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패멀라≫는 1740년 11월 8일에 발표되었다. 내용은 패멀라라는 아가씨가 귀족인 B 씨의 성적 유혹과 훼절 시도에도 불구하고 순결(또는 덕성. 원어는 virtue)을 지키려 애쓴다는 내용이다. B 씨는 마침내 패멀라의 덕성에 반하고 한갓 노리개가 아닌 진심으로 패멀라에게 접근, 청혼한다.
≪패멀라≫가 출판되고 넉 달 정도 지났을 때(1741년 4월 2일), ≪미시즈 섀멀라 앤드루스 -여주인공의 생애를 위한 변호-≫라는 제목 아래, “≪패멀라≫라는 책의 파렴치한 수많은 허위와 왜곡을 폭로하고 입증하며…”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긴 부제가 달린 책 한 권이 익명으로 나왔다. “섀멀라”는 “패멀라”의 첫음절 “팸(Pam)”을 “섐(Sham, 속임수, 가짜, 속이다, 기만하다)”으로 바꾼 것이다. 패멀라의 실체(본명)가 섀멀라라고 주장한다. 이 작품은 제목은 물론 내용도 패멀라의 모든 덕성스러움을 흉하게 흉내 내고 왜곡했다. 패멀라는 순결(virtue) 그 자체를 덕목으로 여기고 목숨을 걸고 지킴으로써 그 결과 행복이라는 보상을 받지만 섀멀라는 “바츄(virtue의 표준 발음을 못한다)”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 쉽게 말해 ‘꽃뱀’ 짓을 하려는 것이다.
≪섀멀라≫ 출간 10개월 뒤에(1742년 2월 22일) ≪조지프 앤드루스≫가 나왔다. 여기서도 저자명은 밝히지 않고, 부제는 “조지프 앤드루스와 그의 친구 에이브러햄 애덤스 씨가 겪는 진기한 사건들. ≪돈키호테≫의 저자인 세르반테스의 수법을 모방함”이라고 했다. ‘섀멀라에게 오빠가 한 명 있는데 그 이름이 조지프 앤드루스다. 그가 겪는 모험 이야기’라는 콘셉트를 표방했다.
지금 영미권에서는 1차 패러디물인 ≪섀멀라≫보다 거기서 파생된 ≪조지프 앤드루스≫의 작품성을 더 쳐준다. 영미권 출판계에서는 두 작품을 합쳐 단권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두 작품이 각각 독립된 단권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창작 시기로는 ≪섀멀라≫가 앞서지만, 현재에 와서는 ≪조지프 앤드루스≫를 더 좋은 작품으로 여기므로 ≪조지프 앤드루스/섀멀라≫ 식으로 배치한 책들이 많다. 이 작품을 완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패멀라≫를 먼저 읽어 보는 것이 좋다. 여의치 않다면 이 책의 해설 및 ≪섀멀라≫를 먼저 읽고 ≪조지프 앤드루스≫를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듯싶다.
≪조지프 앤드루스≫는 ≪패멀라≫의 줄거리 즉 남자 주인이 하녀를 유혹하는 이야기를 흉내 내어 여자 주인이 남자 하인을 유혹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면 조지프가 여주인의 유혹에 넘어가든지 아니면 여자의 유혹을 물리침으로써 패멀라와 맞먹는 시련이나 비슷한 내용이 끝까지 그 이야기로 전개되고 종결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지프 앤드루스≫는 조지프가 여주인 집에서 쫓겨나면서부터(제1권 제8장) 패멀라가 등장하는 부분(제4권 제5장)까지 즉 작품 전체의 적어도 6분의 5정도는 그가 애덤스 목사·패니와 함께 다니면서 겪는 세상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은 시작과 결말만 형식적으로 ≪패멀라≫의 패러디이고 중간 부분은 시작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200자평
영국 최초의 근대적 소설은 리처드슨이 쓴 <패멀라>(1740)이다. 1년 뒤 이 작품을 패러디한 <섀멀라>가 나왔다. 이어 다음 해엔 <섀멀라>의 스핀 오프인 <조지프 앤드루스>가 나왔다. 작가 헨리 필딩은 <섀멀라>, <조지프 앤드루스> 모두 익명으로 간행했다.
