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모두 14편이다. 주제나 작품에 형상화된 내용 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의 많은 동화들이 그렇듯 한국적인 정서와 사유를 통해 한국적 삶을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야 하는 어린이들의 삶을 형상화하는 작품들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잊혀 가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시키고, 다매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한국적인 것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게 한다. 이에 해당되는 작품은 <겨울밤>, <오래된 우물>, <학이 칠한 단청>, <마실 가신 아버지> 등이다. 다른 하나는 동물을 의인화하거나 어린이들의 현실적 삶, 즉 친구 간의 우정이나 다툼,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것, 다른 곳에 입양된 아이들을 형상화하는 작품들이다. 이에 속하는 작품들은 <초록 우산>, <행운의 돌>, <난 이상한 병에 걸렸어>, <민들레 체조>, <길고양이 마리>, <여우비>, <신지환 선생님>, <마법의 시간> 등이다.
자연이나 한국적인 정서·사상을 담은 작품은 도깨비, 옥수수, 단청과 같은 한국적인 소재를 환상적인 필치로 섬세하게 그려 냄으로써 오늘날의 어린이들도 그러한 소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잊혀 가는 우리의 옛일과 정을 맛깔스럽게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동화의 세계가 지나가 버린 과거를 성찰하게 하는 것도 중요함을 역설한다.
동물을 의인화해 더위를 잊거나 고달픈 생존 환경을 이겨 내는 모습, 민들레꽃이 피었다가 그 씨앗이 퍼져 가는 신비스러운 자연의 섭리를 보여 준 작품들이 있다. 이에는 <민들레 체조>, <길고양이 마리>, <여우비> 등이 해당된다. 특히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은 인간의 비정함과 대비시켜 동물의 인간적인 이해와 ‘연민’의 정서를 잘 드러내고,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현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현실에서 부딪치게 되는 친구 간의 다툼이나 우정, 동물에 대한 연민의 정, 부모 잃은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 등을 보여 준다. 친구 간의 다툼이나 우정에 해당되는 작품들에는 <행운의 돌>, <신지환 선생님> 등이 있다. 가난하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아이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동심의 세계와 서로의 상황에서 비롯된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아이들의 삶이 담겨 있다. 한편 부모 잃은 아이들이 다른 집에서 살면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초록 우산>, 실에 걸려 다리가 잘려 나간 ‘비둘기’에 대한 연민을 보여 주는 <자전거와 비둘기> 등은 어린이들이 현실에서 당면하거나 당면하게 될 문제들을 형상화해, 현실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현실의 삶을 견디고 미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린이들이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한다.
200자평
정성란은 잊혀 가는 한국적 정서와 사유들을 되살리면서, 어린이들의 삶을 환상적이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다. 또 의인화된 동물을 등장시켜 인간 삶의 다층적인 양상들을 형상화해 동심의 시각에서 비인간화된 어른들의 세계를 비판한다. 이 책에는 동물을 의인화하면서 인간의 비정함과 대비시킨 <길고양이 마리> 외 13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1968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양평에서 자랐다. 숭의여자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8년 삼성문학상 장편 동화 부문에서 당선되었다. 고향 마을을 무대로 한 첫 번째 창작집 ≪몽당 고개 도깨비≫가 나왔다. 2년 뒤 ≪금발 가진 들쥐는 얼마나 좋을까?≫라는 제목의 저학년 대상 동화를 냈다. 2001년 부모의 이혼으로 아픔을 겪게 된 아이의 이야기 ≪내 친구 알로≫를, 2002년 ≪개미 정원≫을, 2003년 ≪성적을 올려 주는 초콜릿 가게≫를, 2009년 ≪씨앗 선물≫을 출간했다. 같은 해에 쌍둥이들의 이야기 ≪은표와 준표≫를 출간했다.
해설자
1968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다녔고, 중고등학교 교사를 지내다가 1997년부터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아동문학에 관심을 갖고 여러 편의 논문과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차례
작가의 말
겨울밤
초록 우산
오래된 우물
행운의 돌
난 이상한 병에 걸렸어
민들레 체조
학이 칠한 단청
신지환 선생님
서울마트 대 서울마트
길고양이 마리
마실 가신 아버지
마법의 시간
여우비
자전거와 비둘기
해설
정성란은
선주원은
책속으로
1.
집에 돌아오자마자 민아는 쓰레기통을 뒤졌습니다. 다행히 주희가 준 돌은 그 안에 아직 있었습니다. 민아는 돌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상에 올려놓고 바라보니 주희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일기장을 펴 ‘보물 제1호’ 목록에 써 있던 ‘스타 다이어리’를 지우개로 지우고 대신 ‘행운의 돌’이라고 적었습니다.
“주희야, 미안해.”
민아는 돌을 만지며 중얼거렸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난 정말 못난인가 봐.”
민아는 중얼거렸습니다.
-<행운의 돌> 중에서
2.
꽃이 핀 자리에 씨앗을 품게 되면 민들레는 꽃대를 숙입니다. 씨앗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씨앗이 다 여물어 씨앗을 여행 보낼 준비가 되면 다시 꽃대를 곧추세우고 키도 더 키우지요. 이렇게 꽃대를 숙이고 다시 꽃대를 일으키고, 키를 더 키우는 민들레의 동작을 “민들레 체조”라고 합니다. 붙박이 생물인 식물은 자손들을 좀 더 멀리 퍼뜨려 번식을 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때문에 좀 더 멀리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씨앗이 여물면 키를 더 높이는 것도 이런 민들레의 전략이지요.
-<민들레 체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