숭아와 자두 같은 그대가 말을 하지 않아도
꽃을 따려고 길이 만들어지기를 바랐는데,
어찌 향기로운 서신을 보내 주셔서
은혜롭게도 저를 불러 이끌어 주셨는지요.
제게는 결록 같은 보배가 있지만
오랫동안 탁한 물의 진흙 속에 숨겨져 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이 물건을 버려둔 채
연산의 돌과 같이 취급합니다.
보배를 주워 와 닦아 그대에게 바치고
뜻을 펼치려고 하지만 길에 사다리가 없어서,
요동 사람의 흰 돼지일까 부끄럽고
초나라 나그네의 산계일까 부끄러울 뿐입니다.
공연히 미나리를 바치려는 마음을 가졌다가
결국에는 옥을 안고 눈물만 흘리니,
오직 스스로 적막하게 살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혀를 아내에게 보여 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