지은이
헨리 필딩은 영국 서머싯셔의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다. 1728년 첫 희곡 「사랑의 갖가지 형태」를 런던에서 상연한 후 네덜란드로 건너가 레이던 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런던으로 돌아온 뒤 유머와 풍자를 잘 섞은 희곡을 발표하며 경력을 쌓았으나 1737년 ‘공연물 사전 검열법’이 제정되어 많은 극장이 폐쇄되자, 극작을 그만두고 법률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이 법은 월폴을 겨냥한 필딩의 정치풍자극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이 있었을 만큼 이 시기 필딩의 희곡은 당시 수상 월폴과 영국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다. 필딩이 처음으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새뮤얼 리처드슨의 『파멜라』가 일으킨 폭발적인 인기에 있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도덕적, 종교적 주장이 위선적이라고 생각한 필딩은 이 소설이 발표된 다음 해인 1741년 『파멜라』를 패러디한 『샤멜라』를 익명으로 출간하고, 뒤이어 『조지프 앤드루스』를 출판하며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1748년에는 자코바이트 반란에 맞서 정부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성공회를 옹호한 공로로 웨스트민스터의 치안판사직에 임명되었고, 법제도와 경찰 조직 개선에 앞장서는 한편 정직하고 공정한 판결로 명성을 얻었다. 작품활동도 꾸준히 하던 필딩은 1749년 대표작『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를 출간하고, 한 달 만에 초판이 매진되면서 당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의 대열에 올라섰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치안판사직을 사임하고 요양차 머물렀던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사망했다. 요양 중 작성한 일지는 사후 1년 뒤에 『리스본으로의 항해 일지』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옮긴이
김성균은 서울에서 태어나 1958년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해 1964년에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부터 연세대학교에 재직했고, 2004년 봄에 퇴임할 때까지 학부와 대학원에서 18세기 영국 소설을 강의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석사 학위 논문은 <그레엄 그린의 소설 연구>(1966)이고, 박사 학위 논문은 <트리스트럼 섄디 연구: 작가의 독자 의식과 소설의 구성>(1979)이다. 저서는 없고, 영국 소설 발생기의 작가들인 존 버니언, 애프라 벤, 대니얼 디포, 엘리자 헤이우드, 새뮤얼 리처드슨, 헨리 필딩, 로런스 스턴 등의 작품에 대한 논문을 한국영어영문학회 학회지 ≪영어영문학≫과 연세대 논문집 ≪영어영문학 연구≫에 발표했다. 주석본으로 대니얼 디포의 ≪몰 플랜더스≫(신아사, 1991), 헨리 필딩의 ≪조지프 앤드루스≫(연세대 출판부, 1995), 새뮤얼 리처드슨의 ≪패멀라≫(연세대 출판부, 1996)를 내었고, 학부 영산문 강독을 위한 주석본 ≪Prose in English≫(연세대 출판부, 1998)를 편집했다. 역서로는 그레엄 그린의 ≪명예영사≫(한길사, 1983)와 새뮤얼 리처드슨의 ≪클러리사 할로≫ 전 8권(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제7회 유영번역상 수상)이 있다.
차례
참고문헌
≪조지프 앤드루스≫
머리말
차례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섀멀라≫
헌정사
편집자에게 보내온 편지들
미시즈 섀멀라 앤드루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자, 이제 그대여, 그대가 누구이든지,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묘사할 수 없는 이 부분을 묘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대는 뮤즈라고 해도 좋고 혹은 그대가 원하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무방하겠나이다. 그대는 바이오그래퍼를 지도하며 우리 시대의 모든 전기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나이다. 그대는 저 불후의 걸리버의 펜에 놀라운 상상력을 불어넣었고, 그대가 사랑하는 맬릿의 남성다운 강한 문체를 드높인 한편 그의 판단력은 세심하게 지도하였나이다. 그대는 ≪키케로 전기≫의 헌정사와 서문과 번역문에는 손을 대지 않았나이다. 아마도 손대었더라면 그대는 그 부분을 그 자리에서 지워 버렸을 것이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그대는 콜리 시버가 (문학적 소양이나 의욕은 전무하면서도) 그의 책의 어떤 부분은 영어다운 영어로 쓰게 하였다는 것이옵니다. 시신이시여.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 작업에 나를 도우소서. 젊고 쾌활하고 용감한 조지프 앤드루스를 전투 장면으로 안내하여 소개하소서. 남자들은 그의 모습에 감탄과 부러움을 느낄 것이며 다감한 처녀들은 그에 대하여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의 안전을 걱정할 것이옵니다.