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막은 43년 전 김성배가 동학군 접주로 활약하다가 실패한 뒤 죽임을 당한 일을 다루고 있으며, 2막은 18년 전 최씨의 아들 영수가 자라서 3·1운동을 주도하다가 상해로 피신한 다음 소식이 끊긴 사건을 다루고 있다. 3막에서는 영수의 아들 상인이 영오에게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이야기해 주고 영오가 최씨에게 상인이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면서 극이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동학농민운동, 3·1운동,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한 성배 – 영수 – 상인 3대의 삶을 겹쳐 놓음으로써 저항과 투쟁의 계보를 설정하고 이것이 후대까지 계승될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3막에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식민지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역사 속에서 실천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는 상징으로 쓰였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간 구조는 역사에서 저항과 실천이 갖는 의미를 현재 시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무대와 관객 사이에 비판적 거리를 마련해 준다는 의의를 지닌다.
200자평
구한말에서 일제 치하로 이어지는 민족 수난사에 대한 투쟁을 한 집안의 내력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3막 7장 작품으로 1937년 11월 ≪조광≫에 발표되었다. 43년에 걸친 시간을 재현하기 위한 장치로 할머니 최씨가 남편 김성배 제삿날 외손자 영오에게 집안의 비극사를 이야기해 주기 시작하고 최씨의 이야기에 따라 무대에서 과거 사건이 펼쳐지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지은이
채만식은 1902년 전북 옥구에서 태어났다.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이다. 일본 와세다대학 예과에서 수학했으며 조선일보사, 동아일보사, 개벽사 등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1936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약했다. 1924년 단편 <세길로>를 ≪조선문단≫에 발표해 데뷔한 뒤 290여 편에 이르는 장·단편소설과 희곡, 평론, 수필을 썼다. 다양한 작품에서 식민지 상황에서 농민의 궁핍, 지식인의 고뇌, 도시 하층민의 몰락 등을 실감나게 그리면서 근저에 놓여 있는 역사·사회적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희곡 26편을 남길 정도로 다작한 극작가이기도 하다. 이 중에는 촌극이나 스케치 같은 짧은 작품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여건으로는 공연하기 어려운 작품이 많아 그중 <예수나 안 믿었드면> 한 편만 1937년 7월 중앙무대에서 공연되었다. 주목할 만한 희곡으로는 <제향날>, <심 봉사>, <당랑의 전설>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前景
第一幕
第二幕
第三幕
<祭饗날>은
채만식은
책속으로
永五: 그런데 말이유. 우리 선생님도 그러시고 또 우리 반 동무 아이도 그리는데 언니가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사회주의 한다고 그리겠지?
崔氏: 무엇? 사우주? 그건 무슨 말이라든?
永五: 나도 모르겠어. 그냥, 이애 영오야! 느이 외갓집 상인이 형은 동경 가서 사회주의 한다지? 그래.
崔氏: 응. 그럼, 아마 돈 없이 고학한다는 말인가 부구나? 그렇다면야 어떴니? 그렇게 고학을 해서라도 공부만 착실히 잘해서 장하게 되어 가지고 잘살면 그만이지. (밤 담겨 있는 그릇을 디려다보고) 인제는 다 깠다. 그새 이애기를 하느라고 까는 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